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하는사람들(4) 원티드랩 콘텐츠 팀장 정은혜 인터뷰
이 인터뷰 프로젝트의 기획의도는 시리즈 1화인 '토스페이먼츠 콘텐츠 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화는 폴인의 도헌정 팀장, 3화는 토스 금혜원 콘텐츠 리드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잡지에서 일할 때는 미디어가 트렌드를 이끌어간다는 관점에서 새로운 아젠다를 제안하는 데 집중했다면,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유저의 니즈를 발굴하고 충족하는 데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어요.
채용 플랫폼 ‘원티드’에서 콘텐츠 전략을 이끌고 있는 정은혜 콘텐츠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출판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에서 업무 방식이 어떻게 다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인사 전문 매거진 <HR Insight>에서 13년 간 기자로 일했고, 그중 7년은 편집장으로서 보냈다. 그 뒤 2021년 3월, 원티드의 첫 번째 아티클 콘텐츠 담당자이자 ‘Cheif Editor(편집장)’로 자리를 옮겼다. 담당한 전문 분야 출판 매거진에서 경력의 끝을 찍고 디지털로 넘어온 것.
2015년 런칭한 채용 플랫폼 ‘원티드’에서는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직무의 담당자 인터뷰나 이직, 전직과 관련된 고민 등 채용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직접 제작한다. 유저가 콘텐츠를 탐색해서 소비하기에 원티드의 웹과 앱이 매끄러운 환경은 아니지만, 콘텐츠를 통해 가입, 입사 지원 등의 전환을 높이고 커뮤니티로 유입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했다.
특히 원티드에서 정 팀장의 인터뷰를 보고 그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오랜 경력을 갖고 이동했음을 알고, 더 큰 흥미를 느꼈다. 미디어에서 단련된 전문성이 서비스에 어떻게 녹아들고 있는지, 문화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그에게 묻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러워하는 정 팀장을 여러 번 설득해 인터뷰이로 모셨다.
그는 인터뷰 내내 “두서 없이 말한 것 같다"며 미안해했지만, 어떤 얘기를 빼야 할지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얘기가 많았다. 오히려 내가 두서 없이 정리하게 될까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궁금했던 모든 질문을 쏟아냈다. 3시간이나 그를 붙들고도 더 궁금한 게 있어 화상미팅으로 1시간을 더 얘기했다. 원티드의 아티클 콘텐츠 전략부터 개인적인 커리어까지 인터뷰에 켜켜이 눌러담았다. 전통 미디어에서 일하다 디지털 미디어, 혹은 서비스 인하우스 콘텐츠 담당으로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생각해볼 지점이 많을 것이다.
커리어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HR Insight>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신 건가요?
대학시절부터 기자의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처음엔 막연한 동경으로 영화 기자를 꿈꿨는데, 짧은 인턴 생활을 경험한 후 현실과 이상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여러모로(웃음). 그러다 우연히 'HR Insight' 기자를 시작하게 됐는데 오히려 저랑 잘 맞더라고요. HR이라는 분야가 사람, 성장, 조직문화 등을 주로 다루잖아요. 이러한 주제가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좋았던 거 같아요.
사원으로 입사해서 편집장도 하셨죠. 편집장 생활은 어떠셨나요?
편집장을 하면서도 여전히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어요. 여기에 매체의 수익을 책임지는 역할이 더해졌어요. 처음엔 글만 쓰던 사람이 잡지 판매나 광고 매출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나름대로 재미있었어요. 회사 매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고, 광고주들을 상대하면서 사업적인 관점도 익히게 되었어요. 각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서 생존해가는지 듣고, 매체가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했죠. 나중엔 오히려 전략 기획이나 세일즈 분야가 더 흥미롭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잡지 기자 일은 어떻게 배우신 거예요?
일을 하면서 주변 선배들한테 배웠어요. 처음에 한동안은 같이 취재를 다니고, 쓴 글에도 많이 피드백을 주셨거든요. 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데, 그분께 호흡이 긴 글의 구조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나 글을 담백하게 쓰는 방법, 단어를 풍부하게 쓰는 법을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취재원을 대하는 방식이나 인터뷰를 이끌어가는 방법도 배웠죠. ‘A부터 Z까지 이렇게 해라’라고 가르쳐 주거나 무슨 교본이 있는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그냥 ‘써보라’고 던져주고, 그걸 토대로 조언을 해주는 거죠.
