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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Feb 16. 2018

나만 설 연휴 없어

설연휴 대신 독일의 발렌타인 문화를 공부해 보았습니다.



한국은 설 연휴로 바쁘겠지만, 여기서는 설날 분위기도 전혀 나질 않다 보니 왠지 독일도 한국도 아닌 곳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얼마 전 있었던 발렌타인에 대해 뒤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한국에 있었으면 더 이상 신경도 쓰지 않았을 일들이, 독일에 있다보니 계속 '독일은 어떨까?'라는 물음표가 자꾸 머리 속에 생기는 것 같다. 




Photo by Shaira Dela Peña on Unsplash



일단 나는 발렌타인데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가장 큰 이유는 난 사탕보다 초콜릿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 발렌타인 데이에 내가 산 초콜릿을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주거나,
직장인이 되어서는 남자 동료들에게 나눠주면서 꼭 내 몫을 함께 사서 나에게도 주곤 했다.
문제는 화이트 데이였다.
답이라고 돌아오는 게 죄다 사탕... (사탕을 별로 안 좋아함)
심지어 사귀는 사람이 있을 때에도, 



'나는 화이트 데이에 초콜릿 받고 싶어'



라고 직접 말해줘도 내게 돌아오는 건 사탕이었다. 
(가게에 이쁜 거 파는 게 사탕밖에 없었다나... ABC초콜릿도 괜찮은데...)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하는 날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관습처럼 자리 잡은 우리나라의 발렌타인 문화는 좀처럼 바뀌긴 어려워 보인다. 당연히 화이트 데이도. 그래서인지 아무리 발렌타인의 유래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발렌타인은 그냥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 주는 날'이 돼버린다. 
'이제 초콜릿 말고 이런 걸 선물하세요~!'라는 새로운 광고 외에는 새로울 것도 없는 날.
무엇보다 해가 갈수록 점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게다가 여기서는 굳이 발렌타인이 아니라도 맛있는 초콜릿을 스스로에게 매일 배식하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호기심에 조금 검색을 해보니 꼭 우리나라만 다르게 기념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본은 모두 알다시피 우리와 똑같이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방식.

핀란드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날이 아니라 '우정의 날'로 자리 잡아서 서로 우정을 표현하기 위해 작은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발렌타인데이가 더 성황리에 진행되는데, 순결과 사랑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사람들이 하얀색과 붉은색 옷으로 차려입는다고 한다.

하지만 꼭 모든 나라에서 좋은 날인 것만은 아닌가 보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 법으로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붉은 장미'는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을 정도.




그럼 독일에서 발렌타인은?

그래도 독일에서는 발렌타인을 어떻게 보낼까, 궁금하긴 해서 함부르크 출신의 친구에게 슬쩍 물어봤다.




'여긴 발렌타인 많이 챙겨?'

'아니, 별로.'




친구의 조용한 성격만큼이나 짧은 대답.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상점들의 진열대에는 발렌타인 상품이나 발렌타인을 위한 초콜릿이 진열된 곳이 있다. 우리나라랑 비교했을 때는 좀 더 조용히 챙기는 기분이랄까.

아, 조금 다른 건 발렌타인이라고 더 특별한 포장이 나오는 건 거의 없다.

왜냐면 워낙에 이쁘고 맛있고 고급스럽고 맛있고 일단 다 맛있는 초콜릿의 천국이므로. 

(사랑해요 유럽 초코!)
아무튼 독일은 넓은 만큼 주마다 문화도 차이가 조금씩 있는 편이라 왠지 이 친구의 의견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좀 더 구글링을 해봤다.

재밌는 글을 하나 발견해서 간단하게 번역해봤다.



 

'독일에서의 발렌타인에 관한 재밌는 사실' 



1.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렌타인데이를 초콜릿 회사의 상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듯이, 

독일 사람들의 16%가 발렌타인데이는 꽃 파는 시장에서 만들어낸 상술이라고 믿고 있다.

2.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하면 독일인은 발렌타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독일 인구의 36%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발렌타인을 기념해서 선물을 준다. 

3. 56%의 독일 솔로들은 발렌타인 데이를 싫어하고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마치 우리나라 솔로들이 자고 일어나면 크리스마스가 끝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4. 제일 유명한 발렌타인 선물은 역시 초콜릿!

5. 꽃과 란제리도 많이 주고받는 선물 중 하나. 특히, 장미가 제일 많이 팔려서 1,000톤 이상 팔린다고.

6. 담배, 양말, 선인장 - 발렌타인데이 최악의 선물로 꼽히는 3종 세트!

7. 85%의 발렌타인 카드는 여자가 구매한다.

8. 가장 로맨틱한 독일인은 바바리안이다. 바바리안의 54%가 매년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한다.






결론은, 독일에서 발렌타인 데이는 그렇게 큰 이벤트는 아니다. 특히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독일 전통 행사인 카니발 축제와 그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들 카니발 축제 즐기러 나가서 퍼레이드 따라다니고 놀고 맥주 마시느라 바쁘신 시기.





'구텐탁! 이런 코스프레 해야 하는데 지금 발렌타인이 문제가 아니탁!' @쾰른대성당





하지만 그것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서 (카니발 축제가 크게 열리는 독일 지역이 따로 있다.) 함부르크는 카니발도, 발렌타인도 그다지 큰 영향 없이 조용히 지나간 듯하다.


덧) 그래도 스벅에서 발렌타인이라고 여자 손님들에게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줘서 소소한 행복은 얻었다. :)




장미한송이 from 독일스벅









원문 링크: http://blog.naver.com/lifeisllll/22120974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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