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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범 Jun 15. 2020

흔한 저녁의 풍경

고래와 시집 #2

흔한 저녁의 풍경


조금은 이른 퇴근

집안을 지키는 고양이는

배고픈 울음소리로 집사를 맞이하고

지친 이는 짐을 내려놓고 소파로 직행한다


딸깍. 오후 7시. 라디오처럼 틀어놓은 벽걸이 TV. 딸깍. 오후 7시 45분. 늦은 점심식사 후 밀려오는 배고픔. 딸깍. 오후 8시. 고민하던 15분과 결정된 저녁 메뉴. 딸깍. 오후 8시 30분. 존재를 잊고 있던 고양이의 뱃살 습격. 딸깍. 오후 8시 50분. 배고픔의 절정을 다다를 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 딸깍. 오후 9시 10분. 다 먹은 저녁을 정리하는 봉투 묶는 나의 모습. 딸깍. 오후 10시 50분. 어느덧 지나간 시간에 놀라 눈을 비비는 소파 위의 잠 꾼. 딸깍. 오후 11시. 정신을 차리고 잠깐 일어선다


날이 더웠는지 땀냄새가 나는 옷을

세탁기 속에 던져버리고

짧은 샤워를 한 후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신다


딸깍


밤 12시가 다가오는 시간

귀찮은 잔업은 내일의 나에게

피곤한 몸은 오늘의 소파에게

외로운 마음은 다리 밑 고양이에게


딸깍

벌써 내일이 된 하루


일찍 잠에 들기 위해 누운 침대 위엔

눈이 부시게 빛은 내뿜는 직사각형의 화면이

잠들게 될 나를 위로하고 있다


딸깍. 새벽 4시. 잠에 들어 코를 고는 나. 침대 위를 뒹굴고 있는 고양이. 그리고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아침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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