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당신을 위해 써야 한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오로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100만 원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저는 요즘 플라이어스라는 힐링/문화 복합 플랫폼에 등록하여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매주 공식 행사를 진행하면서 '진짜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각기 다른 주제의 모임을 갖습니다. 제가 처음 참여했던 공식 행사에 참여하기 전 위와 같은 사전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100만 원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난 무엇을 하고 싶을까?'
사실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뚜렷하게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100만 원이 아주 큰 액수의 돈은 아니면서도 나를 위해 다 쓰자니 좀 망설여지는 돈이었으니까요. 원하는 걸 하기엔 모자라고, 그에 맞는 건 딱히 없어서 굉장히 애매한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해서 조슈아 님의 진행 아래 다른 분들과 자연스럽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에버노트의 어느 구석 틈에 넣어두고 잊고 지냈던 버킷리스트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 내려 갔죠. 이런 작업을 통해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값진 시간이라고... 그 때까지는 생각했었죠. 아무튼 제가 적었던 답변에 대해 아래에 간략하게 공유해 봅니다.
- 100만 원이 생긴다면? 그리고 이것을 아무 제약 없이 오로지 자신을 위해 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할슈타트로 가서 스마트 공해에서 벗어나 앞으로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 이유는?
곧 퇴사를 하고, 다시 '내가 원하는 일'로 먹고살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싶은데 사실 당장 그만두고 돈을 어떻게 벌지 좀 막막하다. 그런데 요즘 나는 참여하는 스터디, 프로젝트는 많은데 오히려 그런 것들에 묻혀서 진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 고민할 시간이 없다. 아니 그건 핑계고 자꾸 미루는 기분이다. 표면적으로는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진짜 중요한 걸 미루고 있는 찝찝한 느낌. 그리고 퇴사하면 수입이 없어지니까 씀씀이에 굉장히 위축되다 보니, 퇴사 직후가 아니면 못 갈 것 같다.
- 하고 싶은 것?
이럴 때는 새로운 곳으로 가는 여행보다 익숙하지만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여행 가서 인터넷을 끊고 나 자신하고만 마주하고 싶다. 그런 장소로 내게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이 할슈타트이다.
- 여행지를 할슈타트로 정한 이유는?
2015년 10월 말쯤이었던 것 같다. 대학교 친구와 함께 동유럽으로 자유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때 여행 루트에 할슈타트가 있었는데,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이때 나는 내 여행 스타일이 '도시형'이기보다는 '자연형'이라는 걸 깨달았는데, 오래되고 멋있는 건축물보다 산과 호수를 바라보는 게 굉장히 많이 기억에 남았다. 보통 할슈타트는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장소에 속하지만, 친구의 바람대로 우리는 할슈타트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친구와 나란히 발코니에 앉아 맥주 한 캔을 올려놓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눈 앞에 보이는 장엄한 산등성이와 밤에 더욱 빛나던 호수를 바라보았던 그날 밤의 순간이 그 여행 중 가장 내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특히 그때 굉장히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문득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는데, 내가 그 생각을 입으로 내뱉기도 전에 친구가 그 말을 먼저 꺼낸 것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똑같아서 그때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우리가 동시에 떠올렸던 생각은 이거였다.
어떻게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지?
해는 진즉에 지고 사방이 어두워져 산도 검고, 물도 검고, 하늘도 검고, 그 검은색의 농도만 조금씩 다른 풍경 속에서 하늘에 비친 별이 간간히 호수에까지 비쳐 반짝이는데, 사진에 미처 담을 수 없었던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래서 할슈타트는 나에게 '힘들 때면 다시 가고 싶어 지는 1순위 여행지'가 되었다.
'할슈타트로 여행하기'라는 저의 꿈 외에도, '초콜릿 복근 만들기', '수채화 그려보기', '무언가에 몰입하는 시간 갖기', '자신만의 음원 만들기', '시각 장애우들을 위한 오디오북 녹음하기', '가면 쓰고 명동 한복판에서 춤춰보기' 등 다양한 꿈들이 나왔습니다.
사실 그냥 '꿈'이 뭔지에 대해 생각하면 굉장히 막연해집니다. 꿈의 정의, 의미, 크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100만 원'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생각했을 때의 내 꿈은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꿈 하나 하나'가 모여서 커다란 나만의 색깔과 모습을 가진 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에게 꿈이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꿈 하나 하나의 집합
우리는 각자의 꿈을 설명한 뒤에 누구의 꿈이 가장 공감 가고, 응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 한 번씩 깊이있게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던지라 눈을 감고 손을 든다든지 하는 긴박감 있는 투표가 아닌, 공개적으로 투명한(?) 투표를 진행했고, 감사하게도 저의 꿈이 가장 많은 오프라인 '좋아요'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를 대반전 시켰던 호스트의 한 마디.
축하드립니다, 진짜 백만 원을 드립니다!
"네에??? 네에??? 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저의 반응은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솔직하게 온 몸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저 잊었던 내 꿈이 무엇인지 되새겨보는 자리인 줄로만 생각했던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그 꿈을 응원하고 지원해주기 위해 극비로 진행된 깜짝 이벤트였던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백만원을 받아서 여행을 가고 끝나는 것이 아닌, 모두의 응원을 받아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니 만큼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갑작스럽기 그지없는 여행의 목적과 일정과 필요한 리스트들을 함께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천하지 못할 경우의 공약도 있었는데, 공약은 다른 멤버들의 꿈을 대신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
멤버들로부터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할슈타트하면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만큼 풍경을 예쁘게 담아오고 싶었는데, DSLR 문외한인 저는 한 멤버 분에게 DSLR 다루는 법을 배우고 함께 출사도 가기로 했습니다. (출사 이야기는 번외편으로 추후 따로 남길 예정입니다.)
그렇게 제가 여행을 가기 전에 정했던 규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힐링 여행 후 여행기, 느낀 점 등을 수기 기록할 예정
2. No Internet, no laptop (노트북 안들고 가요! 인터넷은 꼭 필요한 일 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3. 페이스북, 카톡, 인스타 등 SNS 삭제
4. 힐링 여행 후 기록으로 남겨 브런치에 올릴 생각입니다.
(출국 당일, 플라이어스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 옮김)
그렇게 저는 정말 갑자기 할슈타트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 다음 편 브런치 발행글 보러가기
: 10시간의 장거리 비행에서 내가 얻은 것 https://brunch.co.kr/@noey/6
이 여행 후기는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드는 곳, 플라이어스'에서 진행하는 버킷리스트 달성 프로젝트의 하나로 여행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지원금인 100만원을 넘어가는 여행 비용은 개인 비용으로 충당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