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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Nov 11. 2018

나는 어떻게 콘텐츠 에디터가 되었나

뭐라도 쓰기 10일차

나의 현재 직업은 콘텐츠 에디터다. 그런데 나는 당최 어떻게 콘텐츠 에디터가 되었더라?


아는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걸 만드는 콘텐츠 에디터(?)를 고용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뽑을 수 있냐"고 물었다. 음. 나는 어쩐지... 거기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콘텐츠 에디터만 고용하는 사이트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일반 채용 시장에 내놓으면 되는데, 스타트업은 로켓펀치, 원티드 쪽에 내면 좋고 그냥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기타 등등 채용 사이트에 내놓으라고 말했다. 잡플래닛도 있고.


그로부터 며칠 뒤 언니는 나에게 콘텐츠 에디터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음. 글쎄 어떻게 콘텐츠 에디터가 되었더라. 아니 그 전에 콘텐츠 에디터가 뭐하는 사람이지? 그때부터 생각해보니, 나조차도 약간 혼란스럽긴 했다. 나는 언니가 "이런 거"라고 공유해줬던 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콘텐츠 에디터는 맞다. 한국에서 '콘텐츠'라고 불리며 유통되는 것들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우선 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다.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기보다, 내가 콘텐츠 에디터란 게 된 과정을 정리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출판사에서 약 3년 정도 근무했고, 주로 다루던 분야는 자기계발/경제경영 분야다. 약 3년 중 그 분야와 관계 없는 삽질의 시간도 있기는 했지만, 여튼 결과적으로 그렇다. 특히 외국 서적을 검토해 국내에 들여와 출간하는 일을 했다. 해외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보내오는 각종 레터와 상사가 알아오는 판권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기에 괜찮은 콘텐츠를 고르고, 국내 시장에 맞게 기획안을 쓰고, 그에 맞게 섭외한 번역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과 협의해 책을 내는 일이었다. 선인세 규모가 제법 큰 책도 있었고 작은 책도 있었다. 해외 서적 말고 국내 서적도 몇 권 했다. 여튼 가장 좋았던 점은 영미권 출판 시장에서 회자되는 주요 이슈를 미리 알 수 있었다는 거였던 듯하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는 출판계를 꼭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 특히나 영미권 출판 시장의 이슈를 접하게 되면서 세상이 이렇게나 변하는데, 이렇게나 변하지 않는 필드에 있어도 되는 것일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호기심도 있었다. 세상이 원하는 매체가 바뀌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도 당연히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닐까? 변화를 목격하고 있으니 그 변화에 올라타 여러 실험을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막연하게 웹이나 앱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에서 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책 시장에서 아이티 베이스 시장으로 넘어가려고 채용 공고를 뒤질 때 가장 눈에 많이 밟혔던 게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군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책이라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시장에 내놓는 사람이었고, 심지어 편집자를 영어로 하면 에디터였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콘텐츠 에디터에 대한 잡 디스크립션을 보면 각 회사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가 매우 달랐기도 하고, 심지어 모집공고를 낸 회사 스스로도 어떤 콘텐츠를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카드뉴스를 만들자는 데도 있었고 영상을 하자는 데도 있었고 다 하겠다는 데도 있었고 그냥 콘텐츠 기획을 하겠다는 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는 마케팅용 카드뉴스나 영상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일을 하다가 그것까지 하게 되면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해왔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싶었다. 어쨌든 나의 본진은 긴 글쪽이니, 텍스트가 중요하게 다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글의 길이는 짧아지더라도 글의 힘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선택지는 더 줄어들었다.


그러다 한 스타트업이 콘텐츠 에디터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앱에 머무는 시간을 증대시키고 그게 그 회사의 본래 상품의 구매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읽을 거리, 볼거리를 넣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대강 매거진 하나를 꾸린다고 생각하고 그 회사에 합류했다. 그때부터 뭔가 내 직업이 편집자에서 콘텐츠 에디터라는 좀 더 모호하고 광범위한 직업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했던 일은 콘텐츠의 방향성을 잡으려고 이 회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 회사인지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나름의 방향과 계획을 세우고, 읽을 거리와 볼거리를 통해 구매전환 페이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매거진이란 걸 만들었으며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을 만드는 일, 마케팅용 온라인/오프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일, sns 채널을 관리하는 일, 대외적 협업을 추진하는 일, 심지어 나중에는 서비스 페이지를 기획하는 일도 했다. 팀장을 맡게 되면서 뭔가 스케줄이나 업무량 관리 같은 일도 했다. 음. 이 모든 게 콘텐츠 에디터라는 이름으로 했던 일이었다.


