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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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 일깨워주었습니다.
한 사람을 마음에 품는 다는 것은
넓은 아량과 충분한 인내와
지치지 않을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내게 허락했습니다.
그를 향한 그리움에 가슴 설레고
그와 보낸 아련한 추억 속에서
마음껏 행복할 수 있도록
그는 내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 한 구석을 내준다는 건
눈물과 가슴앓이로
시린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을 일러준 그는
지금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내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허락한 대가는
음울한 절망이며 그 절망에서
헤어 나올 방도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게 답을 해주어야 할 그는
지금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가 내게 단 한번이라도
그 절망의 깊이를 말해주었다면
그에게 아무 것도 배우지 않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