사실 대학 갓 졸업하고는 HR을 잘 알기 어려웠을 텐데, 그런 건 어떻게 배우셨어요? 전공을 하셨나요?
경영학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처음엔 저희가 다루는 내용들이 낯설기만 했어요. 기본 이론이나 용어를 틀릴 때도 있었고요. 우리 독자들은 아는데 정작 저는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관련 서적을 읽고 전문가들의 아티클을 찾아봤어요. 취재차 갔던 세미나나 인터뷰에서 많이 배우기도 했죠. 독자들의 고민이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HR 담당자 모임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고, 업계 전문가분들과 커피챗도 자주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열정 넘쳤던 것 같아요. 그렇게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보이더라고요. ‘기업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HR 담당자들은 이런 부분의 답을 찾고 싶구나’라는 것을요. 그런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했고, 그 기획이 통했다 싶을 때가 많았어요.
그때 배우신 게 지금도 적용되고 있나요?
적용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어요. 예전에는 취재한 내용을 사실 관계를 밝혀 전달하는 글을 썼죠. 지금은 좀 더 읽는 사람 관점에서 이 주제, 이 사람에 대해 어떤 것이 궁금할지를 생각하고 써요. 말랑말랑하고 리듬감 있게 쓰려고 노력하죠.
매체를 만들 때에는 우리가 그 분야에 트렌드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리 매체가 제시하는 아젠다가 지금의 트렌드라고 주장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한 가지로 집중되는 아젠다가 없는 시대예요. 또 디지털 콘텐츠는 잡지와 달리 반응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 보니, 유저에게 더 집중하고 맞추게 되는 것 같아요.
원티드로는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
13년 차 정도 되니 다른 걸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거진을 기획하고 기사를 완성하는 일은 저에게 여전히 즐거운 일이었지만, 계속 반복되는 패턴은 두려워지더라고요. 이렇게 일하다간, 10년이 지난 후에도 똑같은 기획과 기사를 만들고 있겠구나 싶었어요. 물론 회사 내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있었어요. 매체를 통한 세미나나 커뮤니티를 기획하기도 했고, 광고 등을 통해 매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죠. 회사 밖으론 대학원에 진학해 다른 세상을 맛보기도 했는데,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다른 기회를 찾아봤고 원티드에서 제안을 받게 돼 옮기게 됐어요.
원티드에 합류하신 뒤 처음으로 하신 일은 어떤 건가요?
앞으로 만들 콘텐츠에 관한 틀을 잡아갔어요. 그러려고 유저들의 특징을 먼저 봤고요. 사람들이 원티드를 왜 올까, 방문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뭘까, 그리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이면서 원티드에 어울리는 콘텐츠, 익숙해질 수 있는 콘텐츠가 뭘까 고민했어요. 저는 그게 '커리어'라고 생각했어요. 일에서의 성장을 꿈꾸는 사람들은 나의 일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나 나보다 앞서 이 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티드 콘텐츠의 중심을 '커리어'에 두고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발행했던 콘텐츠가 뭔가요?
유꽃비님 인터뷰요. 지금 생각하면 비효율적이고 말이 안 되는 일인데(웃음) 이게 전부 이미지로 제작한 거예요.* 매거진처럼 예쁘게 만들고 싶은데 주어진 환경에서는 예쁘게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당시 팀 동료가 디자인 작업을 해줬는데 4회차를 같은 형식으로 발행하고 이후엔 저희 어드민에 텍스트를 입력했어요.
정 팀장이 입사했을 당시에도 원티드에 콘텐츠는 있었다. 여러 부서에서 직무 관련 행사를 개최하거나 영상을 제작해 ‘이벤트’탭에 올렸다. 마케팅이나 채용 이벤트를 위해 제작하던 콘텐츠였다. 정 팀장이 담당하게 된 건 마케팅 용도, 이벤트 용도가 아니라 다소 순수하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고객 접점을 만들기 위한 아티클이었다. 그는 다양한 직무에 대해 소개하고 유저들에게 그 직무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자 인터뷰 콘텐츠를 기획했다.
