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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Nov 16. 2018

호치민의 나라, 베트남

호 아저씨의 나라, 베트남


호치민 주석의 영묘를 찾았다. 바딘광장 위에 우뚝 솟은 호치민의 묘. 베트남의 상징이자 붉은 베트남 국기 속에 휘날리는 하나의 별. 베트남 사람들 마음 속에 호아저씨(베트남어로 '박호')로 살아있는 그가 영원히 살아 숨쉬는 곳이다. 



호치민 박물관 앞에 들어서니 계단위에 인자하게 웃고 있는 그의 동상이 우리를 반긴다. 독립을 선언한 날과 같은 날짜인 9월 2일 눈을 감은 그는 진정 베트남과 한 몸일 운명이었을까. 


천천히 박물관을 둘러보니 그의 소박한 유품과 응우엔아이쿡(애국자)라는 가명으로 활동했을 당시의 편지와 활동기록들이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 색이 풍기는 선전화들. 이런 포스터가 이곳 사람들에게 어느정도 영감을 주고 있을지 궁금하다. 해방과 평등이라는 이상과 지금의 개방된 현실 속에서 이곳을 찾은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정도 와 있을까. 



동굴 속에서 정글 속에서 움막을 치고 불을 피우고 프랑스와 싸워 이뤄낸 독립.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싸워서 유일하게 이긴 나라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탁자에 앉아 집무를 보는 호아저씨의 밀랍인형이 마치 살아있는 듯하다.


박물관을 나와 바딘광장을 걷는다. 독립기념일인 9월 2일 매년 이 광장은 그때 그랬던 것처럼 호치민을 기억하는 사람들로 꽉찬다고 한다.


한참을 걸어 바딘광장 끝에 이르자 주석궁이 나온다. 북베트남은 식민지 시절 프랑스의 통치기관이었던 건물을 해방 후 주석궁으로 사용했다. 호치민은 호화스러운 주석궁이 아니라 그 옆에 작은 집을 지어 그의 소탈한 성품대로 살았다. 



울창한 망고나무와 호수 정경이 참 아름답다. 그가 쓴 자동차, 집무실, 그리고 작은 침실과 서재를 보고 있노니 그가 살아있을 때가 떠오르는 듯 하다.


발이 아파 신발을 사러 하노이 최대 전통시장인 동쑤이 시장에 왔다. 이곳은 남대문 시장처럼 물건이 굉장히 많다. 신발가게를 겨우 찾았지만 모두 도매라 5컬래는 사야 판다고 한다. 겨우겨우 헤메다가 신발을 샀다.


간단한 베트남 요기거리와 코코넛 주스를 마시며 시장구경을 했다.  도도한 베트남 시장 상인들은 정말 인상적이다.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는 식. 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 그럴까. 아무튼 북베트남 사람들의 자존심 쎈 셩격을 엿볼 수 있었다.


하노이 국립미술관


하노이 국립미술관에 왔다.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다. 1층은 석기 청동기 시절부터 왕조 시절까지 고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2층 부터는 현대미술 전시관이다.



베트남의 미술은 베트남 특유의 전통과 사회주의 리얼리즘, 지금의 자본주의적 색체가 혼합 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오동나무 비슷한 갈색나무 위에 음각으로 조각을 하고 채색을 하는 기법의 작품들이 꽤 많이 보인다. 


소박한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 프랑스와의 해방전쟁 당시를 묘사한 전쟁사 그림. 미국과의 통일전쟁을 묘사한 다양한 작품들이 많다. 뛰어노는 아니들과 같이 있는 호치민의 그림. 밀림을 행군하며 병사들을 이끄는 호치민과 생기넘치는 베트남 병사들. 우리에게는 베트콩으로 불리는 적이었지만 그들에게 이들은 독립운동가이자 통일운동가들 아니었겠는가.



인상깊은 작품은 사이공으로 진격하는 탱크부대를 묘사한 작품이다. 그들의 자부심을 가장 잘 묘사한 느낌이다.

 

북한에서 자주 보이는 학살자 미군과 비슷한 그림도 보인다. 베트남에서도 미군은 양민학살을 저질러 국제 여론에 치명타를 입었다. 


<사이공의 소원>이라는 작품은 아이안은 엄마가 연꽃을 들고 프랑스와 일본 그리고 미국이 연달아 지배했던 남베트남 국민들의 해방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하고 있다.


오른손에 아이를 안은 어린 누이가 왼손에 책을 들고 공부하는 브론즈 작품도 매우 인상적이다. 베트남인들의 강한 생활력이 느껴진다. 우리네 정서와 매우 유사한 한과 의지, 그리고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베트남은 우리 민족과 참 비슷한 역사를 가졌다. 800년 중국의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독립된 왕조를 세워냈고, 프랑스 식민지배 80년을 극복하고, 미국과 싸워 30년 분단을 통일로 이끌었다. 그 저력이 궁금하다. 지금 비록 경제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하나 앞으로 금방 일어날 그들의 저력이 보인다.


미술관에서 나와 아이를 위한 베트남 전통수상인형극장을 찾았다. 농경을 하며 살았던 이들의 해학과 익살이 그대로 전해지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모두 이해가 되는 아이도 어른도 웃을 수 있는 한번 쯤 볼만한 작품이다. 오늘은 호치민과 함께한 날, 베트남에서 가장 의미깊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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