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off를 이야기하다 [3]
딸아이가 태어난지 한달 남짓 되었을까, 매니저에게서 통화가능하냐는 연락이 왔다. 아무 생각없이 받은 전화에서, 그는 팀 전체가 해체되는 상황이 되었고, 두 달안으로 회사내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 회사를 나가야한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너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육아휴직기간에 이런 소식을 접하리라는 것은 거의 생각치 못하였고, 정말로 말로만 듣던 layoff가 나에게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나의 첫 질문은 육아휴직 중에도 정리해고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매니저는 이런 일이 생겨서 미안하나, 자신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모든 질문은 HR에 직접하라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대응하였고 우리의 통화는 그렇게 짧게 끝났다. 곧 공식적인 정리해고 통보이메일이 HR에서 날라왔다. 여러 첨부문서들에는 각종 법률관련 내용 및 severance package에 관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미국에서 회사생활을 갓 1년 넘짓한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내용들이었지만, 하나하나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와중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출산조리를 도우러오셨던 친정어머니가 아직 집에 같이 계셨는데, 차마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엄마 모르게 조용히 남편을 불러 소식을 공유했다. 내가 미국으로 직장을 잡으면서, 얼마지나지 않아 남편도 한국에서의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에 건너왔다. 하지만, H-1B의 배우자에게는 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당시 학교를 다니면서 OPT를 받는 법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내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상황이고, 미국 생활비가 만만치 않으니, 우리 둘다 뜻한지않은 어려움을 맞닦뜨린것인데, 남편은 특유의 활달함으로 괜찮을꺼라 위로하며, 나의 기분을 돋아주려 노력하였다.
당시 나는 H1-B비자 상태였기때문에, 회사를 나가면 비자또한 상실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갓난아기와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마당에 두 달안에 일을 찾는다는 것은 너무 어렵게 느껴졌고, 우선 HR에게 육아휴직 기간이 끝날때까지만이라도 정리해고 시작일을 미뤄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HR은 내가 하던 업무자체가 사라진 것이기 때문에, 육아휴직 기간이라해도 정리해고는 법적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나만 예외적으로 기간을 늘려준다면, 다른 팀원들을 차별하는 경우가 된다며, 일정을 변경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 작은 희망이나마 없어져고, 방법이 없다 느껴졌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소식을 듣고 처음 1-2주는 밤에 몰래 울기도 했고, 아침에 깨어날때는 그냥 이게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근데 울고있을 여유가 없었다. 불안한 신분과 경제적 상황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했다. 나는 나와함께 회사를 나갈 상황에 놓인 팀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하였고, 회사내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 상황을 알리고, 나와 맞는 역할을 뽑고 있는 팀이 있으면 연결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출산이후 나는 빈혈과 수면부족, 우울증으로 이미 정신이 탈탈 털려있던 상태였는데, 되돌아보니 어떻게 그 순간에 하나하나 이런 일들은 해나갔나 싶다. 정말정말 몸도 마음도 힘들었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그 상황에서 나는 아이와 함께 웃었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었고,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갔었다. "내가 그때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했구나" 오랜시간 나 조차도 잊고 있었던 내 자신의 강인함을 발견한 느낌이다. 내 스스로가 대견스러운 마음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마음깊이 남아있는 상처의 기억때문일까, 갑작스레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딸아야기 이제 10살이 되었으니, 구체적인 기억들은 어느새 희미해져가고, 이제는 누구에게나 큰 감정의 동요없이 "육아휴직 때 첫번째 정리해고를 당하고, 많이 힘들었었는데, 그래도 운좋게 잘 지나갈 수 있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이글을 쓰면서 나도 예상치않게 눈물이 나오는 것을 보니,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내 맘속 어딘가에 아직 남아있는 것이었을까?
다음 글에서는 정리해고 소식 이후, 구직활동과 비자문제 해결, 그리고 나를 도와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