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당신에게는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어떤 순간에도 당신이 느끼는 감정 상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시크릿 파워 -
곧 교환 학생으로 프라하로 떠나는 친구가 있다. 출발일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아 정신이 없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속에 나와 만날 시간을 넣을 여유는 없어보였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했다. 그렇게 까지 가까운 베스트 프렌드는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서운해지는 마음이라니. 나도 참.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도 얼마 전 의도치 않게 그 친구를 조금 서운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대화를 했었다. 다툼은 아니었지만, 의견을 같이 하기 어려운 주제의 대화였다. 아직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되는 흐름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끌고가는 재주가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떠나기 전 얼굴을 보고 섭섭한 마음을 풀고 싶었다.
정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일하는 곳에라도 찾아가서 얼굴을 잠깐 보고 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갑작스럽게 그 날 저녁 파티에 초대를 했다. 친구가 주최하는 파티는 아니었고 아마도 친구도 업무의 연장선에서 참여하는 파티 같았다. 친구랑 단둘이 가는 게 아니라 친구는 따로 같이 가는 친구들이 이미 있는 상태. 내 성격 상 이런 자리에 오래 있지를 못한다. 새로운 사람과 쉽게 섞여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주는 그룹 과제도 많고 들어야 하는 수업도 평소보다 많아서 소셜 에너지가 거의 바닥이 난 상태. 일대일은 몰라도, 파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좀 쉬기로 했다. 아직 밤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다. 몸이 피곤하고, 마음도 가라앉고 나니 머리가 괜히 이런 저런 핑계를 찾기 시작했다. 찾다보니 점점 그 친구와 나와 안 맞는 점, 서운했던 일들만 떠올리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이럴려고 얼굴을 보자고 한 게 아닌데.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러다 문득 예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 다니던 시절의 일이었다.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 중 조금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짧았던 어학원 수업이 끝나고 독일에 계속 남아있던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작게 송별회를 하기 위해 펍에 모인다고 해서 나도 초대를 받았다. 이 곳을 떠나면 연락할 일이 전혀 없는 친구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작은 선물로 독일어 책을 하나 사갔다. 선물을 사온 건 나뿐이었다. 그 친구는 진심으로 기뻐해줬고, 나도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줬다. 예상했던 것 처럼 지금은 전혀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다. 그 정도의 우정이었고 그것이 딱히 슬프거나 서운하지도 않은, 딱 그 만큼의 우정이었다. 심지어 나는 지금 그 친구의 이름은 커녕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선물을 주고 받았던 그 장소와 진심으로 기뻐하던 친구의 감정, 또 내 감정 등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돌려받지 못할 것을 알아도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응원해주고 선물을 해주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게 그래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라하로 떠나는 친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어설픈 솜씨로 포장을 했다.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그 길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원하는 짧은 편지도 써주었다. 서운함으로 마침표를 찍고 파티에 가지 않고, 그냥 적당한 핑계와 인사로 친구를 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 내 사이에 지금까지 어떤 감정이 오갔든 지금 감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의 못난 모습도 다 포함해서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내 사람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또 나를 행복하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