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이곳에서 대체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친구도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고, 연애를 할 때도 남자친구를 자주 만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마저도 연애다운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이 거의 없거니와 제대로 된 연애 중에는 장거리도 포함이라 혼자 뭔가를 하는 일에는 이골이 나있다.
식구가 다섯인데 나만 이렇다. 사업을 같이 하시는 부모님은 24시간 거의 붙어있다시피 지내시고 지금은 결혼을 한 여동생도 제부와 연애 시절, 하루 종일 같이 일하고 퇴근 후에도 꼭 붙어 다니다 결혼까지 했다. 남동생은 호주로 워홀을 갔다가 한 달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그 이유가 '나는 내 사람들 - 가족, 친한 친구들 - 과 가까이 지내는 게 행복하다는 걸 나가고 나서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역시 나는 이 가족에서 이질적인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좋든 싫든 뭐든지 혼자 해온 경험은 해외 생활에서 꽤 도움이 되었다. 해외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의 속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독일에 오고 처음 몇 년은 내가 생각해도 나는 스스로 외로움을 잘 견딘다는 묘한 자부심까지 있었다.
하지만 잘 견딘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처럼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었던 시기에는,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깊이의 외로움을 마주한 적도 있다. 모임과 외출이 제한되고 사람들을 마음껏 만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괜찮았다. 그런데 내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오랜 시간 뒤 처음 그 제약이 풀렸을 때 사람들은 서로 그리웠던 사람들을 찾아가며 그간의 공백을 메우느라 바빴다. 그런데 나는, 정작 그렇게 두 팔 벌려 달려가 만날 사람이 없었다. 만남이 허락되어도 만날 이가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아렸다.
그래도 코로나는 일회성 외로움이라 괜찮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금방 또 잊고 살아간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다. 바로 독일의 명절인 크리스마스다. 설이나 추석은 괜찮은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렇게 외롭다.
설이 되면 가족들이 "혼자 거기서 외롭지 않으냐"며 안부를 묻는데 정작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족들이 보고 싶어 연락을 하면 이번에는 가족들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를 챙긴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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