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아닌 9년 차 디자이너의 자립 프로젝트
2022년 1월 1일 0시.
브런치의 첫 글을 써 내린다.
나는 디자이너다.
UX 디자인으로 시작한 디자이너로서의 삶은 총 3개의 직장을 거치며 햇수로 9년 차가 되었다.
UX, 웹, 모바일, 인하우스, 모션그래픽, 브랜딩...
선배들이 의례 말하듯 9년 차가 되니 모든 디자인을 하게 되었다.
디자인 분야를 가리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진 않았다.
왜냐하면 목적에 맞는 디자인을 한다면 그것이 웹이든 패키징이든 굿즈든 아웃풋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원리는 같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시각적으로 적합한 이라면 무엇이든 보여주는 직업이다.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수단이 무엇이 중요하랴. 이런 일련의 과정을 사람들은 아트 디렉팅이라고 표현하였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아트 디렉팅이라 보일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남들이 아트 디렉팅이라고 표현할 수준의 작업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인정은 내 안의 기준이 만족하면 된다고 하는데, 선배들이 보여준 아트 디렉팅을 내가 하기엔 높은 기준이었다. 난 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아트 디렉팅 경험을 하지 못했다. 다른 분의 아트 디렉팅이 나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그 경험을 해도 되었었는데, 왜인지 조급해졌다. 회사에서 기준이 높다면 그 허들을 내가 뛰어넘으면 되었는데 항상 나는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던 것이 관성으로 작용했는지, 막막하고 힘들었던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서인지... 그 생각들의 결론은 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여기 높은 기준을 못 맞출 것 같으니 내가 밖으로 나가 나만의 기준을 잡고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서 성공적인 아트 디렉팅 경험을 쌓고 세상에 인정받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무모하고 어리석은 생각 같은데 그때는 지금 상황의 답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퇴사.
회사엔 많은 좋은 분들이 계셨다. 내 퇴사를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와 나아가 내 인생의 조언과 걱정이 이어졌다. 그분들이 갖고 계신 지식과 철학, 경험, 사례 등을 공유해주시며 많은 생각과 기회를 주셨다. 나는 나의 직감을 믿으며 나의 궤도를 그리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며 퇴사를 감행했다. 더불어 오래전 꿈꿔왔던 모션그래픽을 배우고 싶다며, 더 높은 성장을 하고 싶다며 디자인의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이유를 전달드렸다.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했다.
나의 계획은 모션그래픽으로 디자인 역량을 키우고 인터렉션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다. 현재 나는 웹 디자인에 아주 특화된 사람이었고 작업 속도도 빠르고 퀄리티가 높았다. 아울러 UX로 디자인을 시작하였기에 시스템이나 모바일 같은 디바이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었고, SBS에서 모션그래픽으로 프리랜서를 한 경험도 있다. 퍼블리싱도 작업 수주가 가능하고, iOS 같은 개발 언어도 배우고 있었다. 브랜딩 작업도 다수 진행했고, 책자나 패키지 제작 경험도 있다. 여기에 모션그래픽에서 3D 같은 움직이는 영역만 좀 더 배운다면 디자인의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 내가 원하는 그 아트 디렉팅 다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트 디렉팅을 나에게 맡겨주는 회사가 당장 없을 테니 나는 내 회사를 차리고 작은 프로젝트로 아트 디렉팅을 시작해보려 한다. 어떤 프로젝트가 날 만나게 될까. 내가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겠지만, 미래의 일이고 아직은 불확실한 상태이니 기대가 된다. 만날 생각에 설렌다.
10년도 아니고 9년 차에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마냥 10년도 안 채우고 독립한 어느 한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디자인 스튜디오 독립기를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