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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May 18. 2020

브런치 글쓰기

작가를 향한 첫걸음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던 아이들이 한 번쯤 가졌을 꿈,

작가.


1. 1990년대.


그 당시 읽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기다려 구입했던  '이상문학상 수상집'. 그 해 발표된 소설 중 잘 썼다고 인정받은 작품들을 모아 볼 수 있어 매해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소설은 다 달랐지만 주인공들은 사연이 있고 아픔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한해도 빠짐없이 읽을 정도로 좋아했지만 읽을수록, 소설이란 나같이 깊은 상처 하나 없이 평범한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리기에 꿈 많던 십 대 시절,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그 시절 누구나 들고 다니던 다이어리 한쪽을 펼쳤다. 거기에 내가 상상한 어른의 얘기를 때로는 해본 적 없는 사랑 얘기를 몇 장에 적어놓고는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하긴 술도 한번 안 먹어본 중학생이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파하며 일어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쓰려고 덤볐으니, 끝을 맺을 수 있을 리가 있나.


2. 2000년대

대학을 가게 되었고, 시대는 변했다. 민주화 투쟁의 상처가 바닥에 깔려있는 어두운 소설들 대신, 연애하고 쇼핑하는 가벼운 소설들이 서점가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라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흘렀다.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로웠던 신입사원 시절. 직장인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에피소드가 넘쳐났다. 에피소드들만 잘 엮어도 공감 가는 소설이 될 것만 같았다. 열심히 에피소드들을 적어 목록을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2차 시도. 회사 동기와 메신저 채팅으로 시작했던 이 시도은 그래도 열 장은 채웠나 보다.


3. 2012년~

대학원부터 시작된 6년의 대전생활 끝에  서울에 올라오게 되었다. 듣고 싶은 강좌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중심, 내 사랑 서울. 돈 벌어  뭐하겠는가. 대전에 있을 때 그렇게 듣고 싶었던 글쓰기 강좌들을 결제하기 시작했다.


자유기고가, 소설 쓰기.. 몇 가지 과정을 들으며 글을 썼지만, 주어진 과제를 해내는 수준. 거기까지였다. 이상하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4. 2016년~

2016년부터 시작된 두 번의 스웨덴 생활.

아직 한국에서는 멀고 낯선 땅인 스웨덴이기에 경험을 글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만들어놨던 브런치에 목차를 적고, 글을 적어봤다.

그리고 작가에 지원을 했고 떨어졌다.


이상하다,

스웨덴 육아. 정말 흥미로운 주제인데?

이제부터 연재하고 싶다는데 왜 작가 신청을 안 받아주지?


조금 낙담했고, 많이 의기소침해졌다.


시간이 지났다. 알고 보니 이미 브런치에 작가인 지인들이 있었다. 위로인지 격려인지  글솜씨가 넘사벽의 수준이 아니라면 번씩은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다시 해보란다.


지난번에 지원할 때 썼던 목차를 바탕으로 글을 2개 더 쓰고 다시 작가 신청을 했다.


결과는 합격.


이제 열심히 글 쓸 일만 남았는데 자꾸 욕심이 생긴다.


'더 잘 쓰고 싶다.' 

'잘 정리해서 올리고 싶다.'


이러다가는 도입부만 쓰다만 예전 소설 꼴이 날 것만 같았다,


5. 글쓰기 모임 시작


 뜻이 맞는 지인과 '일주일에 한편' 글쓰기를 시작했다.

목표는 일단 쓰기.
 

글을 공유하되 내용에 대한 평가는 보류.

완주를 위한 러닝메이트가 되어주기.

고치다 보면 끝을 볼 수 없으니,

퇴고는 다 쓴 후 시간을 가지고 할 것.



막상 실제로 글 쓰기를 시작하니 결국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헷갈렸다. 각 꼭지마다 내용의 구성을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도 됐다. 어떤 주제는 자세히 쓰자니 너무 길고 전체적인 얘기만 다루자니 너무 짧았다.


설상가상으로 쓸수록 자꾸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꼭지마다 분량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문장이 좋아진 글쓰기 지인이 짧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말을 하자, 내 문장이 너무 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돌아가 죄다 뜯어고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참았다. 대신 '쓰레기라도 쓰라'는 '쓰기의 감각' 속 구절을 마음에 새겼다. 그저 써서 카톡으로 내용 공유하는 게 다였지만,  글쓰기 모임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아예 못 쓴 주도 있었고, 시도는 했지만 마무리짓지 못한 주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 끌어준 덕분에, 머릿속에만 있던 목차 속 꼭지를 모두 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6. 바로 지금

드디어 퇴고의 시간이 왔다.


얼마 전에 뒤늦게 '연애가 체질'에서 첫 드라마 집필을 시작한 주인공이 써지지 않는 글에 좌절할 때 떠올렸던 조언이 있다.


다 썼어, 근데 평범해,

그럼 이제부터 뭘 해야겠니?


고쳐야지!

고치면 무조건 글은 더 좋아져.


열심히 고쳤는데 글이 더 나빠진다? 그런 일은 없어.

그런데 진짜 그런다면 작가를 그만둬야지.



드디어 퇴고를 하면서 브런치에 하나씩 올릴 시간.

늘 시작만 반복했던 작가의 길, 이제 시작합니다.

'아이가 행복한 스웨덴 육아'


같이 응원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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