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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Dec 02. 2020

늘 가난한 마음

 그의 이직 준비

무려 1년도 전에 써놨던 글이네요. 남편은 맥북을 샀고!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종면접 후 결과를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코로나때문에 채용계획 자체가 백지화되어 오퍼를 받진 못했지만. 추가적으로 모니터도 사서 듀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나서 그 원하던 아마존에 합격할 수 있었네요.

딱히 개발자가 아니라 사무직들도 많이 쓰는 노트북과 모니터 조합인데, 남편은 왜그리 그걸 사길 아까워했는지 참 속을 모르겠습니다. 아마존 합격 소식을 듣고는 저는 2015년 새해계획으로 이직준비를 시작할 때 장비부터 마련했어야하지 않았나 싶은, 뒤늦은 후회를 했었답니다.


남편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것도 2007년 말이니 10년도 넘게 그 일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연애를 시작한 후 남편은 세계적인 회사에서 트렌드를 이끌어 가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내곤 했고 결국 3년 전 약 1년 넘은 준비 기간 끝에 탑티어는 아니지만 차세대 유망주라고 불릴 만한 회사로 이직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탑티어 회사로 가고픈 마음이 가득한 남편은 꾸준히 구직활동을 했고 최종면접까지 가서 아깝게 탈락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어제도 오랜만에 구직 프로세스를 시작한 남편은 아이들을 재우고 졸린 눈을 비비며 첫 단계인 온라인 테스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

누구보다도 더 좋은 컴퓨터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개발자 남편은 변변한 노트북, 컴퓨터 하나 없다는 것이다.

노트북은 프로그램 개발하기에는 맥이 좋다는데 그게 너무 비싸다며 몇 년 전부터 안 사고 버티는 중인지라 최근에 조립한 랩탑을 57인치 TV에 연결해 테스트를 시작했다. 대형 화면 바로 앞에서 코딩을 하려니 눈도 아프고 정신도 없고 결국 두 문제 중 한 문제를 아쉽게 놓친 남편은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그나마 저 랩탑이 없던 시절에는 오래된 구닥다리 랩탑을 썼는데 화상면접 보다가 컴퓨터 가 폭발해서 연기가 나기도 하고 혼자 갑자기 꺼지더니 켜지지 않기도 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최소한 꺼지지는 않았냐며 농담을 하는데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자기에게 하는 투자가 제일 수익률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는데 도대체 왜, 그는 맥 하나를 못 사서 매번 이러는 걸까. 컴퓨터에 있어서는 뼛속까지 가난뱅이인 그. 나라도 나서야지 싶어 10일의 기한을 주고 이번에는 꼭 사라고 등을 떠밀었다.


필요로 한지 4년여 만에 그는 드디어 맥을 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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