이후 그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퍼블리라는 서비스에서 객원 에디터로 편집을 한번 해보면서, 책 같은 지식정보 콘텐츠가 매체를 바꿨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형태 중 한 가지의 가능성을 봤다. 이 분야에 자리가 있다면 조금 더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옮긴 자리에서 하는 일은 우리 팀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판매할 글을 쓸 사람을 섭외하고 원고 스케줄을 관리하고, 판매하기 위해 잘 편집하는 일이다. 글을 쓰기도 하고, 고치기도 하고 마케팅 카피를 고민하기도 하고, 인터뷰 기사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온라인 콘텐츠와 연관된 오프라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매체만 바뀌었지 사실 출판사에서 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매체가 바뀌었기에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당연히 있다. 분량이나 노출 방식, 구성, 기획 방향이 당연히 책과는 다르다. 게다가 서비스(사이트로 이해해도 된다)적으로 편집 의도가 잘 전달이 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 하는 일에서 서비스의 비중이 좀 더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왜냐면 책이라는 매체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그 최적의 매체 형식을 찾아냈는데,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아직 책이 담는 지식정보 콘텐츠를 전달하기에 어떤 형식이 적절한지 방향성을 찾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시도가 필요한 거다. 그런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많이들 매체 그 자체를 설계하는 일에는 관심을 많이 두지 못한다.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고 콘텐츠 기획만도 빡쎈데 매체 하나를 기획해야 한다니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책이라는 고정적인 매체 안에 콘텐츠를 담는 일과 뭔지 알 수 없는, 아직은 고정적인 형태가 없는 매체에 콘텐츠를 담는 일은 매우 다르다. 그냥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고 괜찮은 상품이 되는 게 아니니까. 그래도 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결국엔 더 좋은 것들이 많이 등장할 거라 생각한다.


여튼 난 지금도 콘텐츠 에디터다. 콘텐츠라는 게 정말 광범위하고 무궁무진한 영역인 만큼 하는 일도 많고, 또 하고자 한다면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아직은 좀 애매한 직업이랄까. 애매해서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이 직업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전통적인 에디터의 경우, 잡지사에서 잡지에 들어갈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분들을 에디터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편집자라고 부른다. 어차피 같은 말인데 왜 분리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됐다. 잡지 쪽은 서양 잡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출판 쪽은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아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지만 정확하진 않다.


여튼 이들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인쇄된 종이 묶음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취재도 하고, 섭외도 하고, 그 종이 묶음을 어떻게 보여줄지 레이아웃과 분량 등을 감독하기도 한다. 출판사 편집자의 경우 북에디터라는 사이트에 모집공고가 올라오고, 잡지사 에디터의 경우 카페가 있기는 한데,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다소 잘 운영되는 듯했지만 현재는 잘 모르겠다. 잡지사 에디터의 경우 관심 있는 잡지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사실 내가 직업적 욕심을 부렸다면 이 글을 포함해 요즘 도전하고 있는 '뭐라도 쓰기' 시리즈의 완성도를 이런 식으로 내면 안 된다. 글도 잘 써야 하고, 이미지도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잘 읽히도록 하기 위해 적절히 스타일을 넣어야 한다. 글씨 굵기나 밑줄, 인용문, 행갈이, 교정 등 신경쓸 게 많다. 하지만 이건 직업 번외로 개인적으로 매일 뭐라도 기록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번잡한 일에서 프로적인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이 글을 우연히라도 읽게될 어떤 분들께 양해를 구하는 바다. 사실 나 스스로한테 변명하는 중인듯.


오늘 여기 다 못담은 얘기는 다음에 한번 더 기록해놔야겠다.






안녕하세요 글쓴이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 글과 매거진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데

제가 글을 올린지 꽤 시간이 지났어요.

예.. 혼자 하려니 진행이 안 됩니다.. 동기부여가 필요하기도 하고

독자분들의 니즈도 궁금하여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글을 읽었거나 매거진을 구독하셨는지 

아래 설문 링크를 통해 알려주시면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정리해 올려보려고 합니다.

설문은 30초면 끝나고 저의 경험 공유 및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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