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랜선 스승님은 법륜스님

by 노이의 유럽일기




"혹시 뭐 종교 믿는 거 있어요?"




종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내 대답은 늘 한결같다.





"아뇨, 없어요. 무교예요."






나는 종교가 없다. 어머니가 불교를 믿으시기는 하지만, 가끔 절에 따라가서 절을 하고 오는 것외에 딱히 불교를 믿을 것을 강요당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종교에 강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무언가 규칙에 얽매이는 게 싫은 사람이다. 예를 들어, 매주 교회에 가거나 매주는 아니더라도 자주 절에 가거나 하는 일 자체가 가장 싫은 이유 중 하나였고, 규칙에 얽매이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나는 그냥 나를 믿고 살고 싶었다.




그러던 내가 최근에 덜컥 불교대학에 입학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이 대학의, 정확히는 이 수업의 교수님이 법륜스님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나처럼 불교가 아닌데 법륜스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통해서가 아닐까 싶다. 나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유튜브를 통해서 처음 접하였고, 가끔 브런치나 카카오톡을 통해서 텍스트로 전해지는 말씀을 보기도 한다. 그러다 우연히 정토불교대학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아마 정토불교대학의 존재를 알게 된 즈음이 내가 독일에 오기 직전이었고, 당시 자아 찾기에 몰두해 있던 나는 관심은 있었지만 곧 독일로 떠나게 될 일정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등록을 하지 못했다.(안 한 건지 못한 건지)

그리고 독일에 와서는 정규직에 몸담고 있을 때도 마음에 넘쳐흐르던 불안이 백수가 되니 더 소용돌이치고는 했고, 난 하루살이처럼 랜선 스승님들의 영상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법륜스님은 그런 나의 랜선 스승님 중의 한 분이었다.






막상 불교대학 입학을 결정할 즈음에는 걱정도 많이 되었다. 내가 그동안 경험한 것은 격식 없이 편하게 진행하는 즉문즉설뿐이었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아무것도 없는 내가 과연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그나마 예전에 한 번 템플 스테이로 1박을 절에 묵었던 경험이 있었지만, 그조차도 일반인 대상의 프로그램이라 매우 간소하였고 불교적인 내용보다는 마음 명상 정도의 프로그램이었다.






'30년 넘게 종교에는 별 관심도 두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종교를 잘 배울 수 있을까?'

'대학이라고 하면 교수님이 여러 명일 수도 있는데, 법륜스님이 아닌 다른 분이 가르칠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지루하면 어떻게 하지?'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떠다녔는데, 다행히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입학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나서 결정을 하기로 했다.

아참,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내가 입학한 정토불교대학은 '온라인 대학'이라는 사실이다. 보통 정토불교대학은 오프라인에서, 한국을 위주로 열리고, 해외에도 종종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불교대학이 열린다. 불교대학이 열리는 도시 중 내가 사는 함부르크와 가장 가까운 곳은 베를린이었는데,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베를린까지 다닐 수도 있긴 하겠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가야 하는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꽤 커서 등록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온라인 대학이 개강된다는 소식을 전달받은 것이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랜선을 꽂고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끊길 수도 있는 인터넷 상태라 정말로 랜선을 꽂았다ㅎ),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온라인 대학이라는 것 자체도 처음이지만, 그 과목이 불교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결정을 내린 내가 신기했다.




막상 오리엔테이션을 들어보니 정토불교대학에서도 온라인 대학을 연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유럽지구 수업을 담당하는 분이 두 분 계셨고, 오리엔테이션을 듣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은 10여 명 남짓 되었다. 사람 수가 너무 많으면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데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딱 좋은 숫자였다. 몇 가지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나서 법륜 스님의 영상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왜 불교대학을 만들었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곳인지에 대한 말씀이었다. 20여분쯤 되는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내가 입학을 결정하게 된 가장 중요한 내용 3가지는 이러했다.





1. 이 곳은 종교와 상관이 없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내가 불교 신자가 아닌 상황에서 불교대학에 들어간다는 게 마음적으로 부담이 되었는데, 그런 부담을 시원하게 씻어내려 주는 말씀이었다. 이 곳은 종교가 다른 사람이 와도 되고, 이 곳을 졸업한 후에도 불교를 믿을 필요도 없다. 실제로 지금 나와 함께 듣는 분 중에도 모태신앙이 기독교고 지금도 기독교인 분도 계신다. 그리고 이 곳을 다니는 중이나 졸업을 한 후에도 불교를 믿지 않아도 괜찮다고도 하셨다. 휴, 일단 이걸로 걱정을 하나 클리어했다.





2. 불교는 사실 기도하는 곳이 아니다.


종교라는 개념은 보통 신자들이 믿는 신에게 마음을 의지하고 바람을 비는 것이다. 그건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아마 많은 곳이 그러할 것이고, 심지어 다른 종파의 불교도 그러하다. (우리 어머님도 부처님께 기도를 많이 하신다.) 여기서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꽤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불교는 원래 부처님께 빌고 기도하는 종교가 아니라 개개인이 스스로 수련하여(*수행보다 수련이라는 의미가 일반인에게는 더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표현을 바꾸었습니다.) 개인이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것이 목적이었고, 그것이 어려운 역사적 사건들을(전쟁 등) 겪다 보니 지금의 불교로 바뀐 것이라고 했다. 신에게 빌고 '의지'한다는 것이 마음 내키지 않았던 나에겐 이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고, 한마디로 좀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3. 그래서 우리의 목적은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과거에야 전쟁 같은 상황들 때문에 신에게 또는 부처에게 비는 것이 최선이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달까. 하지만 지금은 먹고사는 게 많이 해결이 되었고 심지어 경제적으로 매우 성장하였지만, 오히려 현대인들의 마음은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다시 불교의 본래 목적대로 개인의 수행이 필요한 시점이 그래서 이 정토불교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개개인이 '자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한 가르침과 실제로 개인의 삶에서 그 수련을 함께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모든 수업은 오리엔테이션처럼 법륜스님이 수업하신 내용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즉, 말 그대로 나의 랜선 스승님, 랜선 교수님이 법륜스님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고, 매주 불금 저녁 8시에 랜선 스승님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매주 올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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