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섯 번째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험을 많이 보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무려 여섯 번이나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가다니.
이번에는 느낌이 좋았다. 이번엔 왠지 모르게 붙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는데, 거의 붙을 뻔했던 두 번째 시험 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날 레슨해줬던 강사가 했던 말이 비 올 때가 오히려 속도가 높지 않아서 더 낫을 수 있단다.
시간이 되어서 감독관이 나왔는데, 목소리도 조용조용하고 너무너무 친절한 감독관이었다. 거의 첫 번째 봤던 감독관 뺨치게 착했다. 착한 감독관의 특징은 차근차근 설명을 잘해준다는 것. 이미 시험 때마다 여러 번 타본 볼보 차였지만, 조작방법을 설명해 줬다. 그러면서 이번주 시험본 두 번째 한국사람이라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줬다. 한국에서 면허가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에게 '너는 이미 운전할 줄 아니 스웨덴 룰을 잘 아는지만 보여주면 된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그리고 처음부터 감독관이 나를 합격시켜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많은 예가 있다.
먼저 웁살라에서 사냐고 물어봐서 아니라고 했더니 길이 익숙하지 않다는 걸 이해해 준 듯했다. 그래서 출발 전, 혹시 얘기하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모르는 지명을 표지판에 찾는데 조금 어려움을 느낀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친절하게 패드의 그림판을 켜서 내가 찾아야 할 지명과 표시를 써주면서 네가 그 표시를 찾아야 할 때 자기가 패드를 들어주겠단다. E4, 272, 병원 표시 그리고 strängnäs 까지는 익숙했는데, Björ으로 시작하는 지명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두어 번 읽어보고는 출발한 뒤에 그 이름을 표지판에서 찾아야 할 일이 있었다. 내가 찾았다고 하니까 해냈다고 칭찬해 줬다.
출발하고 두 번째 회전교차로에는 내가 좀 급하게 들어갔다. 위험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약간 서두른다는 느낌이었다. 그랬더니 바로, '아, 내가 빼먹고 말 안 해준 게 있는데, 시험 때 서두를 필요 없어'라고 이야기했다. 시험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주어진 미션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스웨덴식 운전에서는 "여유를 갖고 안전하게, 다른 차량과 협력"해서 운전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주차하다가 빠져나오려고 후진할 때 오른쪽으로 가서 오른쪽 깜빡이를 켰더니, 혹시 학원에서 그렇게 배웠냐 아니면 다른 곳이냐고 물어봤다. 사실 스웨덴에서는 후진 시 깜빡이를 안 켠다. 여기는 후진등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사에게 같은 걸 지적받은 적이 두어 번 있었다. 아 켜지 말라고 했는데 한국식이었나 보다고 하니까 친절하게 2천 년대 초반인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후진 시에 깜빡이를 키는 것과 관련되어서 무슨 일이 있어서 그 이후로 후진 시에 깜빡이를 안 켠다고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운전 중이고 갑자기 무슨 얘기하는지 몰라서 완전 백 프로 알아듣지는 못 했지만 대충 저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직진으로 가다가 보행자가 와서 선 적이 있다. 직진으로 걸어오고 있던 보행자가 바로 신호 없는 횡단보도로 내려오길래 섰는데 완전 끽연 아니고 살짝 끽하면 서버렸다. 보행자가 반대차선으로 내려오는 걸 보고 섰으니 내 차선까지 건너오려면 시간이 조금 있는 거라서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스웨덴식의 "계획운전"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자 바로 알아보기 힘든데 잘했다며 안전하게 섰으니 잘했다고 격려해 줬다.
그리고 메인도로에서는 사실 속도를 제한속도에 가깝게 높여줘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고 있자, 나에게 저 다이아몬드 표시가 뭔지 아냐고 물어봐줬다. 여기 메인도로니까 속도 좀 더 내도 되라는 간접적인 힌트를 준 셈이다. 그래서 아 여기 메인도로라는 표시야 라고 답하니까 잘 알고 있다면서 칭찬해 줬다. 그래도 규정속도보다 더 늦게 간 게 살짝 찔려서 비가 오고 나한테는 시야가 안 좋아서 제한 속도보다 좀 더 천천히 가고 있다고 덧붙이니 좋은 생각이라고 이야기해 줬다.ㅠ
그리고 중간중간에 오른쪽으로 가라고 미리 말하고 내가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까먹었을까 봐, 들어가기 직전에 한 번 더 말해주는데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원래 말 안 하면 그냥 직진하는 건데 가끔씩 헷갈릴 거 같으면 직진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결과는, 드디어 합격.
끝나고 난 뒤 덧붙이는 이미 잘하고 있지만, 아까 보행자 걸어갈 때 같이 시야가 안 좋을 때는 미리 속도를 줄여서 부드럽게 멈출 수 있도록 계획운전하도록 하라고 충고해 줬다.
너무 기다리던 합격소식에 너무 고맙다고 하니까, '아니'라며 네가 해낸 거라고 자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단다. 이번이 처음 시험이었다면 '아 원래 그렇구나' 했을 텐데, 난 이미 5명이나 다른 감독관을 만났지 않은가. 첫 번째랑 여섯 번째 감독관이 친절했고, 두 번째랑 네 번째는 좀 깐깐했고, 세 번째는 큰 특징 없었고, 다섯 번째는 불친절하고 화가 많았다. 돌아보면 어떤 감독관이 걸리는지도 운전 시 멘탈에 큰 영향을 끼치는 듯했다. 두번째와 네번째 감독관이 조금더 너그러웠다면 아마 그 때 면허를 땄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감독관은 진짜 좋은 사람이 걸렸고, 드디어 실기 6번 만에 합격했다.
이렇든저렇든 돈을 엄청 많이 쓰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드디어 겨울에 애들 데리고 스키장 갈 수 있게 됐구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