첫 번째 인터뷰이였던 유꽃비 당시 롯데칠성 동부FM팀장은 주류업계 최초의 여성 영업 팀장으로 주목받았으며, 2022년 4월 <프로일잘러>라는 책을 냈다. 정 팀장은 같은 해 7월 그의 인터뷰를 실었다. 입사한 지 4개월째 됐을 때였다. 이후 유꽃비 팀장은 tvN유퀴즈온더 블록에 출연해 책 출간 당시까지 누적조회수 550만을 달성하며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발행된 콘텐츠는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원티드 앱과 웹의 ‘이벤트’ 탭에서 볼 수 있어요. 아직은 콘텐츠와 기존 이벤트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유저들은 홈화면 보다는 앱 푸시로 알리는 콘텐츠와 SNS, 검색을 통해서 원티드 콘텐츠를 보고 있고요.
매체 운영하던 분이라서, 매체 영역이 따로 없는 게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쉽긴 하죠. 개인적으로 아티클만 따로 볼 수 있는 독립 채널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하지만 플랫폼 전략상으로는 현재 구조가 적합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유저가 채용 영역과 콘텐츠 영역을 매끄럽게 넘나들게 하면서 체류 시간과 구직 활동량을 늘릴 수 있으니까요. 제품적인 아쉬움은 있지만 좋은 콘텐츠에 대한 열정은 뜨겁습니다.
여기서 좋은 콘텐츠란 게 어떤 건가요?
저희 팀에서도 그게 뭔지에 대해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어요. 조회수가 높은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었을 때 뿌듯한 건가, 공유가 많이 된 건가. 개인적으로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조회수, 공유, 제작자의 만족도 모두 골고루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특히 조회수가 많이 나온 콘텐츠가 곧 좋은 콘텐츠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요. 앱 푸시나 뉴스레터를 보내면 조회수가 크게 뛰거든요. 타깃에 맞춰 콘텐츠를 보내는 거니까 더 클릭률이 높아지고 조회수가 굉장히 많이 나오죠. 그래서 조회수의 전반적 크기 보다도, 꾸준히 사람들이 보는 콘텐츠를 더 좋은, 의미 있는 콘텐츠로 평가하고 있어요. 또 현재는 가입을 해야 콘텐츠를 볼 수 있어서, 신규 가입을 많이 일으킨 콘텐츠도 좋게 평가할 수 있죠. 공유가 많이 된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그런 평가 지표를 충족하는 콘텐츠 위주로 기획, 제작하시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큰 방향에서 유저의 리텐션을 높이자는 것뿐이지 콘텐츠 하나하나를 그걸 위해 기획하지는 않아요. 조회수가 잘 나오는 콘텐츠의 패턴은 있어요. 하지만 그것만 좇으면 콘텐츠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작업하는 사람들의 재미와 동기도 떨어져요.
그럼 콘텐츠 기획은 어떻게 하시나요? 기획회의를 하시나요?
큰 틀에서는 주제를 정하고 월별로 주제에 맞는 키워드를 선정해 기획하고 있어요. 1월은 시작하는 달이니까 ‘시작’이라는 키워드로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은 오래 지났지만 처음 시작했던 때의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기고를 받기도 하고요.
좀 더 세부적으로는 월별로 어떤 직무를 다룰지를 정했어요. 2월에는 IT세일즈 직무를 다뤘고, 3월에는 콘텐츠 에디터, 4월에는 마케터, 5월에는 PO, 6월에는 HR 직무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유저들에게 이런 식의 기획이 정확하게 도달된다고 보지는 않아요. 저희가 콘텐츠를 만드는 기준이 될 뿐이죠.
출판 매거진도 만드셨죠.
네. “앤워커스(&Workers)“라는 이름으로 이번이 세 번째예요. 2021년 12월, 2022년 6월, 그리고 이번 2023년 1월에 냈어요. 첫 번째는 HR을 주제로, 두 번째는 스타트업, 이번 세 번째는 ‘시작’을 주제로 했어요.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어요.
콘텐츠가 원티드의 비즈니스에 기여했다는 걸 어떻게 아나요?
저희는 콘텐츠를 통한 가입과 리텐션을 주로 봐요. 지난해 10월에 가입을 해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구조로 바꿨는데, 4개월 만에 가입자가 두 배 성장했어요. 콘텐츠를 통해 리텐션 지표도 좋아졌죠. 전반적으로 콘텐츠가 잠재 유저를 데려오고, 다시 원티드에 방문하게 한다는 것을 지표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원티드 콘텐츠의 넥스트스텝은 무엇인가요?
