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웹소설과 AI 창작 (2)
* 이 글은 이전 편, <그런데요, 프롬프트가 뭐예요? (5개의 궁금증)>에서 이어집니다.
이미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등 웹소설 플랫폼 앱을 들락거리며 몇 편의 웹소설을 섭렵하신 분들이라면 이 질문을 안 하실 것 같은데...
그래도 모르시겠다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웹소설의 장르에 대해 소개하자면 크게 판타지, 무협,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BL 장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장르들을 남성향, 여성향에 따라 다시 분류가 되는데 남성향은 판타지, 무협이고 여성향은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BL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 외에도 다양한 장르들이 있는데 언급을 안 하니까요. 위 장르들이 대표성을 띄는 이유는 웹소설 플랫폼에서 독자들이 주로 읽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성이 있는 장르'들입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장르가 여기에 속한다면 일단 축하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진 마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에 인기 장르의 특징을 포함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처럼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미스터리에 남녀 주인공들의 로맨스 요소를 넣으면 됩니다. 또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점차 늘어나면서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이 주목을 받고 있으니 멀리 보고,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웹소설 장르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좋아하는 장르의 폭이 넓어 무얼 쓰는 게 좋을지, 혹은 관심 가는 장르에 대해 탐구를 해보시고 싶다면 당신 앞에 있는 AI 클로드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클로드는 웹소설 장르계의 백과사전 같은 친구예요.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던져주면 "아, 그럼 현대 직장물에 초능력 요소를 살짝 넣어보면 어때요?" 같은 맞춤형 조합을 제안해 주죠.
실제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요:
"클로드, 나는 추리소설과 요리를 좋아하는데, 이걸로 어떤 웹소설을 쓸 수 있을까요?"
"(최근 인기 있는 판타지 장르의 특징을 알려주고) 세계관을 함께 만들어볼까요?"
"BL 웹소설이 처음인데, 독자들이 기대하는 포인트들이 뭔지 알려줄래요?"
클로드는 친절하게 장르의 특징부터 최근 트렌드, 그리고 당신만의 개성을 살릴 방법까지 알려줄 거예요.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기술과 언어의 상호작용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은 <쓰기의 미래>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AI가 당신의 글쓰기 도우미가 되기를 원한다면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그 일을 전적으로 위탁하는 방법이다. 그게 아니라면 AI에게 쓰기 작업의 촉진제 역할을 맡겨라. 아니면 공동 창작을 시도해 보라.'
저는 이 책을 통해 공동 창작, 즉 ‘협업’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미 웹소설 작가의 궤도에 오른 분들은 촉진제 역할로도 충분한 효용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드리고 싶은 분들은 ‘쓰고는 싶은데 어떻게?’라는 망설임을 가진 분들입니다. 다시 나오미 배런의 말을 옮겨보죠.
‘우리가 AI를 설계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우선권을 주는 문제를 놓고 생각해 보면, AI가 우리 삶에 차지할 위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우리가 모든 카드를 쥐고 있는 명백한 지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맡기를 원하는지, 혹은 원하지 않는지 결정하는 지점이다. 간단히 말해, 언제 AI를 끼워 줄 것인가?’
당신이 AI와 함께한 결과물에서 편집, 수정, 구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었다면 그 작품은 당신의 것입니다. 단, 투명성을 위해 AI의 도움을 받았음을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줄게요. 1980년대 초반, 영국의 유명 작가 로알드 달(<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의 작가)은 '자동 작문 기계'라는 단편소설에서 소설을 자동으로 써주는 기계를 발명한 아돌프 나이프라는 인물을 그렸습니다. 나이프는 "이 기계만 있으면 어떤 종류의 글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원하는 단추만 누르면 되죠."라고 말했죠.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에서 유명 작가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들은 ‘기계로 글을 쓰는 건 반칙’이라 외치는 대신, 오히려 그 기계가 쓴 글에 자기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로알드 달이 40년 전에 던진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가 AI와 함께 글을 쓰는 상황에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이런 미래가 오지 않기 위해 AI 개발자들은 인간과 AI를 동반자 관계로 설정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AI는 (아직은) 스스로 쓰지 못합니다. 자신이 쓴 걸 자기 글이라 우기지도 못하고, 개성의 기반이 되는 ‘인간적인 경험’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아직’은요.) 즉, 당신이 생각을 담아 AI에게 말을 걸었을 때 글은 시작됩니다.
