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집에 들어가니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온 딸아이라 쪼르르 온다.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 거다.
나는 전날 저녁 외부 약속이 있었고, 딸아이와 아내랑만 저녁 식사를 할 때, 아내가 2023년 자기가 얼마나 돈을 썼는지 알려주었다고 한다.
얼마야?
물었더니 X57,765 위안이라고 했다고 한다. 와 ~ 엄마는 그걸 어떻게 계산을 했데?라고 하니 그러게요...
학비, 학원비 그리고 심지어 용돈하고 찬구들과 식사할 때 냈던 돈 이런 거 다 포함했다고 한다.
놀란 기색이 연연하다.
딸아이에게 위로를 해주었다.
그래도 엄마가 집값 1/3, 관리비, 가족여행비, 식비는 안 했으니 다행이라며 말이다. ^_^
딸아이와 대화가 끝나고 아내에게 가서 엄지 척을 들어주었다.
대충 아는 것과 정확하게 계산한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 1 위안 단위까지 계산해서 엑셀로 정리했으니 딸아이가 평소와 달리 반박도 못하고 놀랄 만도 했다.
아내에게 들으니 딸아이 첫마디가
"엄마 그거 나한테 나중에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죠?"
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싱글벙글하니 아내가 한마디 한다.
"네 것도 계산한 거 있으니 마냥 좋아하지는 마~~"
며칠 후
나는 대학교 학비만 비싼 줄 알았지 그전에 준비하는 비용이 비싼 줄은 몰랐다.
내가 딸아이에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니 딸아이가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대학교 가기 위해서는 토플 시험을 8번 봐야 하고 한 번에 3천 위안(?) 이니 총 몇 만원
그걸 배우기 위한 학원비 또 얼마,
그리고 무슨 무슨 시험을 볼 때 또 얼마, 또 학원비
이런 계산할 걸 딸아이가 하나하나 나에게 설명을 해준다. 이제 자기가 돈을 얼마나 쓰는지 스스로 알게 된 거다.
그건 그렇고 돈 계산한 것을 듣고 있자니 장난이 아니다. 나 때랑 달리 뭔 돈이 그렇게 들어가는지......
아내가 그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학원비를 준비한다고 했더니 딸아이에게 나온 한마디,
"엄마 고마워요 ~ "
지금까지 학원비를 준다고 그렇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아내의 딸아이 1년 비용을 계산한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 덕분일까?
딸아이가 각 대학교들의 학비도 다 꿰어 알고 있다. 어디는 어떻고, 어디는 얼마고, 자기는 너무 시골인 곳은 싫고, 너무 어려운 곳은 언감생심, 한 곳을 꿈으로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학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가성비 좋고, 환경도 너무 시골스럽지 않은 한 학교를 말이다.
내가 안 보낸다고 안 보낼 아내도 아니고, 이럴 땐 딸아이에게 점수라도 따야 한다.
우리 딸,
"쉽진 않지만 대학교 들어가면 학비 걱정은 하지 마 ~ 부족하면 비트코인 팔고, 미국 주식 팔아서 학비는 내줄게"
네 일은 공부하는 거고, 아빠 일은 열심히 일해서 학비 대주는 거고 그렇게 각자 할 일 하자...
말이 그렇지 아마 아내가 보태는 돈이 나보다 1원은 더 많을 것이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본다.
사실 나는 딸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자랑스러워 좋고, 못하면 돈이 굳어서 좋다.
한때는 생각 없이 이걸 입 밖에 내서 아내와 딸아이로부터 한참을 혼났다. 아빠 맞냐고!!
엄마한테는 공부하는 걸로 유세를 떨지만 내게는 공부하는 걸로 유세떨지 않는 딸아이다.
공부는 네 일이고, 공부하기 싫으면 다른 일을 하면 되니 말이다.
엄마랑 있으면 깨워도 안 일어나고,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지 않으면 공부를 안 하지만
엄마가 출장을 가면 아빠는 자기가 학교 가고 공부하는 거 관심 없으니 알아서 일어나고 알아서 밥 먹고 알아서 공부를 한다.
나의 마음(?)을 아는 딸아이, 내가
"공부 살살해 ~"
"공부 하기 싫으면 공부 안 해도 돼~"
라는 말을 하면 싫어하더라. 내 마음이 들통 났으니 이젠 혼잣말로만 해야 할듯싶다.
p.s OSMU(One source Multi Use)를 저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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