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시험, 운전레슨 그리고..

by 노랑연두

월요일 시험에 떨어지고 계속 사이트에 들어가다 보니 화요일 오후 farsta 시험장에서 자리가 났다. 여기는 한 번도 연습을 해보지 못 한 곳이고, 많이 떨어지기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그래도 거기가 제일 큰 곳이서 이은 지 빈자리가 자주 나고 필기시험이 9월이니 만료되기 전에 한번 더 보기라도 해보자 싶어서 바로 예약을 했다.


지리를 모르니 유튜브에서 "farsta uppkörningen "이라고 쳐서 가능한 루트들을 찾아서 틀어놓고 머릿속으로 연습해 봤다.

하지만, 결론은 실패!


모르는 길이니까 표지판 보랴, 앞, 뒤, 옆 보랴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고속도로 들어갈 때 차선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표지판을 보고 차선 변경할 필요 없겠구나 생각하고는, 그새 까먹고 차선을 변경하지 않나. 그러고 나니 3차선 중 2차선에 있어서 오른쪽으로 변경해야겠다 싶어서(기본은 오른쪽 차선에 있는 것이므로) 계속 옆을 보다 보니 차가 흔들리질 않나. 나 스스로도 안전하지 않은 느낌 들었는지 두어 번 머리가 삐쭉 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시험장 바꾸면 망하겠구나.


그리고 차선 바꾸기로 맘먹었으면 뒤-옆-사각 하고 깜빡이 켜서 뒤-옆-사각 하고 바꿔야지 자꾸 망설이면 안 되겠다 싶었다. 여러 번 옆을 보니 앞에 집중 못 해서 차 흔들리고, 제한 속도 넘거나 속도가 너무 떨어졌다.


그래서 '그래 그냥 해본 데서 하자' 싶어서 연습했던 웁살라와 쇠데르텔리에를 찾아봤는데, 운 좋게 이번주 금요일에 웁살라에 자리가 있네?! 그래서 또 예약을 했다. 그리고 원래 하던 강사한테 수요일 수업을 들을 수 있길래 레슨 하나를 또 예약했다.


진짜 이번달 돈 펑펑 잘 쓴다. 시험 한 번에 20만 원이니.. 이제 실기 시험으로만 백만 원을 넘게 쓴 셈이다. 하도 돈을 많이 쓰니까 점점 돈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마치 결혼 준비하는 느낌.


그냥 돈 생각하지 말고 목표에만 집중하자.


이제 웁살라에서 받은 운전 레슨이 무려 7번째가 되어버렸다. 대충 어제 그제 시험 본 얘기를 하다가 웁살라에서 주차 연습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전면 주차했고 문 열 자리가 1:2 정도 왼쪽이 넓었는데 그냥 안 고치고 멈췄더니 주차 연습하라고 했다니까 강사가 누구냐고 묻는다.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키 큰 사람이었다고 하니까 이름을 대고 인상착의를 말하더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단다. 까다로운 사람(picky)이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그렇단다. 사실 월요일 시험은 완전 잘했는 데는 아니었지만 정말 망했는데도 아니었는데, 감독관이 너그러운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 조금 들었다. 물론 화요일 시험은 대체적으로 엉망이어서 재고의 여지는 없었다.


그러고 난 뒤 회전교차로를 집중 연습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 한 대형 회전교차로도 갔는데 여긴 거의 고속도로 들어가는 느낌이라서 속도도 되게 빠르고 엄청 넓어서 또 다른 느낌이었다. 들어가기 좀 전에 속도를 줄여서 바로 들어갈 건지 아니면 멈출지 결정할 시간을 벌라고 충고해 줬다. 자꾸 속도를 막판에 줄이는데 그럼 급하게 들어가거나 끽 서게 되고, 그게 바로 월요일 웁살라 감독관이 지적한 내용이었다.


그 외에는 시험을 자꾸 떨어지면 모든 감독관의 말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운 운전이 된다고. 앞에서 떨어진 이유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뭘 보길 기대할지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믿고 운전하는 게 필요하단다.

수업이 끝났는데 여전히 자신감이 100프로까지 올라가지 않았고, 강사도 미루는 걸 제안하길래 내일 급하게 또 하나의 레슨을 잡았다.

