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첫 직장생활, 쉽지않은 매니저를 만났다

Layoff를 이야기하다 [2]

by Laugh and Meditate

미국에서 2년간의 MBA유학을 올때는 미국에 남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이미 한국에서 오래 직장생활을 했기에, 그 당시에는 내가 미국에 남는다는 것 자체를 선택지에 놓고 고민조차 하지 않았었던 것같다. 그러다보니 예상치않게 여름 인턴기간에 일했던 회사에서 return offer를 받았을 때, 몇 개월동안 미국에 남을지 한국에 돌아갈지를 고민고민하게 되었고, 결국은 남기로 결정하면서도 명확한 목표보다는 "한번 해보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미국생활이 시작되었다.


졸업 후, SF Bay Area로 이사를 하고, 새 회사에서 첫 출근을 시작했다. 내가 입사한 곳은 Symantec이라는 B2B software회사였고, CMO팀 안에 있는 GTM Strategy & Planning팀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인턴십때는 Product Marketing Manager로 일했었는데, 아무래도 strategy쪽이 더 잘 맞을 것같다고 Hiring VP에게 요청하여 들어간 팀이었다. 결국 내 매니저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나를 받은 상황인 것인데, 나중에 미국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나를 뽑은 매니저와 나를 그냥 넘겨받는 매니저랑은 크게 차이간 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서로 일하면서 신뢰를 쌓아갈수도 있겠지만, hiring과정에서 나를 뽑아야할 이유를 이미 고민하고, 결정한 경험이 있는 매니저라면 나에 대한 가치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 아닌 매니저라면 밑바닥부터 새롭게 관계를 정리해야하는 것이었다.


부서에 들어가 얼마정도 일하다보니, 우리 매니저가 업무능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되었다. 아이비리그 나오고, 말도 잘하고 겉으로는 번듯한데, 업무의 실행력이 없었다. 전략부서로서 계획은 많이 세우는데 현실성이 없어서 실제 마케팅이나 세일즈팀한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팀 동료중에 우리 매니저랑 사이가 안좋고, 그걸 감추지않는 친구가 있었는데, 결국 VP를 찾아가 매니저로서의 관리능력에 불만을 표했고, 결국 VP가 팀원들을 한명 한명 면담하며, 매니저에 대한 피드백을 구했다. 미국 회사 생활이 아직 낯설었던 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여야하는지 잘 감이 오지 않았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 개인의 문제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 나의 피드백을 공유했다. 결국은 VP가 모든 팀원들과 매니저랑 함께 피드백에 대한 공유하고 앞으로 잘 개선해나가자는 미팅으로 끝이났는데, 결과적으로 그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고, 결국 팀원들과의 사이만 어색해져버린 상황이 되었다. 나중에 팀에 레이오프가 생겼을때, 일부는 우리 매니저의 복수가 작용했을 수 있겠다고 느껴지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VP는 매우 똑똑하고, 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어서, 우리팀에서 기여할 수있는 프로젝트를 몇가지 이끌어주었고, 그런 업무들로 어느정도 성과도 나고 인정도 받으면서 팀이 유지해나갈 수 있었다. 또한, 인도인이였던 그는 H-1B 비자와 영주권 스폰서십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회사에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서, 그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한 마음이 들곤 했다. 이와반대로, 백인남성인 나의 매니저는 나의 비자 및 영주권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본인이 작성해야하는 상황이었고, 딱 봐도 하기싫고 귀찮은데 억지로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로서도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와 좋은 관계를 더 쌓았더라면 기분좋게 해주었을수도 있었겠으나, 모든게 내 뜻대로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어느 새 입사한지 1년이 넘어가고, 나는 임신 8개월째로 접어들던 시점에, 회사에 큰 조직개편이 일어났다. 우리 VP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CMO가 회사를 나가고, 마케팅 조직이 모두 Product조직으로 흡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모든 Proudct team밑에 마케팅 팀들이 서포트로 들어가는 형태가 된 것. 곧 우리 VP도 사임의사를 밝히고 회사를 스스로 떠났다. 조직이 뒤숭숭한 상황인데, 주변에서는 이럴때 빨리 다른 조직으로 옮겨야한다는 조언을 많이 했다.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제 곧 육아휴직에 들어갈 나를 누가 받아줄까 싶어서 지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남이 거절할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확률이 낮은 것은 맞지만, 아니라고 싶으면, 빨리 기회를 찾아보고 행동하는 것이 후회가 없는 선택일텐데 말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것은 미국은 육아휴직때, 회사가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에서 주게 되어있고, 동료들이 그런 면에서 너는 안전할 것이라고 말해주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내가 미국 layoff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는가. 그저 이런 저런 얘기를 듣는 것외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고, 나에게 일어날 확률은 여전히 낮게만 느껴졌다.


나로서는 미국이라는 낯선땅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들에 둘러쌓여 첫 아이를 낳아야한다는 큰 문제도 다가오고 있었고, 우선은 4개월간의 육아휴직에 들어가서, 그 이후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자 회사일에 대한 걱정은 잊혀진채,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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