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읽어야 충격이 덜 할까?
한때 문학소녀로서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왔는데 안 읽어볼 수 없어 한국 출장 간 남편 편에 받으려고 책을 주문했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하루이틀정도 후에 온다고 써져 있던 책들은 한참을 연기되더니 2주 만에야 배송되었다. 발행일이 받는 날보다 더 미래로 된 책들이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주문이 많이 들어왔는데 실시간으로 재고 연동이 안 되었고, 부랴부랴 책을 찍어냈는데 예측보다 빠르게 재고가 소진이 된 탓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발행일은 진짜로 찍어내는 날로 적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튼, 세 책을 읽은 간략한 소감을 적어볼까 한다.
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시적 산문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채식주의자 안에 들어 있는 연작 3개 중 첫 번째를 읽어봤다. ‘호불호가 강하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전개였다. 시적 산문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이 너무 날것으로 드러나서 불편했다. 책을 사고 난 뒤 나머지 연작들을 읽었고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세 개의 작품 중에 제일 읽기 불편했던 책이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노벨상 수상의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각각 광주 5.18과 제주4.3사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뤘고, 그 잔혹함을 잊지 않기 위해 힘듦을 딛고 온 힘을 다해 써 내려간 느낌이었다. 문체도 아름다웠다. 탑처럼 쌓인 탑 주변을 도는 혼들을 표현할 때나 바닷가에 늘어선 사람들이 보이는 꿈을 묘사할 때 마치 흑백 예술 사진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차분하면서도 처연하게 슬픈 장면이었다.
소년이 온다를 읽을 때는 초반부터 계속 가슴이 울컥해서 눈물을 참다 결국 후반부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슬펐고 또 슬펐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하며 보다가 끝없이 나오는 학살과 그에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사연이 안타까워서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으로 셋 중 하나를 먼저 읽는다면 소년이 온다를 추천하고 싶다. 분량도 길지 않고, 읽으면 이래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구나 이해가 간다. 집필 순서도 작별하지 않는다보다 더 먼저라서 둘 다 읽는다면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는 게 맞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소설가의 분신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데 그녀가 소년이 온다로 추정되는 5.18 관련 소설을 집필한 뒤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게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두 책을 읽다 보면, 한강 작가님이 왜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 기자회견을 안 열겠다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아버지인 한승원작가님께서 대신 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라고 언급하며 거절했다고 해서 좀 오버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미 지나간 가슴 아픈 역사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세계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인간들이 자신의 사상과 욕망을 위해 생각이 다른 인간들을 무차별하게 죽이고 있는.
아무튼 한 줄 요약.
소년이 온다로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