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off를 이야기하다 [12]
두 번째 레이오프의 이야기를 쓰면서, 내가 겪었던 일들의 일부만 적었는데도, 많이 힘들었다. 그 당시에 멋모르고 당하고만 있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너무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법을 몰라서. 피하거나, 잠시 숨을 돌리지를 못하고. 계속 얻어터지던 시간이었다. 잠시 그 혼란에서 떠나와 있었어도 되었을 것을. 그렇게 내게 다가오는 커다란 물결을 거스르려 허우적대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것들이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능력 있는 직장인의 모습. 성공적인 삶. 두려움과 불완전투성이의 나 자신을 감추는 것. 억지로 지키려다가 겪은 고생길이다.
그 뒤 Vulnerability의 심리적 개념을 Brené Brown의 책을 읽으며 처음 접하게 되었다. 내 감정의 불안의 원인을 알아낸 느낌이었다. 내가 왜 그토록 고통받아왔었는지. 왜 아무리 자신감을 가지려 해도 가져지지 않았는지. 혼자만 다르다고 느끼는, inadequate한 느낌이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감정이었음을. 그것이 시작이었다. 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어디서 어긋나있는지 알게되는 것. 왜 나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고 있지 않은지. 어떻게 해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지.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하며 성공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유학준비와 GMAT공부에 시간을 쏟으며 살아왔었다. 영자신문과 자기계발서만 읽으며, 인문한 서적을 읽지 않고,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대가를 혹독히 치른 것일 수도 있다.
그때까지는 실패란 피해야 할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계속 운 좋게 피하다, 도망치다 결국 실패를 마주쳤을 때 나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실패란 내가 도망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대상임을 깨달을 때까지 내가 가진 문제들은 해결이 되지 않았다. 실패하는 법. 실패해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법.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법. 이런 것들을 배워나가는데 결국 10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 Pema Chödrön의 When Things Fall Apart를 읽은 것이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도 실패를 마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전보다 달라진 것은 빠르게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전 같으면 며칠 몇주를 끙끙대었을 일들을 하루이틀 정도면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쉬워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더 큰 실패와 두려움들이 찾아온다. 매 번의 실패가 다르고 예상치 못한 형태이지만, 그것들로 유난 떨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타인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실패는 내가 가장 빠르게 교훈을 얻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왜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는지 들여다보고, 그 경험을 통해 내가 가져갈 것이 무엇인지 배우면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실패를 통해 잃는 것은 결국 외부적인 껍데기의 가치라면, 실패를 통해 얻는 것은 더욱 넓어진 시야와 내면적으로 강인해진 내 모습이었다.
너무나 힘겨웠던 레이오프의 경험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단단한 보호막 속에서 숨어 지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기보다는 남들의 기대에 맞추는 삶을 유지하며, 오늘 하루도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이다. 너무나 커다란 고통의 기억은 그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주었고, 내가 원치 않았으나 필요했었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할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
실패는 여전히 두렵다. 아플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피하지 않겠다는 용기를 지난 10년의 방황을 통해서 얻었다.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아니까,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니까.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패를 겪어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닌 일들의 실패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도 되었다. 그동안의 수많은 넘어짐들이 내게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주었으니, 앞으로의 넘어짐에서도 나는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 믿기로 했다.
40대 중반의 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내 인생의 후반부는 이전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다 진실될 것이다”라고. 이제는 큰 두려움없이 실패를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