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비자 승인거절과 한국행

Layoff를 이야기하다 [6]

by Laugh and Meditate

Too good to be true인 행운을 만나서 그랬을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입사 전 몇 가지 벌어졌다.


공식적인 오퍼를 받고 수락했지만, 내 H1-B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민국에 추가 승인 절차가 필요했고, 약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시작 날짜를 HR과 협의하였다. HPE 측의 이민변호사를 통해 관련된 서류를 제출하고, 출근준비를 위해 나는 아이를 봐주실 내니를 급하게 구하는데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던 와중에 들린 첫 번째 소식. 내가 인터뷰를 봤었던 hiring manager가 퇴사를 하였다는 것. 그래서, 나를 불러주었던 VP는 마케팅 조직 내에 새로 Senior Director를 만들고, 나의 매니저가 될 Director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enior Director자리에 Symantec에서 팀을 폭파시키고 혼자만 살아남았던 나의 이전 매니저 M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순간 이 자리에 가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HPE에 와서 새로 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VP는 나뿐만 아니라, 기존에 Symantec에서 일했던 다른 이들을 계속 데리고 오고 있는 것이었는데, 얼마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M을 뽑게 된 것인지 우려감이 들었다. 좋은 회사와 비즈니스라면, 그리고 평판 좋은 리더라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구해지기 마련이다. M보다 좋은 사람을 구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라면, 우리 VP도 뭔가 인재를 끌어들이는데 어려운 상황이었던 거겠지. 내가 가는 조직에 대해서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한 첫 번째 신호였다.


나는 이전에 같이 일했고, 성격 좋았던 C에게 나의 매니저 자리가 비어있다고 알려주었고, 마침 스타트업으로 옮긴 후 다른 자리를 찾고 있던 그녀는 관심을 보였다. 그녀가 VP에게 연락을 했을 땐 이미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지 않아, 나의 매니저 자리에 Symantec에서 옆 팀장으로 일했던 T가 오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T는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일하기에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M과 직접 일하지 않고 T가 매니저가 된 것만으로도 괜찮겠다며 조금 안심이 되었다.


두 번째는 좀 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출근이 얼만 안 남았다고 생각하던 즈음, 이민변호사에게서 나의 H-B1비자 승인이 거절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 H-1B요청을 넣으면서 사용한 직군이, H-1B 대상자에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거절된 것이다. 이민변호사의 설명으로는 Symantec H-1B때 사용한 직군과 동일한데, 그 당시에는 해당직군으로 받아주었지만, 요즘은 그 직군으로는 승인이 잘 안 난다는 것. 요즘 승인이 되는 직군으로 다시 넣으면 승인이 날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이후로 다양한 이민변호사들과 일하면 느낀 것인데, 우선 이민 변호사들은 최대한 다양한 케이스를 하는 이들이 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민정책이나 실무에서의 지침등이 변경될 때마다 이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변호사 입장에서는 이전에 되었던 직군으로 왜 지금은 안되는지 어이없는 상황이겠지만, 여하튼 현실이 그러한 것이고. 어쩔 때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민변호사보다 이런 변화들을 공유하는데 더 빠르기도 하다.


나는 이민변호사에게 좀 화가 나긴 했지만, 어쨌든 다시 진행하면 된다고 하니, 출근을 다시 한 두 달 미루고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 후에 더 놀라운 소식을 접하였다. Symantec퇴사 전에 신청하였던 나의 visa status변경이 거절된 것. Status변경 시, 귀국하기 전 미국여행하겠다는 핑계로 관광비자로 변경 신청을 하였는데, 나의 H-1B application이 제출이 되자, 나는 미국에 취업의사가 있는 자로 판명이 되어 관광비자 승인이 거절이 난 것이다. 나의 H-1B가 예정대로 승인이 났더라면 문제없는 상황이었지만, H-1B도 거절되고, status변경도 같이 거절이 되고 나니 나는 졸지에 status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인가 싶어서 다시 이민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선 변호사는 status가 없는 것은 불법체류와는 다른 상황으로 내가 당장 추방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우선 안심을 시켰다. 하지만, 현 상태로 미국에 오래 머무는 것이 향후 비자승인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우선 한국으로 돌아가 H-1B승인을 기다리고, 승인이 되면 미국 대사관에서 스탬프까지 받아서 입국하는 것을 추천하였다.


안정을 찾아가는 것만 같았던 내 미국생활은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곧 한국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급하게 딸아이의 여권도 신청했다. 남편은 F-1 비자 상태였는데, 미국에서 status변경이 된 케이스라서, 한국에 가면 비자인터뷰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어 미국에 남아있기로 했다.


2주 후 나는 7개월 된 딸아이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렇게 딸아이의 첫 한국방문은 뜻하지 않았던 비자거절로 인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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