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off를 이야기하다 [8]
아이 출산 후 1달 후에 찾아온 레이오프의 소식은 8개월 만에 새 직장으로 출근하면서 마무리되었다. 처음 겪어보는 레이오프가 내게 남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1. 레이오프가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깨달음
단순한 것이지만,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온 나는, 레이오프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서도, 그것에 내게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 사실 실감 나게 다가오지 않았었다. 이토록 쉽게, 예고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 나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 확실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 회사 내 인맥의 중요성
미국의 채용시장은 한국에 비해 매우 유연하고 열려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역시 신뢰의 문제라 같이 일해봤던 사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매우 당연한 일이다. 나 또한 함께 일했던 VP와의 인연 덕에 예상보다 빠르게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었다.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회사 내에서 팀동료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과 안면이라도 알고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있고, 어느 부서에 사람을 뽑고 있다는 걸 알게 되거나, 소개를 시켜준다던지 등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필요할 때 불러주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사실 회사 내 네트워크의 중요하다 생각하면서도, 미국 생활 초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 불편해서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보니, 큰 규모의 미팅에서는 내 의견을 발표하는 것을 꺼려했고, 타 부서의 팀장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나를 소개하는 것도 소홀히 했었다. 가깝게 일하는 동료들 외에는 크게 인맥을 넓히지 못했었던 것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가장 많이 후회되는 부분이었다.
3. 잠시 쉬어도, 아파해도 괜찮다
사실 첫 번째 레이오프는 처음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나만의 시각을 만들어나갈 여유가 없었다. 비자문제로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오퍼를 3달 만에 받은 운 좋은 상황이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었었고, 육아라는 더 큰 문제 때문에 나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 덕에 직업을 잃었다는 상실감이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적게 느꼈을 수도 있다. 되돌아보면 오히려, 그때 좀 더 아팠었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잘 뛰다가 한번 넘어진 것뿐이야라는 마음으로 큰 변화 없이 두 번째 회사로 옮겨갔는데, 사실 그 당시의 나는 미국 회사 생활을 많은 두려움 속에서 해나가고 있었고, 그 감정을 외면한 체, 버텨나가고 있었다. 매일매일 내가 하는 영어 실수들에 나 스스로 상처받았고,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남들을 움직여 성과를 만드는 것이 힘겨운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쉬어가야 했던 그 시간에, 나의 두려움을 돌아보고, 그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었다면, 두 번째 회사에서 좀 더 즐겁게 다녔을 수도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찾아든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에는 이전에 살아온 모범생의 삶처럼,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남들에게 부족함이 없는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고, 첫 번째 레이오프라는 충격에도, 별 다는 변화 없이 "내가 더 열심히하면 될꺼야"라고 생각했다. 남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내 삶의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걸 모른채 말이다.
더 현명했으면 좋았었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땐 그것이 나의 최선이었음은 분명하다. 내가 가진 부족한 경험과 지식 내에서 한 순간 한순간 아낌없이 쏟아부은 시간들이었다. 24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하던 삶에서,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부모로서 삶에 적응하고, 아이와 가족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출산휴가를 길게 가기 어려운 미국의 회사생활에서, 레이오프는 나에게 출산 후 망가졌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해 주었다. 대학졸업 후, 중간에 대학원을 다닌 시간 빼고는 회사를 쉬어본 적이 없기에 회사라는 소속이 없는 나 자신이 당황스럽고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회사원이 아닌 나의 삶도 충분히 (바쁘고), 아름답고, 의미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첫 경험이었다.
이제 나의 첫번째 레이오프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어떻게 다음회사에서 두번째 레이오프를 겪게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