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카페에 앉는다.
껍질 채 썬 생강이 가득 들어간 생강차와 치즈 케이크를 테이블 위에 놓고, 가방을 의자 옆에 내려놓는다.
맥북을 열고, 메일을 확인하며 생강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린다.
옆테이블의 두 사람이 서로의 대화에 완전히 몰입한 듯 열을 올리고 있다.
분위기로 봐서는 꽤 재미난 이야기인 모양이다.
그들의 대화가 내 귀에 또렷하게 들리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의미 없는 그 소리들은 자연스럽게 배경음이 되어간다.
사람들과 적당히 섞여 지내면서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이 특수한 상황은,
한편으로는 나를 외롭게 만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고독의 즐거움을 맛보게 했다.
독일어를 못하기 때문에 못하는 일들도 많았지만,
독일어를 못하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 나라의 말을 할 줄을 모르니
귀는 열려 있었지만, 사실상 닫힌 것이나 다름없었고,
입도 열려 있었지만, 닫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세속의 모든 연을 끊고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세상에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내가 독일어를 못 한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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