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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May 22. 2017

책을 잘 읽는 방법


 한국 사회에서 나고 자라면서 생긴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데, '뭐든지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매듭을 잘 짓는 일은 중요하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들에까지 우리는 그 기준을 적용하고는 한다. 원어민처럼 완벽한 영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책도 그중에 하나다.

나는 서점에 들어가면 몇 시간이 그냥 지나가도 모를 정도로 책을 구경하고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막상 집에 사들고 온 책을 끝까지 다 읽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출근하기 바쁘고, 야근하기 바빴던 내 일상에 책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는 별로 없었다. 가끔씩 회사를 그만두거나 해서 시간이 많아지고 나서는 그것이 핑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바쁜 척을 하며 책을 완독 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해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독서와 멀어지는 가장 큰 요인이다. 책을 끝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순간, 책은 나에게 일이 되고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된다.


 그게 아니라고, 그렇게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 책 읽어봤어?"
"아니, 읽다 말았어."


그러면 우리는 그 책을 마치 안 본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소설책처럼 스토리가 있는 책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자기계발서는 그 이야기가 다르다.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한 줄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구절을 메모해두고 다시 보거나, 내 삶에 베여들 수 있도록 작심삼일일지라도 실제로 실천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어떤 '마인드셋'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책들이 주로 나왔고 읽었다면, 요즘은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 개념의 책들이 많이 나오고 나도 읽게 된다. 그리고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일상생활에 적용시켜 보려고 한다. 아니면 다양한 책에서 나오는 가이드 중 나에게 맞는 방법을 믹스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켜도 괜찮다. 


 예를 들면, 나는 아티스트 웨이의 모닝 페이지와 미라클 모닝의 모닝 다이어리를 각각 따라 해 보다가 둘 다 하기에 시간이 너무 모자라서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었다. 나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들만 남기고, 개인 맞춤형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미라클 모닝은 읽은 적도 없고 (유튜브 영상을 먼저 보아서 책까지 읽지는 않았다) 아티스트 웨이는 책을 산 이후로 몇 달째 거북이 속도로 읽고 있지만, 책을 읽는 행위보다는 하루에 단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책에서 읽은 것을 내 삶에서 실천하는데 시간을 더 쏟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훨씬 낫다. 책을 일단 다 읽는 것을 목표로 하면, 책에서 제안하는 좋은 습관들을 생각하거나 실천하는 것은 미루고 책을 먼저 읽는 데 집중하게 된다. 다 읽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되고, 다 읽으면 완료되었다는 생각에 뒤로 미뤄두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천천히 따라 하면서 읽으면 책이 정말로 친구가 된다. 천천히 나의 길을 묵묵히 같이 걸어가 주는 친구. 


그리고 이렇게 습득한 새로운 '독서' 방법이 완독은 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로 가득찼던 내 20대 보다 적게 읽어도 훨씬 많은 도움을 준다.






당신은 책을 잘 읽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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