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이의 유럽일기 Nov 10. 2018

돈벌려면 꼭 해야하는 돈안드는 일





어느새 11월.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하지만 나는 오늘 아침 마치 새해 1월을 맞이한 것처럼 삶의 목표와 계획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 나에게 연초는 더 이상 예전의 연초가 아니고, 연말도 예전의 연말이 아니다. 언제 또다시 무기력의 늪에 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하고 싶어 하는 에너지가 생기는 순간 그때 무조건 그 에너지를 붙들고 계획을 세우고, 조금이라도 실천을 해두어야 한다. 그것은 시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오늘은 내 삶과 일과 그리고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의 백수 1년과 올해 창업 후 약 8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다시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싶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백수 1년과 개인 사업 8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돈'에 대해 절박하지 않을 수가 없는 한계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다시 전력을 다해서 뛰어올라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전에 삶, 일, 돈에 대한 나의 가치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중 돈에 대한 생각이 꽤 길게 이어졌고 이 곳에 정리하여 남겨두려고 한다.

우리는 거의 일생을 돈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정작 내가 돈에 대해서 착각하고 사는 부분이 많이 있다. 이것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고 올바르게 고쳐두면, 돈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건 우리 삶에서 여러모로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한 번쯤 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추천드리며 이 글이 하나의 사례로 참고가 되길 바란다.






재테크는 모르더라도 내가 돈에 대해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은 우리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살면서 한 번쯤 해봐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간단히 말하자면 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돈은 벌기 힘든 것이다.'
'돈은 언젠가는 다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돈이 없다.'
'나는 돈을 잘 모으지 못한다.'
'돈을 많이 가지게 되면, 사람이 변한다.'
'돈이 아주 많은 부자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이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나하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파헤쳐보기로 했다.







1. 돈은 벌기 힘든 것이다?


곰곰이 씹어보니 나에게 이 첫 번째 문장은 '난 안될 거야.'와 같은 의미였다. 돈 벌기 힘들다는 건 얼핏 보면 사실 그대로를 말한 진실같이 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말려들기 쉬운 위험한 생각이다. 왜냐면 그것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100%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생각은 낮은 자존감과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돈은 원래 벌기 힘들다 - 그렇게 힘든 일을 내가 해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 결국 난 안된다]



내가 '돈 벌기 힘들다'는 말을 할 때마다 무의식 중에 내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곱씹어졌을 저 일련의 의식 과정을 생각하니 앞으로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벌기가 힘들다는 건 매우 상대적인 이야기기 때문에 하나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하나 스스로에게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을 하다가 '힘든 순간'이 내게 왔다가 갈 수는 있겠지만, 내가 돈을 버는 나의 일이 '항상' 나를 '힘들게'한다면 그건 당연하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 돈은 언젠가는 다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어릴 적 나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 부정적인 인식이었다. 어린 시절, 설날이나 추석에 어른들에게 용돈을 받는 날이면 나는 부모님이 그 돈을 가져갈 것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떼어내서 숨겨놓고는 했다. 장난감에도 집착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돈이 장난감보다 덜할 리 만무했다. 어쨌든 그때의 돈에 대한 경험 - '나에게 많은 돈이 들어와도 누군가 가져가 버린다' - 는 그 경험이 강하게 무의식 중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일로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하는 게 아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시절의 그런 경험이 돈에 대한 내 인식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돈이 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나무속에 스며들어 영양분을 주고, 호수가 되어, 바다가 되어 떠돌다가 수증기가 되어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가 다시 비가 되어 내리는 일련의 과정은 누구나 학창 시절 그림을 통해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돈이 그런 '물'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처럼 그렇게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릇이 클수록 많이 담을 수 있고, 그릇이 깨졌으면 샐 것이며, 수증기가 되어 사라진 것 같다가도 다시 단비처럼 돈은 필요한 이들에게 찾아간다. 내게 돈이 적은 시기도, 많은 시기도 모두 다 지나가는 한 과정일 뿐이다.






3. 나는 돈이 없다?




