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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an 03. 2018

남녀노소 불문하고 필요한 이것

365개의 선물, 그 두 번째 주머니


1996년 한겨레 뉴스의 한 단면에 이런 글이 연재된 적이 있다. 


나지막이 깔린 우울한 잿빛 하늘, 발밑에 뒹구는 낙엽, 외투 깃을 세운 사람들이 걸어가는 고색창연한 거리. 전형적인 독일의 가을 풍경이다. 이런 장면을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회색빛 날씨를 연간 일곱 달이나 겪어야 하는 독일 사람들은 건조하게 맑은 '위대한 여름' 석 달을 목마르게 기다리며 산다.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12살 이하 어린이들은 날마다 비타민D 정제를 먹어야 하고 어른들은 겨울이 채 물러가지도 않은 이른 봄이든 쌀쌀한 가을날이든 햇빛이 비치기만 하면 서슴없이 옷을 벗어젖히고 일광욕을 한다. 

- 1996년 11월 7일 한겨레 '내가 본 독일/독일인' 최영숙 님의 글 중에서 -  



2018년 1월 초인 지금, 날씨가 많이 추워지긴 했지만 함부르크의 날씨는 서울에 비하면 조금은 나은 편이다. 

적어도 아직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 덜 춥다고는 해도, 해가 짧아진 이 곳 함부르크는 그동안 내가 살았던 그 어느 곳보다 더 흐리고 어둡다. '우울한 잿빛 하늘'이라는 표현이 딱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계절이다. 

24시간 중 해가 떠 있는 시간은 8시간 남짓, 그 마저도 해가 지기 30분 전인 4시 즈음부터 이미 온 도시는 흐려진다. 한국도 낮이 짧아지고 춥긴 하지만, 뭐랄까, 이 곳은 낮 시간에도 흐린 날이 많아서 겨울이 되면 도시가 색을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함부르크가 이 정도면 아마 북유럽 쪽은 더할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겨울이 되면 유독 해가 소중하고 그립다. 늦가을에 잠시 놀러 왔던 여동생도 해가 뜨는 날이면 반가워할 정도였으니까. 



더 일찍부터 함부르크에 살고 있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겨울엔 특히 비타민D 영양제를 사서 먹으라고 권유했다. 안 그러면 우울증에 걸린다고 말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왠지 날씨에 지는 기분이라 반항심이 생겼던 것 같다. 해가 일찍 져도 크게 아쉬워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오히려 반겼다. 드디어 해가 졌네!

하지만 그렇게 11월, 12월을 보내고 나는 결국 인터넷에서 '비타민D'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단지 우울증 때문에 먹어야 하는 줄로만 생각했던 비타민D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해내는 중요한 필수 영양소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일조량이 적은 북쪽 유럽 국가들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많은 비율로 한국인의 72% 이상이 비타민D가 부족하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 여성은 90% 이상이 비타민D가 부족하다고. 오히려 이쪽 북유럽 쪽 사람들은 대놓고 해를 못 보는 날씨가 돼버리니 비타민D 섭취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해가 쨍쨍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외려 비타민D가 더 부족한 걸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이리저리 알아보다 보니 비타민D는 정말 전지전능한 영양소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몸뿐만 아니라 정신계 질환에까지도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영양소였다. 슈퍼맨이 빨간 망토를 휘날리고 날아오는 모습이 상상될 정도로 이것만 먹으면 다 괜찮아질 것 같은 영양소. 아니 그것보다도 이렇게 중요한 영양소의 중요성을 이렇게 뒤늦게 깨달은 것에 반성하게 되었다. 

비타민D가 외부를 통해서 꼭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햇빛을 쬐어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쬐는 건 피부암을 발생시키는 자외선은 통과시키고 비타민D를 합성하는 자외선은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 

나는 영양제나 약을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그럼 음식을 통해서 섭취할 수는 없는 건지도 알아보았는데,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였다. 비타민D가 가장 풍부한 음식은 생선이라는데 여기서 연어랑 참치를 제외하고는 접하기가 어렵다. 목이버섯도 좋다는데 여태 관심이 없어 그랬는지 여기 파는지 안 파는지도 모르겠다. 계란에도 들어있다지만 하루에 10알은 먹어야 권장량을 채울 수 있고, 우유라면 약 3.3리터를 마셔야 한다고. (출처: 나무 위키)



비타민D의 효능이나 결핍에 관해서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어서 비전문가인 내가 여기서 설명하기는 좀 무리가 있으니, 내가 찾아본 링크들을 글 아래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일단 개인적으로 몇 가지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게 있다면, 뼈와 아주 밀접한 관련히 있는 '칼슘 대사의 필수 영양소'라는 점과 결핍될 경우 '우울증'이 올 수 있고, '생리통'을 약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일단 뼈랑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중요한 영양소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한 큐에 모든 일을 무력하게 만드는 우울증에 관여하고, 여성들에게 매달 고통을 안겨주는 생리통에도 효과가 있다니. 이 분을 왜 이제 알았나 싶을 정도. 






그래서,

365개의 선물 중 두 번째 선물을 받을 오늘은, 

나에게 비타민D 영양제를 선물해주기로 결정했다.






패딩을 껴입고 찬공기를 가로지르며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갔다. 그 곳에 있는 ROSSMAN(로스만)이라는 독일의 한 생활용품 마트에 들러 영양제 코너 앞에 섰다. 내가 어떤 걸 살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바로 영양제 구입이다. 평소에 관심이 없다가 몸에 이상 증상이 오면 그때서야 정보를 찾고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대충하기엔 찝찝하다. 이리저리 열심히 뒤져본다. 매일 먹도록 나온 약도 있고, 일주일에 한 번만 먹어도 되도록 압축돼서 나온 형태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루 섭취 권장량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자란 지식이지만 여러 가지를 고심 고심하다가 비타민D 3 영양제 하나와 칼슘 영양제 하나를 골랐다. 게으른 성격 탓에 일주일에 한 번만 먹어도 되는 걸 살까 고민하다가, 그러면 왠지 먹는 걸 금세 잊어버릴 것 같아서 매일 섭취해야 하는 것으로 골랐다. 그리고 집에 와서 한 알씩 꺼내어 물과 함께 꿀꺽꿀꺽 삼켰다. 이걸로 내일은 조금 나아지려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함부르크는 또 비가 오고 있다. 

머나먼 이 땅으로 넘어와서야 깨달은 비타민D의 중요성을 사실은 한국에 있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내가 참고한 정보들을 아래에 링크로 정리해두었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오늘 음식으로든, 산책으로든, 영양제로든 비타민D 섭취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면 좋겠다.

무릎이 안 좋은 이모에게도 허리 아픈 우리 아빠 엄마에게도 다음엔 비타민D 영양제 사들고 가야겠다.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우리나라 학교와 회사 점심시간이 30분 늘어나서 충분히 산책할 시간이 생긴다면 참 좋을 텐데.

1시간은 너무 짧다.






비타민D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곳들을 공유합니다.

비타민D 나무 위키

- 비타민D 결핍 징후

- 비타민D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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