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삽질 Nov 16. 2018

사이공의 흰옷

남부의 수도, 사이공


지금의 호치민. 과거의 사이공에 도착했다. 확실히 북부 하노이나 중부 후에 다낭보다 발전되어있다. 거리에서 낮은 의자를 깔아놓고 먹는 가게도 별로 없고 도로도 깨끗하다. 우리나라 정도는 아니지만 식당의 청결도도 준수하다. 


짐을 풀고 첫번쨰 장소로 통일궁을 향했다. 이곳은 과거 월남의 대통령이 사용하던 관사로 전쟁 당시는 미군 작전지휘소로 활용되었다. 관사 앞 정원에는 여기를 점령했을 당시 진격했던 탱크가 세워져있다. 


내부에는 여기를 폭격했던 비행기 조종사가 밝게 웃고 찍은 기념사진이 걸려있다. 통일을 이뤄낸 이들의 승전물들이다. 당시 미국은 대사관에서 헬기를 타고 도망을 쳤고 마지막에 남은 월남 대통령이 여기서 체포되었다.


호사스러운 관저에서 독재자의 말로가 좁은 서재에서 철학의 빈곤이 느껴진다. 그들이 통일을 이뤄낸 저력은 독재자를 물리친 남부 베트남 국민들의 투쟁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통일궁을 지나 노틀담 대성당으로 향했다. 프랑스 식민시절인 1800년대 지어진 성당으로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성당 앞에는 성모마리아 상이 우뚝 서서 인자하게 사이공 시내 중심부를 바라보고 있다. 


관광객 출입시간은 지났지만 다행히 미사시간이라 가톨릭 신자인 우리 가족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웅장한 성당의 내부장식과 규모가 상당하다. 어머님은 미사를 드리며 가톨릭 신자로써 의무를 다하셨고, 우리는 열심히 성당을 두리번 거렸다. 


베트남 전의 상흔이 담긴 마지막 밤


오늘은 치열한 미국과의 격적지였던 구찌터널을 보고싶었지만 뒤로 미루기로 했다. 아픈 아내를 끌고 갈수는 없어 오랜만에 아이와 수영장에서 계속 놀며 하루를 보냈다. 


자는 가족들을 남기고 홀로 호치민 미술 박물관을 찾았다. 은은한 유럽풍 건물은 식민지 시절에 건축된 듯하다.

초입부터 강렬한 브론즈 작품이 나를 반긴다. 군인의 뻥 뚤린 가슴과 거기에 달려있는 작은 종. 상이 군경과 고아들. 전쟁과 이 베트남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조국의 평화를 위하여>라는 작품이다. 전쟁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군인이 돌아와 아내와 재회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왼편 뒤쪽에는 백발의 노모가 이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오른편에는 돌아오지 못한 전사자의 아내가 묘 앞에서 구슬피 울고 있다. 


베트남인들의 슬픔과 한의 정서가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까. 가장 강렬한 슬픔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사랑의 크기가 클수록 분노의 크기도 커진다. 한 손에는 쓰러진 이를 안고, 오른손을 들어 절규하는 작품. 분노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프랑스로 부터 해방을 위한 독립운동과 민주화 투쟁, 그리고 전쟁. 사회주의까지. 


이런 역사적 배경을 빼고는 베트남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무뚝뚝함과 성실함. 억세고 투지넘치는 모습에는 그들의 삶이 녹아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트남, 사람들 속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