이렇게 돈이 펑펑 나가고 있다.


하지만 돈생각하지 말고 탈락의 굴레를 벗어나 보자.

목요일. 웁살라에서만 8번째 레슨을 받았다.

전날 밤에 남편에게 자꾸 잘못된 선택 때문에 운전면허 따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다는 얘기를 했다. 예를 들어 이번달 초에 쇠데르텔리에에 가기 전에 돈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레슨을 여러 번 다시 받았으면 세 번째에는 딸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은 후회였다. 거기서 한 1천2천 크로나 더 쓰는 게 아까워 지금 만 크로나 넘게 더 쓰고 있으니 말이다.


쇠데르텔리에가 훨씬 쉽긴 쉬웠고 지리가 익숙해져 있으니 좀만 더 돈을 들였으면 거기서 땄을 텐데.. 이렇게 새로운 다른 도시에서 더 어려운 길을 돈을 몇 배로 써가면서 배우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자책을 했더니, 그냥 '더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쓰는 돈이라고 생각하란다. 즉, '운전면허'를 얻기 위해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스웨덴에서 스웨덴식으로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란다.


처음 운전면허를 딸 때, 최소의 비용으로 빠르게 운전면허를 따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연이은 지출이 심적으로 큰 타격을 줬었다. 하지만 웁살라에 와보니 도로를 그냥 외워서 꼼수로 운전면허를 받는 게 아니라 스웨덴식 도로 사정과 표지판 보기에 진짜로 익숙해져서 운전면허를 따야 하는 느낌이 되었다. 3번째 탈락 이후 돈을 진짜로 많이 쓰긴 결과적으로는 기초체력이 쌓인 느낌이긴 하니 그 관점에서 보면 돈이 아깝지 않은 셈.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좀 마음이 편해졌다.


이번에는 주로 시내에서 회전교차로, 그냥 교차로 등등을 돌아다니면서 표지판 보기와 좌회전, 우회전, 차선 변경을 연습을 했다.


목요일의 배움.

제한속도 40인 메인 도로에서 속도 유지하기.

주황불로 바뀔 때 급하게 서지 말고 그냥 지나가기.

(브레이크 밟기 전에는 꼭 뒤차 확인해야 한다.)

다음에서 바로 좌회전해라고 하면 조그만 도로 이름 표지판이 있는지 확인할 것

지명을 얘기했는데 방향 표지판에 있는 지명이 잘 안 보이면 계속 뚫어져라 보지 말고 속도를 줄여서 시간을 벌어라. 그 거 보다가 자전거나 사람이 지나가는 거 놓칠 수 있다.


라운드 어바웃 들어가기 전 미리 속도 충분히 줄여서, 바로 들어갈지, 멈출지 결정할 시간을 갖자.

라운드어바웃에서 빠져나와 제한속도 60, 80, 90 도로에 들어서면 최우선 과제는 속도를 제한 속도에 맞게 올리는 것이다. 낮은 속도인 라운드 어바웃에서는 보행자, 자전거를 놓치지 않도록 오른쪽 왼쪽 잘 보면서 안전하게 지나가는 게 최우선 과제이다.

교차로에서 차선 변경 하지 말 것. 차 돌릴 때, 주차에서 빠져나갈 때 깜빡이 잊지 말 것. 후진할 때 뒤에 볼 것.

깜빡이 루틴 맞추려고 제대로 안 보고 보는 척만 한 적이 많았는데, (도로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체크하려니 좀 현타가 와서 얼굴만 움직였던 듯) 이제 진짜로 백미러, 사이드미러, 사각을 확인했다. 그리고 앞에도 멀리-가까이-멀리-가까이 이런 느낌으로 보고. 그런데도 교차로를 놓쳐서 오는 자전거를 못 보긴 했다..

메인도로에서는 교차로 많은 곳도 시야가 안 가리면 속도 유치하라고 하긴 하는데, 거긴 교차로가 있는지를 눈치 못 챘다. 아마 더 앞에 있는 회전교차로에 정신을 빼앗겼던가, 안 보이는 표지판에 정신을 빼앗겼던 듯.


그리고 대망의 금요일

드디어 다시 웁살라로 시험을 보러 갔다.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서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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