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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Jun 02. 2024

스웨덴 운전면허 따기: 이런 게 다르네

아직 취득 전인 점 주의

방금 전에 거의 1시간 동안 쓴 글을 날려서 슬픈 마음을 안고 간략하게 줄여서 적어볼까 한다.(다짐과 달리 뒤로 갈수록 내용이 점점 길어지는 건 어쩔수가 없네..)


일단 스웨덴 면허 시험은 위험교육 1,2-> 필기-> 실기 순.


1. 안전교육(리스크 교육)

리스크 교육은 운전면허학원에 돈을 내고 들으면 된다. 학원마다 차이가 있는데 영어로 들을 시 대략 30~50만 원 정도 드는 듯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참조

https://brunch.co.kr/@noeul-er/287


2. 필기

필기는 약 5만 원 정도이고 테스트 문항 5개를 포함해서 총 70개의 문제를 푼다. 사진과 동영상 문제가 있으며, 단순 지식 암기가 아니라 응용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서 까다롭다. 기억에 남는 문제 중 하나는

신호 시 정지라는 표지판 있는 거리에서
신호등이 고장 났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선다 안 선다가 이유랑 결합해서 선택지가 4개인가 있어서 너무 고민되었던 기억이 있다. 시험을 마쳐도 무슨 문제가 틀렸는지를 안 알려주기 때문에 아직도 정답은 모른다.


사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자차로 운전했던 터라 필기를 설마 떨어지겠나 싶었는데, 어렵더라. 도로 규칙 같은 것도 차이가 나고 한국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앞지르기나 주정차 관련한 사항도 모두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고는 붙을 수가 없다. 또한 스웨덴의 특성이 반영된 내용들이 많은데, 눈이 많이 오는 스웨덴의 특성상 겨울 타이어랑 여름 타이어 갈아야 하는 시기라던가, 운전하다 야생동물 만났을 때라던가 환경오염이나 에코드라이빙도 시험범위에 포함된다.


첫 번째 시험은 이론을 70퍼센트만 공부하고 갔다가 떨어졌다. 두 번째 시험은 공부는 다 했지만 모의고사 보면 합격불합격이 왔다 갔다 했던 상태에서 봤는데 1문제 차이로 떨어졌다. 그런 다음에 회사 입사로 한참 쉬다가 이번 5월에 다시 운전면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름 책도 한번 다 보고 앱으로 문제도 꽤 풀어봤는데, 모의고사가 계속 80점을 못 넘어서 시험을 몇 번 미뤘었다. 세 번은 떨어지기 싫더라. 그러다가 이번주 수요일, 모의고사결과가 86점이길래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목요일에 시험을 봤다. 컴퓨터로 하는 거라 제출만 누르면 결과가 나오는데 드디어 합격! 나중에 이메일로 영역별 정답 내역을 보내주는데 맞춘 개수가 딱 턱걸이더다. 하나라도 더 틀렸으면 떨어졌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리며 진정이 안 되었다.

3. 실기

스웨덴 교통면허 실기는 정해진 루트나 양식이 없다. 25분에서 35분 정도 운전하면서 시험관이 알려주는 데로 돌아다니면서 체크표에 있는 각종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가격은 한번에 20만원 정도. 한국 생각하면 헉소리나게 비싸지만 스웨덴에선 컴퓨터로 보는 필기도 거의 5만원인걸 감안하면 납득할 만하다.


필기를 합격하자마자 실기를 예약하려는데 왜 이렇게 자리가 없는지 제일 가까운 시험날이 7월 말이었다. 그 때면 이미 아이들 방학이 시작한 뒤. 더구나 필기는 4개월 기한이라서 그 안에 실기를 못 따면 필기를 다시 봐야 하는데 애들 개학하는 거 기다리면 시간이 너무 안 남을 거 같았다.


실시간으로 예약사이트에 들어가서 자리를 찾았는데 누가 취소했는지 3일 후, Södertälje라는 근교도시에 자리가 났다. 차가 많은 시내보다 차가 적은 외곽이 더 시험 보기 좋다는 이야기를 본터라 집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그곳에 시험을 예약했다.