우선 '국내 최고의 커리어 미디어'가 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자신의 일을 고민하고, 성장을 꿈꾸는 사람들이 원티드 콘텐츠를 통해 문제의 답을 찾고 다음 스텝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또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꾸준히 열 계획이에요. 지난해까지는 행사를 비정기적으로 열었어요. 그런데 행사에 참여하는 유저와 연사들의 만족도가 모두 높았어요. 저희도 직접 유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 배운 점도 많았고요. 어떤 주제로 행사를 열면 관련해 서베이를 받는데, 그때 받는 정보만 해도 큰 도움이 돼요. 그렇게 사람들이 현장에서 네트워킹을 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재 콘텐츠 팀에서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함께 담당하고 있는데, 두 영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에요.
이제 이전에 일하셨던 잡지와 현재 하고 계시는 디지털 미디어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면서, 출판 미디어 기업에서 일하던 것과 다르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이전에는 콘텐츠를 제작해서 발행하면 끝이었어요. 출판 잡지였고, 이걸 독자에게 발송하면 됐으니까요. 매체 제작에는 열심히였지만 홍보는 조금 소홀했던 거 같아요. 우리 잡지가 좋으면 독자들이 알아주겠거니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 이후 작업이 반은 돼요. 제작된 콘텐츠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어느 채널을 통해 더 노출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앱푸시나 CRM을 활용한 홍보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또 예전에 출판 미디어를 할 때는 몰랐었는데, 그때는 공급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유저가 콘텐츠를 공급하고 공유하고 접할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요.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인터뷰이나 필진을 섭외해요. 상호작용을 통해서 콘텐츠 주제도 만들어진다고 봐야죠.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빨리빨리 볼 수 있다는 점도 이전과 다르고요.
즉, 원티드 콘텐츠의 결을 유지하면서 유저들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죠. 그만큼 저희만의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그 관점은 어떤 게 있나요?
원티드 콘텐츠의 모토는 자신의 일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거예요. 콘텐츠뿐 아니라 원티드 서비스 전체적인 방향이 그렇죠.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원티드로 옮기실 때, 디지털 콘텐츠만 한다는 것에 걱정은 없었나요?
사실 이직을 결심했을 때는 출판시장에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으로 가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HR전문지를 하면서 기업, 조직, 사람에 대한 주제를 다뤘는데 콘텐츠를 다루는 '판'만 바뀌는 것이지 중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직해보니 이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더라고요. 제가 다루는 콘텐츠 자체는 비슷하지만 그걸 보여주는 판이 다르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는 겪고 나서 알게 된 거 같아요. 디지털 콘텐츠를 발행한다는 것, 매체가 아닌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다룬다는 것은 굉장히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거였어요.
어떻게 다른 접근이었나요?
매거진 판형 안에서의 기사만을 고민했던 제가 다양한 SNS 채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었고, 콘텐츠가 전달하는 메시지만큼이나 전환율, 유저 경험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도 이전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매일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숫자들이 말하는 메시지를 읽으려고 낑낑대고 있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에요. 말하고 보니, 이전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잡지 미디어에서 디지털로 오고 싶어하는 분들이 주변에 계실 텐데, 그런 분들께 해주시는 이야기가 있나요?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죠. 제가 제일 많이 이야기했던 건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로 가야 한다”라는 거였어요. 특히 기자였던 분들은 어디를 가도 사실 글은 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획력이나 글을 구성하는 능력, 필력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기업으로 가면 그 기업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뤄야 하죠. 그런데 관심도 전혀 없고 애정도 없는 서비스라면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콘텐츠하는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데, 호기심이 안 생기는 얘기를 계속 하려면 어려울 것 같아요.
또 기자들은 특히 매체에서는 중심 인력이었잖아요. 그런데 기업으로 가면 비즈니스가 중심이고 콘텐츠 에디터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돕는 서포트 역할을 하게 돼요. 그런데 그런 역할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 에디터에 맞을까요?
저는 사람과 사물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조금 더 잘 맞지 않을까 싶어요. 호기심을 다른 누가 심어줄 수는 없잖아요. 스스로 궁금해하고 그걸 파헤쳐보고 콘텐츠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디지털 매체의 콘텐츠에서는 종이매체보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지고, 그런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도 많아진 것 같아요. 단순히 텍스트, 이미지를 넣어 콘텐츠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관련해 서베이를 진행할 수도 있고요. 콘텐츠를 제작할 때 그런 다양한 요소를 인지하고 적용해보는 에디터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많은 상상력, 기획력, 제작 노하우를 겸비한 에디터가 오랫동안 일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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