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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Nov 08. 2017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은

왜 늘 다른 걸까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독일에서 살기 위해 함부르크로 넘어온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올 해는 나에게 유난히도 특별했다. 

내가 내 삶을 주도하는, '주도적인 삶'을 살아보자고 다짐하고 왔다.



내가 내 인생을 잘 끌고 가고 있는 건지 한 번쯤 돌아볼 시기가 되었다. 

책상에 앉아 조용한 음악을 튼다. 

밖은 어느새 많이 쌀쌀, 아니 추워졌다. 



내가 지금껏 살았던 지난날들과 올해가 가장 다른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새롭게 추가된 나의 습관이다.

나는 매일매일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무엇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써왔다. 그렇게 해야 지금 이 순간을, 오늘 하루를, 결국은 내 인생을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과는 늘 달랐다.




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다른 걸까? 



이 질문이 지난 3개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호기롭게 안정적인 직장과 커리어를 버리고 결혼을 포기하고 독일에 왔다고는 하지만, 

나라고 두려움이 없고 겁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당장 무엇에 가장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는 분명했다.

그중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 지도 명백했다. 

하지만 그중 그 어떤 것도 놓지 못한 채,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정작 너무나도 원하는 일 앞에서는 돌진하기보다는 주저하는 사람이 나라는 걸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니, 이게 너무나도 원하는 일이긴 한 것일까. 



내가 원하는 일은 내가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비 충당을 위해 다른 사람의 돈을 받고 하는 일은 내가 지금 당장 하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뒷전이 돼버린다.

주객전도.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였다.



수능만 열심히 보라고 해서 

수능 보고 대학에 갔더니

좋은 회사 취업해야 한다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가정 꾸려라.

끝없는 주문이 들어왔던 이전의 내 삶과 조금 닮은 모습도 얼핏 보였다. 




한 가지 단계를 마무리했다고 해서 그게 전부가 아닌 거다.

꿈을 찾았으면 그 꿈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하고,

현실과 적당한 타협을 하면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마치 내 아이처럼 소중히 키워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가 개인에 대한 주문을 강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사회가 주문한 일을 하는지 마는지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내가 그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문을 스스로도 원하고 적극적으로 쟁취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고,

그 주문을 원하지 않으니 정중히 사양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내 삶이 되는 것이다.




사회가 주문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삶이 불행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일에는 아무런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그 일을 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인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인지에 따라 개인의 행복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앞으로 바라는 사회는, 개인이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하는 사회이다.




이런, 너무 많이 왔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결국 지나침이 되고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다. 

생각을 잠시 멈추고 길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나의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는 일'로 바꾸는 길을

멈추지 않고 가기 위해 

오늘 세 번째 회사를 그만두었다. 





ps. 앞으로의 내 삶은 유전자로 만든 내 아이를 낳고 키워가느냐, 

내 가슴으로 낳은 내 꿈이라는 아이를 낳고 키워가느냐의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글: 노이

커버 사진: Photo by Tobi from Pexels http://bit.ly/2Alq1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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