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놀던 애들이 결혼 잘 하고 착한 애들이 고생한다 했던가. 아무튼 한참 연애로 힘들어하던 이십 대 중후반의 일이다.
요즘, 대학원을 시작하고난뒤, 시간을 내려고 일부러 점심약속을 안 잡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절대 시간이 부족한지라 점심시간을 쪼개서녹화강의이라도 듣고, 과제라도 좀 해놓기 위해서이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목표는 세가지.
첫째, 평소에 신경을 많이 못 썼던 과제들을 좀 더 신경 써서 하는 것. 둘째 자꾸 대충 듣다말았던 녹화 강의를 제대로 다시 듣는 것. 마지막은 앞으로 내야 할 과제들을 미리 해두는 것이었다. 물론 추석 연휴가 스웨덴 휴일이 아니므로 평소처럼 수업, 세미나, 조모임을 하면서 말이다.
연휴때라도 많이 진도를 빼놓으려는 욕심에 밤을 새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 컴퓨터 앞에 앉기 시작했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고 있으니, 정말 이 포기 못 하는 모범생 기질은 아직도 그대로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사회에서 이런 모범생 기질이 꼭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모범생들의 단점이라고 하면 좀 순발력이나 임기응변이 부족하달까. 나 같은 경우에는 행동을 취하기 전에 내용이 완벽히 숙지되어야한다.
하지만, 사실 시장은 책처럼 가만히 있는 것도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라 완벽히 숙지하는게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걸 위해 시간을 쓸 바에는 오히려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빠르게 행동을 취하는 게 더 낫기도 하다. 나의 문제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자꾸 조금만 더 완벽한 정답을 찾는데 시간을 쏟다가 기회를 놓친다는 게 아닌가 싶다. 또 정답이 없는데 자꾸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회사생활에서는 마이너스인 거 같기도 하다. 그냥 그때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뿐, 꼭 최고의 선택을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래도 이 모범생 기질 덕분에 5주 동안이나 일과 공부, 육아를 함께 끌고 가고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포기만 안 하면 무엇이든 되긴 하겠지만서도 애들과 놀러 가지도 못 하고 계속 공부만 하니 눈물이 찔끔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