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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Jun 06. 2024

오늘의 운전 수업

20년 차 운전자, T자 주차를 다시 배우다

오늘은 현충일, 스웨덴도 같은 날이 국경일이라서 모든 학교와 회사는 쉬지만 운전 수업이 있어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한 3주쯤 눈부시게 아름다운 스웨덴의 여름을 보여주더니 이번주는 잠깐 히났다가도 미친 듯이 비 오고 날아갈 듯 바람이 다. 연신 "추워"를 중얼거리며 운전면허 학원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늘 문제로 지적되었던 고속도로 들어가기 나가기를 중점적으로 배웠다. 톨게이트가 있어 고속도로 진입로가 명확한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은 아래 표지판 하나로 고속도로가 시작된다.

고속도로 합류시


먼저 저 표시를 보자마자 왼쪽 깜빡이를 켜고 들어가면 짧은 시간 안에 무섭게 가속을 해서 100-110을 맞춘 뒤 고속도로와 합류한다. 고속도로 들어갈 때마다 가속을 충분히 못 해서 매번 지적을 받았는데, 우웅 소리가 날 정도로 밟아야 그 거리 안에 가속이 가능하더라.


 주의점

0. 일단 들어갈 차선의 차량들 확인한 뒤

1. 왼쪽차선 점선으로 바뀌면 바로 들어갈 것

2. 들어간 뒤에는 앞차와의 안전거리 확보하되 속도를 너무 낮추지는 말 것.


한 번은 점선으로 바뀌기 전에 들어가서 지적받고 오늘은 너무 늦게 들어갔다고 지적받았다. 내가 너무 늦게 들어가면 내 뒤 차가 내 자리를 뺏아갈 수 있으니 그러기 전에 빨리 들어가야 한단다. 자리 뺏기기 전에 들어가라는 건, 내 걸 뺏기는 문제가 아니라 뒤차가 나보다 먼저 합류를 하면 내가 합류할 충분한 공간이 안 나와서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속도로 나갈 시

빠져나갈 때는 빠져나가는 표지판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일단 500m 남았다는 표지판 보일 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가라는 화살표 표지판이 보이자마자 깜빡이를 켠다. 그리고 차선이 생기면 빠르게 들어가고 속도 표지판 맞춰서 감속한다.


주의점

1. 나가는 화살표 표지판이 내 눈에 보이는 순간에 깜빡이를 켜는 것. 더 빨리도 더 느리게도 말이다. 빠르면 뒤차에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고 너무 느리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아무리 내가 빠져나갈 거라도 미리 속도 낮추지 말란다. 나는 고속도로를 다 빠져나가기 전에 속도를 줄여서 몇 번 지적을 받았었다. 어차피 속도를 줄여하니까 나도 모르게 엑셀에서 발을 떼고 있던 것. 하지만 나가기 전에는 최대한 속도 유지하다가 빠져나가는 차선으로 나가고 뒤차 간격 확인하면서 빠르게 감속하는 게 필요하단다.

너 지금 너무 느려, 속도 올려야 해
여긴 고속도로잖아, 110 도로라고.

내가 고속도로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라운드 어바웃(회전교차로) 연습도 좀 했다. 깜빡이 켜는 법은 이미 다른 학원에서 받았고 이번에는 속도 관련해서 설명을 들었다.


1. 라운드어바웃에 들어가기 5m 전에 속도를 20km/h로 감속한 뒤 왼쪽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들어갈 것.

2. 라운드어바웃에서는 시속 20km를 유지

3. 나갈 때는 오른쪽 깜빡이 켜고 지체하지 말고 빠르게 빠져나가란다.

4. 나가면 곧바로 제한 속도에 맞춰 빠르게 가속하란다.

 


그 외에도 속도 관련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시속 40km인 도로에서 30 초반으로 간다고 또는 40을 넘었다고 엄청 지적받았다. 스웨덴의 속도제한은 매우 엄격해서 1km/h라도 넘으면 안 된다. 30km/h 이상 빨리 달리는 게 걸리면 그 자리에서 면허 취소당할 정도.

근데 오르막이면 속도가 떨어지고 내리막이면 속도가 올라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근데도 37-39로 맞추란다. 속도 넘는 거야 불법이라서 그렇다 쳐도 왜 34까지 뭐라 하나 싶은데, 내가 그 속도로 달리면 뒤에 정체가 생겨서 주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단다. 심지어 그 도로는 속도제한이 40이니 네가 30으로 달리면 너를 앞지를 수도 없다고.


시험관이 주행 끝난 뒤에 했던 말 중 하나가 너무 조심해서 주위 교통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생각났다. 속도가 1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데 뒤에 정체는 생기지 않게 하라니 참 쉽지 않다.


그리고 마지막 굴욕 사건..

주행을 마치고 차 두대 사이에 주차를 요청했다. 주차야 뭐 크게 어렵지 않지. 특히 차 두대 사이에 주차하는 건 내가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주차였다.

그런데 초반에 좀 더 가서 후진해서 자리 맞추려는데 그때부터 내가 움직일 때 강사가 옆에서 계속 브레이크를 밟는 거다. 나에겐 다 계획이 있다고!! 근데 브레이크가 자꾸 밟으니까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서 주차를 못 하겠는 것. 제발 가만히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자기가 심플한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나보고 발을 떼라더니 t자 주차 공식을 알려줬다.


사이드미러에 옆차가 오면 핸들 돌려서 앞으로 가고 뒷 좌석 창문 끝에 옆차가 오면 후진해서 들어가기.


운전을 몇 년을 했는데.. 완전 굴욕 사건이었다.


생각해 보면 t자는 대충 이 정도에서 사이드미러에서 거리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지.. 하면서 감으로 하고 있던 듯하다. 오히려 평행 주차는 공식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말이다. 물론 운전학원에서 알려준 게 기억나는 건 아니다. 이미 20년이 넘은 일이라. 그건 맨 처음 내 차를 갖고 운전한 게 대학원 때인데 그때 학교 내 주차가 거의 평행 주차였어서 그걸 못하면 차를 댈 수가 없었던 탓이다.


아무튼 이렇게 5번 교육 중 1번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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