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off를 이야기하다 - 번외 편
10년 전으로 거슬러가 시간 순으로 layoff에 대한 경험을 써가고 있었는데, 이번 주 갑자기 동료가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하니 많은 생각이 올라온다. 그래서 번외 편으로 잠깐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한 회고를 써보려 한다.
목요일 아침, 뉴욕에 있는 동료와 슬랙으로 이야기를 나눈 후, LA에 있는 스티브에게 확인할 일이 있어 채팅창을 찾으려 하였다. 근데 검색이 안 되는 것이다. 순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설마 하면서 그의 아이디를 검색했는데, 비활성화된 계정이라고 나온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닐 거야, 내가 실수했을지도 몰라하면서 몇 번을 다시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비록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어제 오전에도 팀미팅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오늘 아침 이렇게 사라지다니. 일도 매우 잘하던 동료이고, 내 업무와 연관성도 높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의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슬랙에서 스티브가 사라졌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거야?"라고.
그리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cross-functional팀에 들어가니, 스티브의 매니저인 그녀도 들어와 있다. 미팅으로 바쁜지 답이 없다. 미팅을 해나가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심란하다. 4년 전 현재 조직에 들어온 이후로, 일 년에 두세 번은 발생해 온 일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5월에 3명의 동료가 performance이슈라는 이유로 갑자기 회사를 나가야 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꽤나 담담했었다. 하지만 스티브와는 좀 더 가까이 일했었기 때문일까. 그가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과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참을성 있게 자신의 일을 해내가는 것을 대단하다 생각해 왔었기 때문일까, 유난히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느낀 순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과거에 그런 감정이 결국 회사나 리더십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나 자신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었기 때문이었다.
4년 전에 내가 현재 조직으로 옳기 고난 후, 그 조직이 내가 이전에 있었던 부서를 흡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내가 이전에 있었던 조직의 시니어들을 새 리더십과 관계를 잘 성립하지 못하였고, 결국 하나둘씩 잘려나가기 시작하였다. 나는 리더십이 누군가의 이름을 거론하며 오래 있지 못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너만 알고 있어"라는 식으로 듣게 되었고, 새 리더십과 이전 조직 사람들 사이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었다. 양쪽 조직을 다 알기에, 왜 새 리더십들이 다른 조직에서 온 시니어들과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는지 이해하고 있었고, 그 시니어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저항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투명하게 피드백을 주지 않고,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일하면서, 서서히 그들을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리더십을 바라보는 것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은 지금 내가 그 들의 편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내쳐질 수 있겠구나 하면서.
그리고 그들이 결국 회사밖으로 내보내졌을 때, 나는 꽤나 심하게 흔들렸었다. 회사 내 리더십에 대해 실망했고, 화가 났고, 몇 달 동안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했었다. 되돌아보면, 그것은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었다기보다는, 그들의 자리에 나 자신을 비춰놓으며, 나의 불안감과 과거의 고통을 투영하는 미성숙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잠재되어 있던 과거 레이오프로부터의 피해의식이 분출된 것이 아니었을까. 매니저와 사이가 안 좋아졌고, 업무성과도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불필요한 감정에 나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었다.
이제는 "회사 생활이 원래 그런 거지"하며 받아들인다. 여전히 3년 넘게 일한 동료를 내보내놓고도, 이틀째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Senior Director나 VP에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부서에서 벌여진 여러 번의 레이오프 때마다 반복된 패턴으로, "안타깝지만 누구누구를 이번에 내보내게 되었다"는 형식적인 이야기를 전체 미팅때 하고 지나갈 뿐이다. 들여다보니, 그들도 불완전한 사람이고, 아직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꺼낼만한 용기나 성숙함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일도 참 열심히 하고, 똑똑해서 완벽한 상사들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쉽게도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본인의 약점을 들어내거나, 상대에게 비난할 여지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방어자세 자체가 그들이 느끼는 자신감의 부족(insecurity)때문일 수 있을 것이다.
미팅이 끝나고 스티브의 매니저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본인도 스티브에게 통보가 간 다음에야 알게 되었단다. 마침 그녀와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1x1이 있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두 달 후 둘째를 낳으러 출산휴가에 들어가야 하는 그녀는 멘붕상태였다. 그녀의 유일한 팀원이었던 스티브가 나갔으니, 그녀의 육아휴직동안 업무가 마비가 될 텐데, 무슨 생각으로 사람을 내보낸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해고원인은 해당업무의 head count가 사라져서였단다. 자신의 자리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그녀 또한 리더십이 겉으로 말하는 것과 실제의 속마음이 항상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뒤에 어떤 다른 계획이 있을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품게만드는 신뢰의 부재는 조직 전반적으로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하고 있음을, 우리는 같이 공감하였다. 스티브에게 인사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며, 프로세스에 대한 원망도 좀 해보았다. 하지만 결국 답이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기에, 일은 일일뿐, 우리의 삶은 계속되는 것이니 너무 영향받지 말고 인생에 집중하자는 것으로 우리는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스티브에게 벌어진 것처럼, 어느 날 내가 갑작스레 회사를 나가게 된다 하여도, 누구도 소리 내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살짝 놀라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라며, 마음의 동요 없이 사람들은 계속 일하고 있을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혹은 아예 감정을 느끼지 않는) 침묵과 불투명성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회사가 내 인생의 수많은 조각 중 하나인 것뿐이라면,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레이오프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상처정도로 바라보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