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5.
직업 연예인이 아닌 남녀를 모아놓고 연애를 부추기는 ‘리얼리티 연애 예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 지 오래다. 2021년 「나는 SOLO」의 성공이 기폭제가 되어 폭발한 이 장르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주제다. 이성 간에 어떻게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는지 여과 없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극사실주의를 표방하는 이런 류의 포맷은 시청자를 끌어들였고 수많은 아류를 양산했다. 이혼자, 헤어진 연인들처럼 점점 더 세분화된 컨셉이 나오더니, 심지어 무속인들만 따로 모아놓고 관찰하는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이런 장르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컨셉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보는 사람이 있고, 출연하겠다는 사람이 있고, 결정적으로 돈이 되니까 계속 제작되는 것일 테다. 시청자 취향의 스펙트럼은 엄청나게 넓다. 취향이 아니어도 멍하니 보게 되는 게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포맷은 ‘되는’ 사업이다.
그런 면에서「나는 SOLO」의 제작자는 집요한 면이 있어 보인다. 이 사람이 불운한 사건으로 종영되었던 SBS「짝」의 담당 PD라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SOLO」가 성공하기 전인 2020년에는 동일한 포맷으로 「스트레인저」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런 포맷을 고집하는 데에는 나름의 사명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되는’ 사업이라는 점이 더 지배적인 요인이 아닐까.
이 프로그램은 제작자의 집요함을 닮았다. 집요함은 일종의 ‘철학’이다. 이 철학은 카메라에도 담긴다. 카메라는 집요하게 출연자를 좇는다. 시청자는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며 관음증을 충족시킨다. 그 과정에서 발견된 적 없는(혹은 공개된 적 없는) 내밀한 욕망을 발견한다. 저 멀리 속닥거리는 출연자의 모습이 비치면 그 말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일고, 프로그램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수없이 많은 카메라가 모든 출연자를 사방에서 좇는다. 그리고 취사 선택되어 편집된 영상이 시청자의 눈앞에 전송된다. 최종적으로 방송되는 출연자의 비중은 철저히 상업주의의 논리를 따른다. 누가 더 많은 이슈를 양산하는가, 누가 더 시청자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인가. 누가 돈이 될 것인가.
자본은 냉정하다. 다수결이 아니다. 자본이 선택하는 승자가 언제나 따로 있다. 10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 군무를 출 때, 카메라는 인기 있는 소수, 가장 예쁘고 잘생겼다고 인정받는 한 두 명의 얼굴을 집요하게 좇는다. 단체로 인사할 때를 제외하곤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멤버가 더 많다. 이 카메라의 시선은 시청자의 선호를 ‘정확하게’ 반영하는가? ‘공정함’은 합당한 말이 아니다. 자본은 공정함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이것은 오래된 논의다. 카메라는 ‘존재하는’ 세상을 비추는가, 카메라에 비친 세상을 우리는 ‘존재한다고’ 믿는가. 현실은 카메라에 의해 구성되는가. 수용자는 능동적으로 해석하는가. 혹은, 매체와 대중은 상호작용하는가.
논의는 필요한 것이고 지속성을 요한다. 소모적이고, 그렇기에 수렴되어 소멸해야 한다는 면에서 논란은 이와 다르다. 이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는 잡음을 내면서도 지속성을 가지고 유지되는 것은 ‘논의’할 점과 ‘논란’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관음하는 카메라가 유도하는 관음증적 시선에서 출발한 것이 분명한, 출연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와 모욕 문제가 있다. (그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출연했으므로 마땅히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과 인권 침해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제작진과 출연자의 대립도 있다. 흔히 ‘악마의 편집’으로 불리는 현상은 제작자가 독점한 권력으로 인해 발생한다. 생산자가 원료를 가공하는 문제와는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제작자들은 원료(촬영분)를 가공(편집)해 시청자가 원하는(혹은 원한다고 판단되는, 혹은 원했으면 하는) 상품을 내놓는 데 집중한다. 소비사회에서 생산자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상품을 내놓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니즈는 윤리적이지도 고결하지도 않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진정성 논란도 뒤따른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한 비판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자들은 우리 프로그램은 ‘진짜’로 리얼리티라고 강조한다. 동어반복이지만 언제부턴가 저 문장이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은 잊혔다.
새로운 회차가 나올 때마다 문제점은 지적된다. 비슷한 논란이 끝없이 이어진다. 논란은 돈이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