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의 탄생

린다 시리즈 나의 이름은 노 린다

by 스타벅스

나의 영어 이름은 ‘린다’다. 내가 지은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나를 린다로 부르고 싶다고 한다. 흑백영화에나 나올법한 이름 같아 달갑지 않았지만 그러라 했다. 그런데 순간 웃음이 나왔다.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오래전 캐나다에서 1년을 살았다. 한 날은 옆집에 살던 할머니가 뭐라 뭐라 말을 하는데 저녁에 산책을 가자는 말이다. 하! 나는 영어를 잘 못하는데. 대충 알아듣고 가겠다고 했다. 할머니 이름은 ‘슐라’다. 공원을 걸으며 슐라는 계속 말하고 나는 더듬더듬 말하는데 갑자기 영어 이름을 지어주고 싶단다. 그러라고 했다. 그러자 많이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린다’가 어떠냐고 한다. 이름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기왕이면 예쁜 이름도 많은데 혹시 친구들 중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름은 그렇다 치고 나의 성이 ‘노’씨다. 같이 붙이니 웃음 터진다. ‘노 린 다, 노 린 다’ 대체 뭘 노린다는 말인가. 성을 알지 못하는 슐라는 나를 보며 린다라고 1년을 불렀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영어 이름을 잊고 지냈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고부터는 달라졌다. 글을 쓰고 한쪽에 이름을 쓴다. ‘린다’라고 적었다. 성까지 붙여 설명하면 모두 박장대소를 하고 잊지 않는다. 코믹하게 된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남편이 심사숙고를 하여 호를 붙여 주었다. 한방. 한방 노린다.


평생 다시는 쓸 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 촌스러워 내켜하지 않던 ‘린다’가 나에게 딱 맞는 이름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신문에서 농사용 호미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호미를 만든 대장간 주인은 50여 년을 시골 대장장이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이라 해서 어떤 숲에서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단체로 호미질을 하려나.’ 생각했다고 한다. 대장장이로 지내온 시간과 다정히 손잡을 만큼 살기 쉬운 세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벌건 쇠를 두드려 만든 호미 손잡이에는 그의 이름이 새겨져 세상을 누비고 있지 않은가.


지금 반짝거리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알아주지 않는 일을 묵묵히 일한다는 것은 날렵한 호미를 만들기 위해 달궈진 쇠를 수없이 두드리는 것이다. 반짝이기 위해서는 닦고 닦듯이 말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 늘 노린다. 린다라는 이름이 새겨진 책으로 언젠가는 세상에 알려보겠다고. ‘노리고 노리고’ 글을 쓰고 또 쓰다 보면 노린 끝을 볼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두드리고 닦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세상 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호미 손잡이에 찍힌 이름처럼 린다의 이름으로 출간 책이 서점으로 가는 날까지 두드리고 닦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