* <클로드-체리, 함께 웹소설을 써볼까?> 책이 나온 뒤인 2025년 7월, 정부에서는 드디어 가이드라인인 '생성형 AI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를 배포했습니다. 관련 기사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이번 안내서는 생성형 AI 결과물을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있는 'GAI 활용 저작물' △순수한 AI 생성물인 'GAI 산출물'로 구분하고, 전자의 경우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예를 들어 AI 결과물을 수정·보완하거나 선택·배열 방식으로 구성한 경우 혹은 AI 생성 이전에 인간이 제작한 저작물이 활용된 경우 등은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반면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이나 사소한 수정·보정 수준의 개입은 창작적 기여로 인정되지 않으며 등록이 불가능하다. 등록 신청 시에는 AI 산출물과 인간이 창작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 기술하고 필요한 경우 창작 과정에 대한 보충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음악이나 영상처럼 복합적인 표현이 요구되는 장르에서는 인간의 창작 개입 정도가 등록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안내서는 “GAI 기술을 활용한 음악이나 영상의 경우, 단순 프롬프트 입력을 넘어서는 창작적 기여가 있어야 등록이 가능하다”라고 명시했다.
예를 들어 AI로 생성된 클립을 단순 배열하거나 편집한 수준은 저작물로 보기 어려우며,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영상의 구성, 전환, 색채나 음향 효과 등을 직접 설계·조정한 경우에만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
(전자신문 2025.07.01)
저는 '처음과 끝은 사람이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즉,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를 정하는 시작, 그리고 초고를 자신이 창작한 이야기로 완성하는 퇴고의 과정에서는 작가가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연재(책)는 AI 클로드와의 협업으로, 웹소설에 대한 기획으로부터 초고 완성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질문은 "진짜 사진작가는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필름으로 찍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묻는 것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오늘날 살았다면 깃펜 대신 MacBook을 들고 있었을 거예요. 타자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워드프로세서가 나왔을 때도 "이건 진짜 글쓰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 아무도 그런 논쟁을 하진 않죠?
몇몇 작가들의 AI에 대한 생각도 옮겨 보겠습니다.
황석영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챗GPT가 있었으면 정말 몇 달 만에 쉽게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며 AI가 창작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 작가들이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SF 소설가이자 Sudowrite 공동창립자인 제임스 유는 ‘AI는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내가 왜 이 장면을 썼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를 묻는다’고 말합니다.
작가 에이미 서덜랜드는 ‘처음엔 두려웠지만, AI는 나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나의 창작을 확장해 주는 도구임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죠.
제프 누넌은 AI를 ‘미로 속에서 내게 새로운 출구를 제시하는’ 창작 동반자로 표현했습니다.
나오미 배런이 그녀의 저서에서 얘기했듯이, AI와의 협업은 아이디어 생성, 문법 교정, 문장 구성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당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타자기에 개성이 있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헤밍웨이의 타자기로 쓴 글과 톨스토이의 깃펜으로 쓴 글은 완전히 다르죠.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 경험, 통찰력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AI 시대의 가장 의미 있는 점은 독자로만 남을 뻔했던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이야기가 있지만 글쓰기 기술이 부족했던 사람,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구조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사람, 혹은 단순히 시간이 부족했던 사람들 등, 모두가 이제 AI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AI는 그저 그 이야기가 더 빛날 수 있게 도와주는 비서 같은 존재죠. 어쩌면 미래의 독자들은 "이 작가는 AI와 함께 썼다더라"는 말에 ‘그래서?’라고 대답할지도 모릅니다.
아니요. AI에게도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클로드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식당의 웨이터라고 한다면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음식 접시 수는 정해져 있는 셈이죠. 여기서 접시가 바로 AI의 ‘토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클로드는 한 채팅창에서 약 10만 토큰(중급 장편소설 절반 분량) 정도까지 다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웹소설은 60화에서 80화에 이르는 대형 작업입니다. 그러니 ‘토큰의 한계’가 실질적인 문제가 됩니다. 이런 식이죠.
