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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Nov 16. 2018

빗소리가 아름다운 베트남

비가 내린다. 베트남의 빗소리. 이들의 순하고 억척스러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 그 빗소리가 아름답다.


천해절경 하롱베이


V'spirit 크루즈에 올랐다. 베트남의 정신이라는 배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4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온 하롱베이. 2000여개 섬들이 우리를 반긴다. 중국의 장가계를 바다에 펼쳐놓은 아니 그것보다 더 멋진 절경이 눈부시다.



배 이름은 마음에 들었지만 날짜 때문에 등급이 낮아진 배는 역시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엔진 근처 숙소는 석유냄새로, 약간 습습하고 불쾌한 냄새가 흐르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다. 참 난감했다. 다행히 훌륭한 요리는 만족스러웠고, 해수욕과 카약, 친절한 직원들은 이들을 상쇄시켜주었다. 


흐르는 물결에 스쳐지나가는 기암괴석과 그 위에 자라나는 강인한 생명력의 나무들은 베트남의 정신처럼 보일 정도로 인상적이다.


팔에 근육이 생길정도로 카약을 타고 저녁식사 후 퍼즐 대회가 열렸다. 8개의 조각을 네모난 상자속에 집어넣는 게임이었다. 30분이 넘게 용을 썼지만 못풀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팀과 영국친구팀이 같이 풀어서 맥주 5병을 선물로 받았다. 역시 게임은 이겨야 제맛. 즐거운 밤이 이렇게 끝났다.


다음날 아침. 성솟동굴 탐험에 나섰다. 바닷물이 들어와 만든 이 동굴의 천장은 파도의 너울처럼 굉장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하롱베이에서 제일 큰 이곳에서 베트남인들이 과거 프랑스 군을 피해 있기도 했다고 한다. 베트남에는 세계에서 제일 큰 동굴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 동굴은 아직 많이 개방되지는 않았지만 이곳 사람들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절경을 뒤로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이것도 투어라고 쇼핑이 껴있다. 바가지 요금에 여행의 질을 떨어뜨려 질색인 이런 가게에 올 때마다 기분이 영 그렇다. 조개에 핵을 넣어 진주를 만드는 불거리를 제공 해주어 위안을 삼는 정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노이바이공항에서 후에로 가기위해 줄을 섰다. 그런데.. 2시간 비행기 연착. 아 그래 이곳은 베트남. 연착으로 유명한 베트남 국내선 탑승 공항이었다. 오명을 다시 상기 시켜준 덕에 우리는 2시간을 눕지말라는 경비의 눈치를 보며 공항에서 보내야했다. 더욱 가관은 2시간을 기다려 탄 비행기에 자욱한 수증기. 에어컨디션 중이라는 황당한 설명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베트남 항공이다.


다낭의 미케해변


후에를 거쳐 다낭으로 왔다. 프랑스 식민시절. 그들의 휴양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 이제 다낭이 세계적인 휴양지가 되어 베트남의 품으로 돌아갔다. 


산 꼭대기에 만들어진 바니힐을 보면서 문득 이 산중  놀이동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베트남인들이 동원되어 희생되었을지 화가 치민다. 

부산 해운대 느낌이 나는 이곳 미케 해변은 정말로 긴 백사장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미케해변은 아이들이 뛰어놀기 정말 좋은 곳이다. 부드러운 모래에 얕은 수심이 아이들을 바다로 이끈다. 


다낭 근처에 있는 16~17세기 무역항으로 유명했던 호이안로 발길을 옮겼다. 전통가옥이 보존되어 있고, 한국의 인사동거리와 매우 비슷하다. 거리마다 기념품과 예술품들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쇼핑을 즐기지 않아 별 관심이 가지는 않지만 이곳 사람들의 손재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돌도돌아 어느덧 밤이 되고 소원을 등에 적어 물에 떠내려 보내는 노점에 다다랐다. 작은 소녀가 엄마와 함께 소원등을 팔고 있다. 외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이 소녀는 시크한 표정으로 등을 건낸다. 



각자 소원을 적었다. 호이안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모두의 소원이 이뤄지길 기원해본다.


사람이 넘쳐나지만 그 돈이 이곳 사람들의 행복에 얼마나 도움지 될지는 모르겠다. 돈이 먼저인 사회에서 행복은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다.


1988년 모이도이 즉 개혁개방 정책으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인 이들이 꿈꾸는 미래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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