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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Feb 03. 2018

내가 사랑하는 유럽의 한 쇼핑몰

가장 매력적인 건 내가 아는 가게가 거의 없다는 것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날씨가 추워지면 밖을 돌아다니는 건 힘들어진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는 이유 중 하나.
그래도 며칠 전에는 날씨가 조금 따뜻해져서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함부르크 중심가를 돌아다니다

Hanseviertel(한즈피어텔)이라는 쇼핑몰에 발걸음이 닿았다.
이 곳은 건물 외부도 아주 고풍스럽고 유럽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라 살 것이 없어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곳이다.
무엇보다 안이 아주 따뜻해서 마음 놓고 걸어 다니기 좋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긴 했지만.









이 곳은 주로 반듯반듯한 건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 곳은 움푹 파인 커브에 금빛 금속으로 이름을 당당하게 걸어놓은 분위기가 꽤 색다르게 느껴졌다.

안에는 대략 70개가 넘는 가게나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나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내가 아는 가게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유명한 쇼핑몰에 가면 알만한 대중적인 브랜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같은 가게부터 시작해서 베네통, 록시땅, H&M, ZARA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이 곳에 있는 가게는 내가 아는 곳을 찾는 게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무지한 걸지도...)

그게 이 곳의 인테리어만큼이나 나에게 더 이국적으로 느껴졌고, 늘 새로운 것에 목마른 내 마음을 적셔주었다.




한스피어텔에 입점한 가게의 이름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쇼핑몰 가운데 즈음 자리 잡은 아름다운 샹들리에들과 마주하게 된다.

너무 예뻐서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건물의 내부도 외부처럼 빨간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있어 노란 불빛 조명을 더 은은하게 받아내고 있었다.









이 곳의 상점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은 대부분의 가게가 그렇듯이 문을 닫고 쉰다.

일요일에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건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문화 차이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나는 마음에 드는 곳에 가거나 기분이 좋은 날에는 '내' 신발을 찍는 버릇 같은 게 있는데, 이 날도 어김없었다.

바닥에 있는 특이한 소 문양을 찾아내자마자 달려가서 '찰칵'.

대체 신발을 찍는 게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으니 됐다고 생각하는 사진들 중 하나.








한참 바라보고 찍어도 너무 예뻐서 샹들리에 아래에서 정면으로 올려다보았다.

저 촘촘히 감긴 전구들은 다 누구의 작품일까.

노란 전구들보다 더 위엄 있게 반짝이는 저 딱딱한 금속 뒤로 뻥 뚫린 하늘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식당, 인테리어 디자인, 식재료 가게, 초콜릿, 카페 등 여러 가지 상점이 있었지만 우리의 눈길을 첫 번째로 사로잡은 건 의외로 '서점'이었다. 이 곳이 친구와 내가 3번째로 경험해보는 함부르크 서점이었는데, 작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기분이 들었다.

서점의 이름은 'stories!'.

말 그대로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곳.

겉으로 언뜻 보기에는 다른 서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문 밖으로 가득 진열되어 있는 엽서들과 안에는 벽을 타고 나란히 서있는 수많은 책들.

그런데도 뭔가 조금 달라보여 이끌리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 곳곳에는 새하얀 벽에 책 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목재 선반이 하나하나 매달려 있어, 그 안에 각기 다른 책을 품고 있었다.

마치 책을 사진이나 그림처럼 갤러리 형식으로 진열해 놓은 기분이랄까.

특히 젊은 연령층의 독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이 서점은 서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만큼 각국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사진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함부르크의 옛날 모습이 담긴 커다란 사진집이 특히 우리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지금과 변함없는 모습에 마치 사진 속 일반인들이 영화 속 주인공 같았다.








이 곳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얼마 전 들은 일본의 츠타야 서점 이야기가 생각났다.

서점에 오는 사람들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민하여 유니크한 문화공간으로 인기가 높다는 곳.

나는 츠타야 서점을 가보지 않아서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서점이 일반 서점을 뛰어넘어서 그 고유의 철학과 분위기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것이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졌다.








한편에는 하얀 목재 선반 안에 새하얀 책을 품고 있어 내 눈을 사로잡기도 했다.

위 사진의 첫 번째 줄 왼쪽 책을 보면 NEU!라고 적힌 종이가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이 서점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볼만했다.

서점 인테리어 자체에 '베스트셀러'를 강조하는 서점들과 달리 이 서점에는 인테리어에는 그런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대신에 '새로 나온 책'이나 '유명 잡지에 소개된 책'들은 위의 방식처럼 저 종이를 해당 책에 끼워놓는 것으로 그 안내를 대신한다.








진열돼있는 건 사진 관련 책들이 많지만 사진 관련 책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 각국의 인기 있는 책들을 소개하면서, 한 코너에는 서점의 직원들이 직접 읽고 엄선한 책들만 모아놓은 코너가 따로 있었다. (이 안내도 손글씨로 적혀 있어 뭔가 더 진심이 느껴졌달까.)








조금 독특한 서점을 빠져나와 걷다 보니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풍겨 나는 한 실내 광장과 마주했다.

둥글고 높게 솟아오른 유리 천장 너머로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은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고,

광장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지구 모양의 분수대가 차가운 물로 몸을 적시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 주위를 둘러싸듯 놓여있는 테이블에는 산책을 나온 가족이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조그만 테이블에 우리 몸도 앉혀놓고 그 분위기를 더 즐기고 싶었지만,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이제 독일에 온지도 1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이 도시를 돌아다니는 일이 예전처럼 새롭지만은 않다고 느껴졌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늘 가던 곳만 가고, 먹던 것만 먹으면 당연히 익숙해지기 마련.

아직도 내가 마음껏 누려보지 못한 많은 미지의 영역이 이 도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은 날이었다.

앞으로도 이 곳에 숨은 가게들을 종종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글, 사진: 노이

건물 외관 사진: michelelegrand.wordpress.com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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