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아.
서로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한 사랑에 감사했어. 낳아주신 부모님의 뜻과 온 풍파와 세월을 거쳐온 판단을 거스르기에는 지금의 우리가 너무 초라하고, 우리는 방패없는 진심이었고 계획도 없이 멍청하게 사랑했다. 자꾸만 서로를 생채기내는 칼날은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서로를 다시 그었고, 서로에게 각자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했던 자존심이란 것은 서로를 거짓된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우리는 서로를 굳이 까발려 알맹이는 어디가고 버려지는 호두 껍질이 되기를 자처했고, 껍데기는 각자의 집앞 종량제봉투에 몸을 담가,
비로소 그것이 껍데기 각자의 위치이다.
그래도 남은 호두 알맹이는 있지, 각자 집 식탁 위에 예쁘게 올라간채로 가족들의 한끼 간식이 될지, 어디 선물을 할지 모르게 행복한 고민이 되며 환영받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호두껍질이었던 거야.
껍데기뿐인 관계였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너도 잘 알것이다.
울면서 너라는 기억을 종량제봉투로 보낸다. 오늘 찢어진 너와 나의 사진처럼.
우리의 사랑을 너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을 안다 나도 그럴것이니. 너무 상처받지 말아, 너라는 사람은 한없이 여리고 귀한 존재이니 각자 부모님의 귀한 가르침을 조금더 잘 따르고 전수받아 어딜 가서도 더욱더 귀한 대접만 받자.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행복했다. 고마웠고 사랑했다. 부디 날 한시도 떠올릴 시간 없이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