우리 집은 과거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서 일을 못하고 온종일 누워 지내야 했던 날들, 그래서 다니던 피아노 학원과 미술 학원을 모두 그만두고 엄마와 함께 밤 껍데기를 까던 시절을 나는 기억한다. 밤껍질을 까도 소용이 없었는지 우리 가족이 수세식 화장실도 없던 판잣집 같은 곳으로 이사를 갔던 날들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매일 화장실 가는 길이 무섭고, 쥐덫에 걸린 쥐를 바라보는 일은 싫었지만, 집 앞 탁 트인 마당에서 개를 키울 수 있어서 좋았던 곳이었다. 어린 시절에도 사정은 좋지 않았으나 내가 기억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하지만 분명 무의식에 영향은 끼쳤으리라. 지금은 훨씬 좋아졌지만 그래도 내게는 '나는 돈이 없다'는 인식이 꽤 깊이 자리 잡아 있었던 것 같다. 똑같이 가난한 환경을 경험해도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더 악착같이 돈을 벌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없이 사는데 익숙해져 간다. 아마 나는 후자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먹고살만해지고 나서도 왜 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던 걸까?

그건 이 말이 나뿐 아니라 우리가 꽤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ㅇㅇ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 이 말은 다양한 각도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보통 우리가 이 말을 할 때 진짜 의미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충분한 돈이 없다.'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는 마치 이렇게 작용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 그런데 나는 돈이 없다 -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 않게 되고, 나중엔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게 된다.

때로는 더욱 왜곡되어 이렇게 해석되기도 한다.



- 현실: 목돈은 없어도 지금 당장 먹고사는데 큰 지장 없이 벌고 있다. (최소한의 생계유지)

- 착각: 나는 돈이 없다. -> 나는 내 생활에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내 수입은 내 생존에 위협적인 수준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내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지금 당장 따뜻하게 잘 곳이 있고, 하루에 두 끼 이상 따뜻한 밥(라면도 OK)을 먹을 수 있다면, 나는 충분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기준이므로 태클은 사양하겠음) 그리고 늘 돈이 없다고 걱정은 해왔지만, 사실 돌아보면 내가 정말로 밥을 굶을 정도로 돈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과거). 그러니 나는 지금까지 '충분한 돈이 있는데도 돈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걱정하면서 가난한 나를 불러왔던 것'이다.

물론 그런 나를 불러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바닥을 경험하면서 돈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볼 생각을 가지고 돈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게 되었으니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좋은 경험인 것 같다.






4. 나는 돈을 잘 모으지 못한다?




이건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처음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는 내 월급을 모두 관리해주려고 하셨다. 평소 내 지출이 지나치게 헤픈 것은 아니었지만, 또 그렇다고 꼼꼼히 돈을 관리하던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주위에서는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흥청망청 돈을 쓰다 돈을 모두 날려버린 누구누구 집 아들, 딸 이야기도 많이 들으셨던 것 같다. 생활비를 주고, 월세를 내줄 테니 월급 전액을 모두 아버지에게 보내라고 하셨다. 사실 그렇게 지내도 나는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당시 나는 옷도 주로 보세 브랜드를 입었고, 액세서리를 많이 하지도 않았으며, 화장에도 큰 관심이 없었고, 돈이 많이 드는 취미를 즐기는 것도 아니었고, 술은 애초에 많이 마시지도 못해서, 월세를 제외하고 내 생활비의 대부분은 식비였다.

3번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릴 때부터 '나는 돈이 없다'는 생각의 틀에 박혀있었고,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다 보니 하고 싶은 게 아예 없었다. 그래서 '내 돈을 벌기 시작하면 이런 걸 할 테다!' 같은 희망사항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버지의 의견에 반대했다.

왜일까?

2번에서 내가 이야기했던 설날, 추석 용돈에 대한 경험담을 기억하는가?

