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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Nov 16. 2018

베트남, 사람들 속으로

병원


비행으로 피곤한 덕택에 늦은 아침을 먹고 신나게 풀장에서 놀고 있었는데 사고가 났다. 수영장 계단에 무릎을 부딪혀 찢어진 것이다. 


상처를 보니 꿰매야 될듯하다. 아 복잡하게 생겼군. 내가 챙겨간 구급약 보다 더 열악한 구급함을 보고 병원행을 택했다. 다행히 리조트에서 사과하고 모든 비용을 지불해 마음은 풀렸다. 이것도 추억이겠지.


시골의 베트남 병원에 갔다. 초등학교처럼 큰 건물의 낡은 병원이다. 의사는 임신한 산파 때문에 없고 간호사가 봉합을 해준다. 지혈제, 마취제, 항생제를 달라고 구글번역기로 통역하며 2바늘을 꿰맸다. 한국에서라면 10바늘정도 꿰맬 상처인데 이곳은 간단하다. 약을 처방받아 약국에 갔다. 동종직종을 반갑게 확인하며 오늘 헤프닝은 이렇게 끝났다.



봉합을 하고 이대로 여행을 망칠 수 없어 계획대로 낚시를 갔다. 그들도 미안한지 1인비용에 4인 낚시를 제공했다. 이 리조트 옆에 사는 베트남 부부의 작은 통통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는 가두리로 향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바다가 참 멋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런 바다다. 


첫번째 수확은 아이가 했다. 입질한 고기가 낚였다. 진짜 낚시대까지 가져온 나는 한마리도 못잡아 체면을 구겼다. 우리가 영 못낚으니 이 베트남 부부가 잡기 시작했다. 결국 피라미 만한 물고기 5마리를 잡고 끝. 낚시는 원래 물고기가 아니라 세월을 낚으러 오는 것이니 뭐 괜찮다.



성당 


우리는 근처 가까이 성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택시를 불렀다. 3km쯤 달렸을 즈음 작고 아담한 성당에 도착했다. 마침 미사를 끝낸 신자들이 나오고 있었고 장모님은 잠시 들어가 기도를 드렸다. 


베트남 사람의 10%정도가 가톨릭 신자라고 한다. 어머님이 헌금을 아려고 2십만동을 꺼내들었다가 만동을 내셨다. 이곳 돈이 우리나라의 1/20이라 적은 돈도 만게 느껴진다. 나중에 500원을 헌금한 사실을 안 어머님은 두고두고 후회를 하셨다. 


우리는 걷고 걸어 식당을 찾았다. 좀 걸어 가면 된다는 손짓에 걷기 시작했는데 그 말을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 가도가도 문을 연 식당은 없고 허름한 카페만 나온다. 결국 친절한 베트남 여성이 택시를 불러줘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옆 테이블 대학생들에게 물어물어 2가지 메뉴를 추천받아 주문을 했다. 나온 치킨과 소고기 죽은 정말 다시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대나무 숯으로 직접 굽는 직화구이 통닭은 자연산 닭고기의 쫄깃함과 숫출구이의 감칠맛이 더해져 일품이었다. 


옆테이블의 대학생들은 우리와 매우 친해지고 싶어했다. 나중에 자리를 잡아 우리를 초대하기까지 했다. 후에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이들은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물론 내 영어실력이 별로 도움은 안됐겠지만 유쾌한 시간이었다.


HANG CAU 식당


다음날도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안보면 좋았을 그곳의 실체를 나는 보고 말았다. 전혀 냉장되지 않은 고기 덩어리, 때가 끼어 검어진 도마, 미리 삶아 놓은 야채와 죽들.. 알 수 없는 상하수도, 날리는 닭 똥들.. 더 충격적인 사실이 아직 남아있었다. 


어제 통닭을 굽는 시간이 상당히 오려걸려 우리는 리조트에서 미리 식당으로 연락을 해서 주문을 해놓았다. 리조트 직원은 버터바른 화덕구이에 버터가 없다고 다른 알아들을 수 없는 xxx도 괜찮냐고 물어봤다. 아주 맛있다면서. 당연히 바르는 양념 중 하나로 생각한 나는 OK했다.


근데 막상 나온 요리는 구이가 아니라 후라이트 치킨이었다. 약간 살도 없고 먹잘 것이 없어 실망했지만 먹을만은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나가서 보니 우리가 먹은 것은 파랑새였다. 우리안에 있는 비둘기만한 푸른 깃털을 가진 동화에서만 나오던 파랑새를 우리는 먹었다. 하긴. 언제 또 이걸 먹어보겠나. 


장모님은 안 믿고 싶어 하셨지만 인심좋은 주인장은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아주 맛있다며 파랑새를 가르켰다.


마지막 일출. 붉은 기운이 감돈다.


아름다운 산이 바다를 감싸고 있는 신비로운 이곳에 빨간 해가 떠오른다. 그리 습하지 않은 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통통배들이 서로 엔진소리를 뽐배며 어디론가 향한다. 붉게 물든 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거니는 베트남 어부들의 삶이 두 눈에 들어온다. 



그래 여행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드는 것. 인생에서 스쳐지나가는 수 없이 많은 장면 중 다시 뇌리를 스치는 그 단 한 장면을 엮어가는 것. 많은 상념과 번뇌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것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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