하지만, 운전을 한국에서만 해봤지, 스웨덴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운전을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다. 먼저 면허를 따신 분이 시험 예약한 뒤 학원에서 몇 시간 수업받아보고 가라고 조언해 주셔서 일단 근처 학원에 테스트수업을 신청했다. 테스트 수업은 50분에 약 8만 원.


시험 전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테스트수업을 받았는데, 아뿔싸,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실수가 많았다. 수업을 받아보니, 왜 한국에서 운전하셨던 분들이 시험에서 떨어지는지 알 것 같았다.



먼저 한국에서 운전할 때랑 가장 차이가 나는 게 라운드 어바웃과 우선도로 그리고 right-hand rule이다.


한국이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라면 여기는 중심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차로가 라운드어바웃(회전교차로)이다. 이 라운드어바웃에는 안 좋은 추억이 있는데 신혼여행으로 간  마드리드 시내에서 렌트차를 찾아서 출발하고 10분도 안 되어서 사고가 났던게  저 라운드어바웃이었기 때문에. 렌트했던 차가 원래 던 차보다 한 뼘 정도 넓은 데다가 유독 좁았던 시내의 도로, 그리고 처음 경험하는 라운드어바웃의 삼박자가 합해져 돌다가 옆 차의 사이드미러를 날려버렸었다. 그 이후 십여 년 만에 첫 라운드어바웃인지라 긴장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깜빡이 켜는 것부터 들어가는 타이밍 보는 것까지 다 틀리게 하고 있었다.

라운드어바웃(출처:körkortonline.se)

 

그리고 우리는 큰 도로가 우선이라고 배우는데, 스웨덴은 도로가 크고 작은지와 상관없이 저 다이아몬드 사인이 있는 도로가 메이저 도로가 된다. 만약 저런 표시가 없으면 오른쪽에 있는 차량이 우선권을 가지는 오른손 법칙이 적용된다.

메이저도로 표시와 오른손 법칙 설명: 여기에서는 가장 오른쪽에 있는 c차량이 우선권을 가진다(출처:위와 동일)


근데 이게 너무 익숙하지가 않았다. 내가 우선권을 가진다는 걸 알아도 오른쪽에서 차가 빠르게 달려오면 나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워낙 신호위반하는 차량도 많고 하니까 누가 교차로 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면 부딪힐 수 있어서 조심하는 습관이 들어있던 탓이었다.


또한, 운행 중에 부딪히면 무조건 뒤차 과실인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주행 시 뒤차량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심지어 신호등이 없는 길에서 뒤에 차가 있으면 좌회전을 하지 말고 직진 후에 다시 기회를 봐야 한단다. 그래서 좌회전이나 우회전시 백미러확인->좌우확인-> 사각확인->깜빡이->회전을 해야 하는 것. 이게 익숙하지 않은 터라 우회전, 좌회전하라는 감독관의 말에 바로 깜빡이부터 켜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 들었다.


강사는 테스트 수업 중간에 여러 가지 규칙을 리마인드 해줬고, 끝난 뒤에는 하느님이 도우시지 않으면 합격은 힘들 거 같다며 합격가능성 30%이라고 시험을 미루는 것을 추천해 줬다. 하지만 취소하면 한 달 넘게 미루지는 터라 떨어지더라도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 대신 추가로 수업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급하게 1시간 뒤에 시작하는 수업을 잡아서 차를 몰았다. 다시 타보니 그래도 라운드어바웃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데, 내가 우선권이 있는 도로여도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여전했다. 스웨덴 룰에 좀 익숙해질 수 있도록 수업이 아니더라도 차를 좀 길게 몰아보고 싶은데 몰아볼 차도 없고, 시험 전까지 학원에서 가능한 수업시간도 없는 게 아쉬웠다.


대신 유튜브로 운전면허시험용으로 운행하는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속도 제한과 주변 지리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드디어 오늘, 실기 시험에 도전했다.

