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레이오프 - 잘라줘서 고마워

Layoff를 이야기하다 [11]

by Laugh and Meditate

쌓여만 가던 문제는 결국 한 사건을 통해서 크게 터지고 말았다. Sales training call에서 신규제품 설명을 할 예정이었는데, 제품이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 막판에 내용을 축소하고, 다른 내용을 발표하는 일이 발생하였었다. 근데 이 부분을 미리 전달받지 못했던 sales leadership쪽에서 마케팅에서 준비가 안되었다며 크게 불만을 제기한 것. 공격의 수준은 발표 내용을 넘어서, 내 영어에 문제가 있다는 피드백까지 전달되었고, 팀장은 나와 면담을 잡고, sales조직에 신뢰를 주지 못한 나의 발표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다.


나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던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자, 나는 무너져 내렸다. 외국인으로서 항상 나의 영어실력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데, 내가 sales조직에 자신감을 줄 만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을 받으니, 내 영어가 완벽하지는 않으나 내 업무에 지장은 없어라고 받아치지 못하였다. 팀원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맡아서, 힘들었었기 때문이라고. Training내용의 변경은 내가 아닌 Engineering과 Product에서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그 변경사항은 팀장에게도 미리 공유했던 부분인데, 왜 나만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냐고. 나는 되묻지 못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나의 잘못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나와 6개월 넘게 일하였고, 고과평가에도 나의 업무에 만족을 표했었던 팀장은, 그 사건으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자신이 이전에 결정했던 것에 대해서도, 왜 이런 결정을 했었는지 나에게 추궁하는 이메일을 보내었고, 나는 묵묵히 그건 내가 한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그에게 상기시켜야 했다. 한 치의 실수만 있어도 내동댕이쳐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팀에서 공격이 들어오자 나의 매니저가 나를 지켜주기보다는, 나에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것에 나는 배반감과 허탈함을 느꼈다. 아니 결국에는 팀장과 신뢰있는 관계를 쌓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다. 불안함과 우울증에 가까운 상태였는데, 그런 나를 치료할 생각이나 여유가 없이, 그저 회사에 나가서 무참히 짓밟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실패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켜 봐야겠다며 억지로 나 자신을 끌고 가고 있었다.


몇 달 후 내가 맡은 신제품은 출시가 되었지만, 예상대로 시장에서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였다. 그리고, 공식합병일을 몇 주 앞둔 어느 날 나는 두 번째 레이오프 통보를 받았다. 입사 후 1년 만의 일이었다.


냉정한 팀장의 태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것을 예감했으면서도, 속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어마어마한 수치심이 밀려왔다. 미국에서 두 번의 회사생활 모두 레이오프를 당하다니, "내가 뭔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남들에게 보이겠구나" 하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나올 용기가 없던 나를 잘라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치심은 컸지만, 회사생활은 더 괴로웠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공격에 불안해하면 회사를 다닐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안도가 되었다. 회사를 나오고 나니, 내가 회사에 붙어있기 위해 너무 큰 에너지를 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나오고 나니, 내가 그토록 해결하고자 고민하던 문제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이전글회사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 나를 지키는 것에 실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