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년 전, 아버지의 환갑을 기념해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여동생과 남동생이 결혼하기 전, 오롯이 우리 다섯 식구만 함께한 마지막 여행이었다.
가족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좋든 싫든 거의 모든 식사를 다 같이 함께한 다는 것이다. 성인이 된 삼 남매가 부모님과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나는 약 8,000km 떨어진 곳에 살고, 여동생도 30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니 일단 온 식구가 밥을 같이 먹으려면 우리 둘이 먼저 고향으로 가야 한다. 그다음은 바쁜 부모님 일정과 남동생의 일정을 맞춰서 미리 날짜와 시간을 정해두어야 한다.
해외 사는 큰 딸이 한국에 들어온 김에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일이 뭐 그리 대수냐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각자의 인생이 있고, 시간을 내어 함께 하는 일에 대한 감사함은 가족이라고 해서 덜 하지 않다. 게다가 사춘기 시절, 집안 분위기를 망치던 장본인이 나였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의 평화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동안은 여행이라고 하면 새로운 곳에 가서 좋은 구경이나 특별한 경험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의미를 더 두었다. 그런데 같이 여행을 떠나면 미리 약속하지 않아도 도란도란 둘러앉아 매끼 밥을 같이 먹게 된다. 일찍 출근해야 한다고 서둘러서 먹고 나가는 엄마나 아빠의 뒷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고,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밥만 먹고 떠나는 남동생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소화시키는 여유를 함께 누리는 그 평범한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멀리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더랬다.
여행 중에 이곳저곳 미리 찾아둔 맛있는 식당을 많이 찾아다녔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는 숙소에서 먹었던 평범한 아침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삼십 대 중반의) 딸내미를 먼 타국에 내놓은 아빠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이런 걸 조심해라, 저런 걸 조심해라, 힘들면 언제든 돌아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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