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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은새 Dec 06. 2019

기다릴 때 키스해

그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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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정확히 한 달하고 하루만에 말입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며

주황색 천막아래 앉아

그와 나는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보질 않았습니다.

그는 애써 나를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입은 연보라색 스웨터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찰나,

그는 덤덤히 내게 말해주었습니다.

그의 여자가 선물한 것이라고...

애써 태연한 척 해보지만 내 눈은 이미 흐려졌습니다.

그의 여자에게 선물 받은 옷을 입고 나오고

내 앞에서 그 선물을 자랑하는 그런 그 앞에서

한 달하고도 하루를 견디며 참아온 

나의 말들과 마음은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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