스웨덴 실기시험은 도로주행뿐 아니라 그전에 안전체크라고 해서 차량을 점검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그 과정은 시험관마다 시험 볼 때마다 차이가 있는데 안쪽과 바깥쪽 안전체크를 모두 포함한다. 안쪽은 경적, 안전벨트, 와이퍼, 브레이크, 핸들스티어링, 파킹 브레이크 이상여부를 확인한다. 바깥쪽은 보닛을 열고 엔진오일, 냉각수 등의 위치 및 상태를 확인하고 타이어 마모와 공기압 체크, 각종 등이 잘 켜지는지를 체크한다.


좌석 및 사이드미러 조정 방법을 몰라서 떨어진 분도 있다 해서 시험장 차량 관련 영상도 봤는데, 다행인지 내 시험관은 시험시작 전에 친절하게 모든 것의 위치를 알려줬다. 경적과 안전벨트만 체크한 뒤 운행을 시작했다.


두근두근했던 실기시험은 거의 40분 가까이 운행한 뒤 끝났다.

결과는 불합격


일단 나는 내가 메인도로라는 걸 알아도 앞쪽에서 누군가 교차로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면 자꾸 브레이크를 밟았다. 두어 비슷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때마다 나는 내가 우선도로라는 건 아는데 너무 빨리와서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을 했다


그리고 평소 같으면 안 그랬을 텐데 시험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여기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작은 도로에서 메인도로로 좌회전해야하는데 타이밍을 못 잡겠는 거다. 뒤에 엄청 줄이 생기고, 심각한 위험이 아니면 경적 못 울리게 하는 나중에는 빵! 거리더라는. 그리고 차량이 많이 없는 고속도로임에도 사고가 났었는지 무려 recommend 속도가 50이다가 심지어 30으로 표시되어서 속도위반인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시험관은 그 표시를 보지도 못했었다. 아마 사고가 났었고 그게 이미 거의 정리되어서 교통에 영향을 안 주고 있었는데 recimmend 속도가 그냥 예전 거로 남아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또다시 고속도로 들어갈 때 60 표시가 있어서 맞춰서 들어갔는데 너무 느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표시는 알고 보니 속도 제한이 아니라 recommend 속도였다고.



아무튼 결론은 조심하는 건 좋지만 나는 "너무 조심"해서 주위 차량에 안 좋은 끼쳐서 불합격이라고 한다. 룰은 알고 있지만 그걸 좀 더 편안하게 적용하도록 연습할 필요가 있단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보자고 포기하지 말란다.


 혹시 운전학원에서 몇 시간이나 연습하면 될 거 같냐고 물었더니 나에게 스웨덴에서 운전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1년 동안은 국제면허증을 사용할 수 있으니 그 기간에 운전해 본 적이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간에 우리는 두 번 정도 렌트를 했었고 모두 남편만 운전을 했던 터라 어제 학원에서 몰아본 게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학원은 너무 비싸니, 주위에 운전하는 사람 있으면 조수석에 앉아서 교통상황을 보는 게 도움이 될 거란다. 나한테 필요한 건 이런 교통 상황에 익숙해지는 거라고.교통의 분위기?는 나라마다 심지어 도시마다도 다르다면서 말이다. 같은 우리나라라도 부산같은데는 엄청 운전을 험하게 하니까 그런 의미인듯 하다.  하지만 주위에 자차로 나를 옆에 태워줄 만한 사람은 회사 사람들이 전부인데 회사를 그만둬서 해줄만한 사람이 없긴 하네.




시험이 끝난 뒤 학원으로 향했다. 불합격을 예상한건지 아니면 원래 오늘 시험전에 취소된 수업 있으면 연락해주겠다고 해서인지 결제를 나중에 하라고 한 터라 돈을 내긴 해야했던 터. 불합격 소식을 전하니 인텐시브 하게 다음 주 매일 수업을 짜주겠단다. 수업해서 합격할 수 있는 실력이 되면 학원 통해서 시험을 등록할 거고 그럼 연습하던 학원  가지고 시험을 볼 수 있단다. 수업 고작 50분에 거의 10만 원씩 깨지는지라 돈이 너무 아깝기는 했는데 방법이 없으니 알겠다고 하고 돌아왔다.


과연 합격까지 얼마나 걸릴는지, 또 돈은 얼마나 들지 다른 의미로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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