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시리즈 잘 먹고 잘 살기
잘 먹고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호되게 아픈 뒤였다.
엄마를 만나는 날이면 밥을 같이 먹는다. 으레 먹고 싶은 것을 물어본다. 속이 헛헛하다며 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곁에 있던 남동생이 얼른 가자고 일어섰다. 함께 고깃집으로 갔다. 탁자 위에 반찬들이 놓이고 벌건 숯불과 고기를 갖다 놓았다. 뜨거운 석쇠에 고기를 올리자 서서히 비틀어지며 익어갔다. 고기 냄새로 입에 침이 고였다. 수북한 우유 빙수처럼 얇게 썬 하얀 양파가 오목한 그릇에 가득했다. 갑자기 양파가 몸에 좋지. 양파가 고기의 나쁜 것들을 없애줄 구세주처럼 보였다. 고기와 함께 생양파를 무척이나 많이 먹었다.
뭐든 과하며 안되거늘 점심을 먹고 얼마 후부터 속이 거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가 고픈 상태에서 많이 먹어 속이 아픈 것이라 생각했다. 저녁때가 되니 신물이 올라오고 드디어 토하고 말았다. 배 멀미하듯 울렁거리다가 누군가 내 속살을 꼬집어 비트는 듯했다. 다음날 하루를 꼬박 굶고 아픈 속을 달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몸에 좋을 것이라고 믿었던 생양파를 속절없이 먹었던 것이 탈이 난 것이다.
힘도 없고 잠만 왔다. 이틀을 앓고 나니 속이 한결 나아졌다. 아프고 난 후 잘 먹고 잘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야 기운도 나고 기운이 나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즐거운 시간에는 나 홀로 즐거움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만남이 있고.
잘 먹는 것도 적당히 먹는 것이다. 봐라 몸에 좋다는 것도 욕심껏 먹으니 탈이 나지 않나. 잘 산다는 것도 그렇다.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남에게 손 안 벌릴 정도의 재산만 가지고 있고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자는 행복해질 수 있다 고 했다. 결국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과식하지 말고 돈도 탈이 나지 않을 정도면 족하다는 말이다.
잘 먹었다는 어떨 때 말할까. 뷔페에 가면 진수성찬도 그런 진수성찬이 없다. 그 많은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하고 먹는다면 필히 탈이 날것이다. 진수성찬 속에서 배불리 먹고 나오면서도 잘 먹었다는 마음보다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무슨 속셈인지. 나는 좋아하는 고소한 들깨 수제비를 먹으면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한다. 진수성찬이라 말하는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하는 들깨 수제비 1인분에 말이다.
잘 사는 것도 그렇다. 돈이 많아도 잘 산다고 하고 멋진 삶을 살아도 잘 산다고 한다. 모두가 원하는 삶은 돈도 여유가 있고 살아가는 모습도 남들이 본받을 만하게 사는 것이다. 돈이 내가 원한다고 내 주머니에 채워지던가. 하지만 삶은 다르다. 자신의 삶은 원하는 대로 멋지게 살 수 있다. 손 안 벌릴 정도의 여유만 있다면 말이다. 여가 생활이 꼭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잘 먹는 것은 혼자 서도 가능하지만 잘 사는 것은 혼자보다 여럿이 같이 하면 더 좋다. 그러니 뛰어난 정신력까지 아니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마음 있으면 된다. 건강한 마음은 혼자서도 자신과 잘 지내야 하고 사람들과 시이 좋게 소통을 하며 지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혼자 집에 있을 때 tv를 보며 비빔밥을 먹는 맛도 꿀맛이다. 혼자 먹는 즐거움 있다면 햇살 비추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같이 먹을 때 행복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고민도 하고 연습도 해야 한다. 무엇이든 갑자기 되지 않는다. 주위의 시선으로 강요하듯 다그치는 삶이 아니라 나만의 것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느 평범한 날 생양파가 속을 뒤집고 난 후에야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잘 먹고 잘 살기에 눈이 번쩍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