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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May 23. 2017

미니멀리즘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내 인생에 나다운 것만 남겨놓는 것


"미니멀리즘이 뭐에요?"
“어떻게 아무 것도 없이 살아요?” 
“어떻게 그걸 다 버려요?”
“아껴서 잘 써야지. 버리는 건 낭비 아닌가요?”



미니멀리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오해들을 낳고 있는 것을 본다.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대중에게 소개되고 조명을 받는 사람들은 한 분야의 최고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이고, 미니멀리즘의 최고 경지에 이른 분들의 모습에 누군가는 반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는 절대 저렇게는 못 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저자 사사키 후미오의 방


 보기에는 아름다워도 막상 저렇게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미니멀리스트는 그런 것이 아니다. 

아니, 그런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키워드는 유행일지 몰라도, 사실 나는 이것을 유행이라고 보기보다는 새로운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유행이라고 해서 덥석 덤벼들기에는 상당한 절제력과 인내가 필요한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것들에 묻혀서, 혹은 둘러쌓여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나, 혹은 벗어나보려고 했으나 작심살일 끝에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당신도 이렇게 살 수 있어요’ 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준 것이다. 


 내가 미니멀리즘을 시작한 첫번째 계기는 ‘물건’이었다. 기본적으로 지름신을 따르고, 잘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 물건을 제자리에 잘 두지 않는 습성까지 골고루 갖춘 나의 방은 언제나 비좁고 답답했다. 아가씨의 방이라고 남에게 보이기가 민망해서, 정말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니면 집에 손님을 잘 초대하지도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정리법 같은 것들을 찾아가며, 혼자서 이리저리 시도해 봤다. 하루에 15분씩 버리는 연습, 대청소가 아니라 조금씩 청소해나가는 연습. 하지만 늘 일상으로 돌아가기 십상이었다. 그러다 미니멀리즘이 유행처럼 찾아왔지만 난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그 때 쯤, 우연히 함께 하게 된 플라이어스라는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는 모임에서 누군가 ‘미니멀리즘’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좀 다르지 않을까?’ 나는 덥석 그 손을 잡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함께 시작한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된 지금에도, - 여러분이 미디어에서 보았던 그런 모습은 아니겠지만 - 미니멀리즘은 이제 내 삶의 하나의 철학으로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진지하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미니멀리즘에 대한 오해를 한 번 쯤 풀고싶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나도 무조건 물건을 버리고, 최소한의 것만을 남겨놓는 것이 미니멀리즘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물건을 버리거나, 나누거나, 되팔았다. 그렇게 한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깨닫는게 있었다. 물건을 최소화 시키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기 보다는, 나를 위한 것만 남겨두는 과정에서 더 큰 기쁨을 느낀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은,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알아채고, 들여다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만 남겨두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옷이 될 수도 있고, 가방이 될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의 연락처, 사진첩이 될 수도 있고, 중요하지 않은 일이 뒤섞인 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회사일이 될 수도 있고, 내 머릿 속에 끝없이 뻗어나가는 생각이 될 수도 있고, 내 주변 인간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스팸이 쌓여가서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게 된 메일함이 될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내 삶을 필요 이상으로 침범하고 있는 것'들을 알아채고 나에게 오롯이 필요한 것들만 남겨두는 것.



그래서,


미니멀리즘은 ‘나’를 알아가는 일이다.

미니멀리즘은 ‘나’를 챙기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Minimalism 이라는 단어는 의미적으로 ‘최소’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다른 표현이 없을지 생각해보다가 스스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내 '미니멀리즘'을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Me(나)+Minimalism(미니멀리즘)



MEnimalism:  내 인생에 나다운 것만 남겨 놓는 것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줄여서 집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당신의 삶을 돌보고, 당신 스스로를 돌보고, 그래서 나를 위한 행복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도구이다.



오늘 여러분 자신을 위한 미니멀리즘을 한 번 찾아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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