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off를 이야기하다 [13]
두 번째 레이오프는 정신적으로 나에게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 회사를 나온 후 몇 달 동안 회사에서 잘리는 악몽을 꾸었고, 그 악몽은 최근 몇 년까지도 간간이 나타났었다. 첫 번째 레이오프는 그런 상처가 크지 않았었던 것을 보면, 아픔의 주원인은 회사를 나와서가 아니라, 회사를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고통스러웠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Highly Sensitive 한 사람이고, 내가 겪은 경험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분석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나오고 나서 많은 시간을 지난 회사 생활을 돌아보는데 보내었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후회하는 시간도 많았다. 나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여, 당당하게 남들의 냉정한 시선과 거절을 생산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였던 것. 회사 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끙끙대었던 것. 나 자신의 건강과 체력을 돌보지 않고 회사에 나 자신을 갈아 넣었던 것. 무엇이 문제였는지 철철히 분석해서,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않겠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내가 더 현명하게 행동하였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신제품 출시는 여전히 실패하였을 것이고, 회사에서도 결국 정리해고 되었을 것이다. 내가 HPE를 나온 후, 합병된 조직에서의 비용삭감은 더 가열차게 진행되었고, 인건비가 비싼 실리콘밸리의 인력을 최소화하는 상황이 되었다. 퇴사 후 일 년 안으로 내가 같이 일해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든, 타의로든 그 회사를 떠났다. 일찍 나온 것이 어찌 보면, 차라리 나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회사라는 조직은 이윤을 내기 위해 존재하고, 성장이 멈추거나, 수익이 감소하게 되면 사람을 잘라서 비용구조를 효율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다.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으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나 하나가 발버둥을 친다고, 크게 좋아지게 하기도, 나빠지게 하기도 어려운 것이 조직생활이다. 특히나 회사에서의 업무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이라는 게 불가능하고, 남들의 비난도 칭송도 모두 회사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덕스럽게 굴러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나중에 깨닫게되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이 모든 일들이 나의 잘못으로 벌어졌다고 말이다.
몇 년 전에 Brené Brown을 통해서 Serenity Prayer를 접하고 많이 공감하였다.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과 아닌 영역을 잘 인지할 때, 바꿀 수 없는 영역에 대한 후회나 노력들로 에너지를 너무 뺏기지 않을 수 있다. 그 에너지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내 삶을 보다 풍요롭고 만족스럽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갖게 되기를 오늘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