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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Dec 09. 2017

함부르크의 첫눈 오던 날





오늘은 함부르크에 2017년 첫눈이 내렸다.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는데 창밖으로 펑펑 함박눈이 쏟아졌다.

아직도 내리는 눈을 보면 설레고 기쁜 나를 보며 또 기뻤다.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집 주변의 풍경도 눈이 오니 새로워 보이는 마법 같았던 시간.



2017년, 첫눈, 나의 코끼리와 함께, 슬로모션



이번 첫눈은 조금 내리다 그치고 말았다.

많이 아쉬웠다.

그러다 갑자기 처음 함부르크에 왔을 때, 소복이 눈이 쌓였던 아름다운 그 날이 생각났다.

원래 함부르크는 눈이 자주 오지 않는다고, 

독일에 몇 번 와보지 않았던 내가 그런 풍경을 본 건 행운이라고 했다.



그 날은 2015년 11월 22일 일요일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2015년에는 눈이 빨리 온 편이었나 보다.

처음 온 눈 치고는 지칠 줄 모르고 내려서 창밖이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있었다.

추운 날엔 집 밖으로 몸을 꺼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도, 눈이 오는 날 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어쩔 줄을 모르게 돼버린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눈길을 따라 걷다가 집 근처의 한 공원 입구에 다다랐다. 








누가 그림이라도 그려놓은 것처럼 나무는 온통 하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서있었고,

나처럼 눈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길을 걷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

모두 추위에 모자를 눌러쓰고 몸은 꽁꽁 싸매고 있지만,

마음만은 가장 따뜻한 산책이었던 시간.







사람들이 걷는 길을 따라 천천히 따라 걸었다. 








유달리 특별한 옷을 입은 커다란 나무와도 인사를 하고,

눈길을 킁킁대는 개의 뒷모습에도 인사를 한다. 









눈이 부시게 하얗게 빛나면서도 너무나도 고요한 그 거리를 모두들 조용히 걷고 있었다.










공원 더 깊숙한 곳에 다다르자

 한눈에 들어오는 알맞은 크기의 연못과

그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이 반겨주고 있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새하얀 풍경 멀리로

꼬마들이 만들어 놓은 듯한 작은 눈사람과

여전히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꼬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푸른 잎사귀들과 이별해 있어야 하는

앙상한 나무들을 달래러 온 것처럼 

이 보드랍고 고운 눈은 앙상한 나뭇가지와 가장 잘 어울렸다.








이 때는 미처 몰랐다.

겨울이면 늘 이런 풍경일 줄 알았었는데,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올 겨울도 어김없이 눈은 내렸다.

이제 겨울은 시작일 뿐이니까.

나는 또 눈이 가득 가득 내린 함부르크의 풍경을 기다리고 있다.











글: 노이

사진: 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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