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의 잡초일도 모르듯

린다 시리즈 사람 일도 모른다

by 스타벅스

시골집 마당에 봄이 오기 시작하면 얼었던 땅은 케이크처럼 촉촉하다. 따뜻한 빛이 잘 드는 곳에는 겨우내 추위를 이겨낸 초록 자줏빛 냉이가 올라와 땅에 엎드려 있다. 냉이를 캐며 봄맞이를 한다. 냉이 냄새는 봄 냄새 같다. 날씨가 점점 풀리면 이름을 알만한 풀들과 이름 모를 풀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추운 겨울 덮었던 두툼한 흙 이불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온다. 삐죽이 올라온 풀들로 마당은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다.


꽃샘추위에 우유 빛 매화꽃이 피고 지면 연한 분홍빛 벚꽃이 핀다. 돌 틈에 심어놓은 꽃 잔디와 붉은 영산홍이 피면 완연한 봄이다. 마당에 노란 민들레가 피고 누구도 반기지 않는 잡초라고 불리는 풀들이 마당을 덮을 기세로 자라고 있다.


잡초들은 내내 기다리던 꽃들보다 빠르게 자라난다. 잡초 뿌리는 땅 깊게 내리고 있어서나 뿌리로 번식을 하여 뽑기가 힘들다. 뿌리의 끝을 찾아 뽑기 위해서 한껏 힘을 줘야 한다. 번식력도 좋아 이쪽에서 뽑으면 저쪽에서 자라나고 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 온 사방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가뭄도 잘 견뎌내고 병충해도 잘 이겨낸다. 먹기 위해 심어 놓은 식물에게는 병충해 같은 존재 같다. 먹거리보다 더 잘라니 여간 미운 게 아니다. 병충해를 없애야 하듯 잡초를 뽑기 시작한다. 하지만 번번이 잡초를 뽑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있다고 하듯 천덕꾸러기 그 잡초가 귀한 몸이 되었다. 잡초에서 약초로 바뀐 것이다. 시골 조그마한 텃밭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가까운 지인들은 묻곤 한다. “밭에는 약을 안 하지” “네”

“그럼 쇠비름 있어” “네” “비단풀도 있어” “네” 있어도 너무 많고 뽑아도 뽑아도 올라오는 잡초가 아니던가.

시골 어딜 가도 잡초로 천대받던 그 쇠비름이 이제는 귀한 몸이 되어있었다.

어느 날 시골 장에 가니 사람들은 그 잡초 쇠비름을 돈을 주고 사고 있었다.

“자그마한 바구니에 담아 5천 원 이라며 귀하는 말까지 한다.


시골집 마당에 널린 잡초가 약초였다니. 뽑는 게 아니라 약초를 캐는 기분이었다. 잡초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요구하지 않는 장소에서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어느 식물학자는 잡초란 “아직 그 효능을 알지 못하는 풀”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게 각자의 역할과 고유한 빛깔이 있다. 우리는 잡초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또 효능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내가 알고 있는 잡초는 민들레 질경이 왕고들빼기 쑥 익모초 명아주 냉이 비름 돼지감자 돌나물 원추리 애기똥풀 뱀딸기 엉겅퀴 비단풀 쇠비름 개망초 자리공 등 아마 이 정도 아닐까 싶다. 이 중에는 이것도 잡초였어 라는 것도 있다.


이 풀들 중에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사랑을 받아온 것도 있고 이제야 그 가치를 알게 된 것도 있다. 아직도 효능을 알지 못해 쓸모없는 잡초로 여겨지는 것도 있다. 산에서 돼지감자를 캐왔다. 얇게 썰어 바싹 말려 노릇하게 덖어 물을 끓여 마시니 구수하고 좋다. 이름은 볼품없지만 당뇨, 변비에 좋다고 하여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잘 삭혀 만든 고들빼기김치는 어떤가. 쑥 질경이는 차로도 마신다. 잡초로 염색도 할 수 있다. 자주색은 자리공, 노란색은 애기똥풀, 빨간색은 뱀딸기, 쑥색은 쑥으로 염색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느리게 그 가치를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식물도 각자의 효능이 있듯이 우리도 각각 나름에 맞은 재능이 있을 것이다. 잡초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어떤 것은 당뇨, 혈압, 위장 등 각자에 맞는 효능이 있듯이 우리도 각자 분야에 맞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약성이 강한 약도 있고 감초처럼 약의 조화를 돕는 약도 있지 않은가.


각자가 가진 재능이 모든 사람들에게 빛날 수는 없다. 내 가족에게만 빛날 수도 내 가까운 이웃들까지만 아는 재능이면 어떤가. 능력이 도시에 높은 빌딩의 큰 전광판처럼 빛을 발하는 사람도 있고 조그만 골목길의 전등처럼 빛을 발하는 사람도 있다. 잡초마다 효능이 다르듯 어디서든 없어서는 안 될 빛이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쉽게 흔들리지 말았으면 한다. 잡초처럼 끈질기게 뿌리를 굳게 내리고 있다 보면 어느 날 우리도 쇠비름처럼 귀한 몸이 되어 만나고 보고 싶은 사람으로 되어있지 않을까.


잡초일도 모르듯이 ‘사람 일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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