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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Dec 09. 2024

트렁크

우울한 건 보기 싫은데 10분 정도 보니 멈출 수가 없네

주말 동안 넥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트렁크’를 봤다. 너무 무겁고 잔인하거나 우울한 이야기는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느낌이라 잘 안 보려고 하는 편인데, 넥플릭스 1위를 하고 있다길래 한번 시작해 봤다. 조금이라도 재미없으면 언제든 그만 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웬걸 되려 뒤가 궁금해서 조바심이 날 지경이었다.

간략히 내용을 설명하자면, 공유는 이혼한 전 부인과 전혀 독립하지 못한 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혼은 했지만 여전히 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공유에게 전 부인이 서현진과 1년짜리 기간제 결혼을 강요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본적으로는 서현진과 공유 그리고 전부인 그리고 그 외에 두세 명의 남자등장인물이 얽히면서 생기는 이야기가 시간에 맞춰 흘러가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주인공들의 과거사가 조금씩 다뤄진다. 그러는 와중에 더 미래의 일이지만 현현재(?)쯤으로 불릴 법한 경찰 수사장면이 곳곳에 삽입된다. 시간상으로 보면 꽤나 복잡한 구조인 셈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서현진이 카약을 타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건 과거회상인가, 아니면 현재인가, 아님 현현재(?)인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이 되면 모호했던 모든 것들이 명확해지는데 꽤나 정교하게 짜여진 구조물을 보는 듯 하다.


결과적으로는 이야기가 표면적으로 메마르고 회색빛으로 보이지만, 상처를 가진 두 남녀가 끝없어 보이던 고통의 시간 속에서 서로를 건져내는 이야기라서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둘의 얼었던 마음이 녹아버리는 순간의 온기들이 화면에 생명감을 불어넣어준다랄까.


아무튼,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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