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연두 Apr 26. 2020

코골이

제일 피하고 싶었던 그것

어릴 적부터 나는 아빠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엄마는 어떻게 같이 자는지 궁금해했었다. 아빠의 코 고는 소리는 정말 너무 시끄러워서 가끔 거실에서 주무실 때면 어린 마음에 아빠 코를 막아서라도 그만두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잠시뿐 다시 우렁찬 소리에 괴로워했다.


그래서 나의 결혼 상대자의 조건에는 코 골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위에 있을 정도였다.


남편과 결혼을 하고 나는 나의 선택에 매우 만족했다. 비록 매일 야근하는 터라 평일에 같이 저녁을 먹는 날이 손에 꼽았지만 여러모로 나에겐 완벽한 배우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코를 골기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가르릉 정도의 느낌. 그리고 피곤한 날 가끔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 강도는 세지고 빈도는 잦아졌다.

 

첫째가 태어나고 외국회사로 이직한 남편과 함께 스웨덴과 한국을 오가면서, 때로는 같이 있고 때로는 떨어져 있기도 했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로는 둘째의 잠투정 때문에 한 명씩 데리고 자기 시작했던 게 벌써 2년 돼간다.


남편만 스웨덴으로 갈 날이 가까워지면서 4 식구가 함께 자기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들어서일까? 코 고는 소리가 괴롭다.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해서 카톡으로 보내 놓고 살그머니 건넌방으로 넘어왔다.


아무래도 아빠처럼 코 고는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겠다는 목표는 실패인가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