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off를 이야기하다 [1]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2015년과 2017년 연달아 두번의 레이오프를 겪었다. 미국 회사생활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경고를 많이 들었었지만, 그 일이 정말 나에게, 그리고 그토록 빨리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못했었고, 정신적 충격도, 마음의 상처도 컸던 경험이었다.
이제는 10년이 넘었으니,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려 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두가지 감정은 억울함과 수치심이었던 것같다. 냉혹한 미국 자본주의를 원망하고, 나를 지켜주지 못한 팀장을 원망하고, 하지만, 결국에는 미국에 오기로 결정한, 이 회사에 오기로 결정한, 그리고 불안한 회사 사정을 알면서도 옮기진 못한 내 자신에게 원망이 돌아왔다.
내가 영어를 더 잘했더라면, 팀장에게 더 잘 보였더라면, 내가 더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잘나가는 회사에 다녔었더라면, 영주권도 없는 상황에서 다시 구직을 하느라 불안해하고, 고생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라고 말이다. 내 주변에 이런 경험을한 사람도 별로 없어서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별로 받지 못했던 것같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차마 얘기하지도 못한 채, 그저 혼자서 맨땅에 괴로운 감정들과 부딪힌 시간들이었다.
어느 새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요즘 미국 tech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주변에서나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가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이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같아 마음이 아팠다. 새해를 맞이하며, 나의 layoff경험을 기록하는 글을 쓰기로 목표를 세웠다. 나 스스로도 오랫동안 아파서 들여다보지 못한 감정들이 있을수도 있을 것같고, 누군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때의 감정을 다시 되살려보니, 결국 layoff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부정적이었기에 쓱쓱 털어버리고 일어나기보다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layoff는 단기간에 (대부분 하루만에), 자신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정체성 (나의 직함), 공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사무실), 인간관계 (직장동료들), 경제적 안정 (급여)를 통채로 잃어버리는 경험이고, 누구에게나 커다란 상실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이다. 내 자신에게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허락하고, 내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받는 시간도 필요하다. 다만, 돌이켜보니 그 힘겨웠던 시간에 내 자신을 더 사랑해주지 못했던 것같다. 아파하는 내 자신을 보듬어주고, 원치않는 일이 벌어졌지만 다시 일어서면된다고 응원해주지 못하였었다. 오히려,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이게 만든 내 자신을 질책하고, 자괴감에 빠져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겪어야했었다.
앞으로 12주동안 layoff의 과정, 이후의 감정들, 그리고, 그 경험들을 통해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생각나는대로 하나씩 적어보려고 한다. 결국 그 아픔들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