• 기억력 문제 : ‘1화에서 주인공이 파란 옷을 입었다고 했잖아!’라고 해도 30화쯤 지나면 ‘... 그랬었나요?’하고 기억을 못 할 수 있어요.
• 연결성 문제 : 장편 플롯 전체를 한 번에 다루기 어려워, 앞뒤 연결이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 응답 잘림 : ‘루나리스 웹소설 60화를 한 번에 써줘’라고 하면 클로드는 ‘죄송합니다만 그건...’하며 땀을 삐질 흘릴 거예요. 이건 똘똘한 푸들 강아지에게 코끼리를 한 번에 물고 오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웹소설 작가에겐 덩치 큰 작업을 다루는 ‘요리법’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AI와 함께 웹소설을 쓰기 위한 몇 가지 레시피를 제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에서 소개드립니다.
• 프로젝트 기능 활용 : 이 책의 7장에서 소개하는 클로드 프로젝트로 작업하면 주요 설정을 항상 기억하게 할 수 있어요.
• 에피소드 단위 작업 : 웹소설은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특성을 활용한 효율적 작업법이 있습니다.
• 클로드 분신술 : 여러 개의 클로드 창에 각자의 역할과 개성을 지정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병렬 작업법도 집필에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정리하자면, AI에게도 분명 한계는 있지만, 몇 가지 노하우들을 활용하면 토큰의 한계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당신의 웹소설을 효율적으로 완성할 수 있답니다. AI와 장편 웹소설을 함께 쓰는 것은 우주 탐험과 비슷해요. 한 번에 갈 수는 없지만, 올바른 항법 지식이 있다면 어떤 별까지도 도달할 수 있죠. 이 긴 여정을 이어가며 당신이 발견할 새로운 노하우도 기대하겠습니다.
(지금 퇴고를 하고 있는 저도 하고 있는 고민입니다.)
셰익스피어도 처음엔 '로미오와 줄리엣이 너무 뻔한가?'라고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증거는 없습니다만) 그게 바로 창작의 비밀 레시피 중 첫 번째 재료인 ‘자기 의심’이에요! 축하합니다, 이런 고민을 했다는 건 이미 작가의 길로 한 발짝 내디뎠다는 증거입니다. 여기 위안과 해결책을 함께 드립니다.
• 첫 작품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고 가능하지 않습니다. 미켈란젤로도 처음엔 흙으로 똥강아지를 만들었을 겁니다!
• 클로드에게 구체적인 SOS를 요청하세요. ‘이 장면이 너무 지루한데... 갑자기 좀비 공격한다면?’ 클로드는 당신의 아이디어를 응원하고 결과를 바로 보여줍니다. (참고: 모든 장르에 좀비가 적합하진 않습니다만, 효과는 탁월합니다.)
• 소규모 독자층(믿을 수 있는 친구, 진심을 말해줄 가족)에게 먼저 공유하세요. 단, ‘이거 어때?’라고 물었을 때 ‘좋네’라고만 대답하는 친구는 제외합니다. (저희 아내는 절대 먼저 '좋다'는 얘기는 안 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다 보면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겁니다. 당신이 밤새 쓰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 웹소설의 가장 큰 장점, 1화가 망해도 2화에서 복구할 수 있어요! 독자 댓글을 보고 ‘음... 주인공을 죽이지 말걸...’이라고 후회해도 늦지 않아요.
• 무엇보다, 완벽한 이야기는 없지만, 말로든, 글로든 세상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는 영원히 재미없습니다.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AI와 웹소설을 쓰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입니다. 당신의 웹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든, 단 한 명의 독자에게만 사랑 받든, 그 여정은 분명 큰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의 작품이 그 한 편으로 끝나지 않는다면요.
혹시 저처럼 머릿속에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혹은 AI와 함께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 그리고 실제 협업 과정을 <클로드-체리, 함께 웹소설을 써볼까?>에 모두 담았습니다.
- fin