이 당시에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아마 내 무의식에서 본능적으로 이번만은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반항이 일어났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내가 받았던 돈을 고스란히 부모님께 드렸지만, (물론 내가 숨겨놓은 일부를 제외하고)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다는 본능적인 반항(?)이 꽤 강했던 것 같다. 이제 스스로 돈을 벌게 되면 어떻게든 관리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공부를 조금씩은 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아버지의 그런 말이 나를 더 허무하게 만들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아버지는 내가 결혼을 할 때까지 그렇게 관리하겠다고 하셨다.

당시 독신을 생각하던 나에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나는 내 나름의 논리와 근거로 반박하여 아버지를 설득했다. 이때 나는 조금 현명했던 것 (?) 같다.

내가 결혼을 하든, 아니면 나이가 더 들어서든 어쨌든 언젠가 내가 내 돈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돈을 관리하는 법을 익혀야 나중에 나이가 들면 더 현명하게 관리하지 않겠느냐, 라는 것이 나의 논리였다.

아버지는 예상치 못했던(?) 나의 논리적인 반박에 어느 정도 수긍하시는 듯 했고, 우리는 결국 내 월급의 절반만 부모님에게 보내고 절반은 내가 사용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지만, 어쨌든 이 경험을 통해서 나는 하나의 인식을 또 얻었을 것이다.

나는 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생각하셨기에 내 돈을 관리하려고 했다는 것.

게다가 나도 거기에 절반은 동의했으니 스스로도 절반은 인정한 셈이었다.



그 이후 지사 발령 등으로 해외 생활을 하게 되면서 월급을 보내드리기가 어렵게 되자 자연스럽게 이 계약(?)은 종료가 되었다. 물론 부모님은 그때 모은 돈을 내가 두 번째 백수가 되던 해에 돌려주셨다. 마치 공돈이 생긴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부모님께 드리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계속 '나는 돈을 모으지 못한다'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체계적이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절약을 하며 스스로 모아둔 돈이 있었다. (과거형이라 슬픈 부분)



돈 모으기에 탁월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낭비가 심하고 흥청망청 쓰는 사람은 아니었는데도 그저 모아둔 목돈이 많지 않다는 것 만으로 나는 내가 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미래에 충분히 돈을 모으고 잘 관리할 가능성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데도 말이다.








5. 돈이 많은 사람은, 인성이나 도덕성이 나쁠 것이다.
돈이 아주 많은 부자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사람들이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한 선상에 있기에 하나로 묶었다.

뉴스에 연일 쏟아져 나오는 정치인과 회사의 비리라던가, 그들의 갑질이 이슈화가 되고, 또는 그들의 아들딸의 비상식적인 사고나 행동들을 통해 미디어는 끊임없이 '부정적인 부자의 모습'을 어필한다. 그래서 나도 은연중에 생각한 것 같다. '돈이 많아지면 사람이 변한다. 가진 사람이 더 한다.' 등등.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돈이 많아서 사람의 인성이나 도덕성이 변하는 것이라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다 인성이나 도덕성이 좋아야 한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돈이 없는데도 기부를 하는 정말 천사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이 없고 인성도 나빠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돈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이 많고 선행을 많이 하는 부자들은 돈이 많고 악행을 일삼는 부자들에 비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을 뿐, 분명 좋은 부자들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거의 '모르고' 산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전쟁 이후에 친일파와 같이 민족을 배반한 사람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그들이 계속해서 보란 듯이 '잘' 살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특수성(?)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는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차분히 뜯어보니 미디어에게 세뇌당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런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더 주목받는 것일 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회사를 나와서 백수가 되었다가 개인 사업을 하게 되기까지 많은 순간을 돈이라는 녀석과 싸워왔던 것 같다. 하지만 돈은 싸울 대상이 아니라 늘 함께 걸어가야 하는 동료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돈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장대비처럼 찾아올 그들을 잘 담아둘 수 있도록 큰 그릇이 되는 훈련을 하고자 한다. 지금 내 수입이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닐지라도, 내가 공부하고 또 계속해서 도전하는 그 행위와 시간 자체가 미래의 돈을 벌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늘 기억해두자.












- 함부르크 구매 대행 블로그: https://lifeisllll.blog.me/

- 개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oey_way/

- 표지 사진 출처: Photo by rawpixel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이 잘나서 그런게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